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수락산 산행 - ITC 산악회 (2017.2.25)

남녘하늘 2018. 8. 7. 00:33


 ITC 산악회에서 2월 산행은 수락산으로 가기로 했다. 강남쪽에 있는 산과 강북쪽에 있는 산을 번갈아 갈 예정이어서 지난단 강남에 있는 대모산을 다녀 와서 이번달에는 강북에 있는 산을 가기로 한 것이다. 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에서 먼저 만나서 이동하기로 했다. 오후에 또 시내에서 모임이 있어 차를 가지고 이동할 상황이 아니어서 지하철을 이용해서 수락산역까지 가려고 하니 수원에서 멀기는 엄청 멀다. 다행히 동내주민인 후배를 만나서 함께 이동해서 지루하지 않게 수락산역까지 갈 수 있었다. 도착하니 이미 몇 명의 회원은 도착해 있었다. 오늘 산행은 10명이 조금 넘는 소수의 회원이 산행에 참석하게 되었다. 산악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후배는 직원 결혼식때문에 참가하지 못하면서도 모임 장소에 나와서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 한사람 한사람이 참으로 마음에 드는 우리 모임이다.  






 그간 수락산에 오르면 주로 수락산역에서 수락골로 가서 음식점과 매점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곤 했는데 오늘은 수락산을 동네 뒷산으로 생각하고 자주 오른다는 모 선배가 좋은 코스가 있다고 하면서 새로운 길을 안내해 주었다. 의정부로 가는 도로를 따라서 은빛아파트를 완전히 지나니 산으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수락산에 수 없이 왔어도 이 길을 따라 가 본적이 없었는데 초입이 흙길이어서 수락산에 흙길이 있는가 싶을 정도로 괜찮은 코스였다. 산을 조금 올라 공터가 나오자 본격적인 산행을 앞두고 한 선배님이 스트레칭을 지도해 주었다. 모든 운동에 스트레칭은 안전판이다.  






  아직 봄이 멀어서 숲을 볼 수 없어 황량하지만 이 능선으로 오르면 오솔길을 걷는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이 능선길은 흙길이 많았는데 역시 수락산은 바위가 많은 산이다. 중간 중간 바위가 많이 나오고 적당한 오르막도 많이 있다. 한참을 걸어올라 처음으로 휴식을 가졌다. 단촐한 회원이 참석하니 앞뒤 간격도 벌어지지 않고 오븟하게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고 좋은 점도 많이 있다. 






 능선을 따라서 오르니 어느 순간부터 산 아래가 조망되기 시작한다. 도봉지구와 의정부 지역의 주택가도 보이고 도봉산과 사패산도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부터는 흙길은 사라지고 본격적인 바위지역이 시작되는 구간이기도 하다. 멀리 북한산도 보인다. 의정부와 서울의 경계로 되어 있는 이 능선을 진달래능선이라고 부르는데 중간에 매월정이란 정자가 있다고 표시되어 있다. 옛날에 수락산에 왔을 때에는 매월정이란 정자가 없었는데 그 사이에 정자가 만들어진 모양이다. 





 수락산에는 조선 초기의 학자(1435~1493)인 김시습을 기리는 장소가 생겼다. 김시습의 호는 매월당(梅月堂) 또는 동봉(東峯)이며,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승려가 되어 방랑 생활을 하며 절개를 지켰던 그가 한 때 수락산에서 기거했다는데  수락산과의 인연을 기리기 위하여 이곳 수락산의 한 모퉁이에 매월정이라는 이름의 정자를 지어 놓았다. 2008년에 노원구에서 전통 정자형식으로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정자 주변에는 김시습의 '짚신 신고 발길 닿는 대로 '라는 나무판을 비롯해서 여러개의 시를 적은 나무판을 만들어 놓았다. 중간에 비도 피하고 쉬어 갈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놓은 것이 그리 싫은 것은 아니다. 






 매월정을 지나 약간의 내리막을 내려가면 수락산 깔딱고개가 나온다. 깔딱고개는 지하철 7호선 장암역에서 석림사 계곡에서 올라올 수도 있고, 7호선 수락산역에서 내려 수락골 벽운동계곡에서 올라 올 수도 있다. 이곳까지는 비교적 힘은 들어도 위험함 바위구간이 없어서 20여년전 어린 아들을 데리고 자주 왔었던 곳이다. 깔딱고개를 지나서는 능선이 바위로 되어 있어서 비교적 험한 편에 속하고 어느 정도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난코스가 이어진다. 그래도 옛날보다는 많이 편해졌다.  





 힘들 바위 구간을 지나 독수리 바위에 올랐다. 옛날 창동에 살때는 수락산에 오르곤 했었는데 그 때는 아이들이 어려서 이곳까지는 오지 못하고 깔딱고개까지만 왔다가 돌아갔는데 정말 오랫만에 독수리바위까지 올랐다. 비교적 날씨가 좋아서 전망은 좋았지만, 사실 아침에 출발하기 전부터 발목이 너무 아파서 말도 못하고 일행을 따라가고 있는 중이다. 발이 불편하면 산에 오지 말고 집에서 쉬어 주었어야 했는데, 책임감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와서 고생을 정말로 많이 했다. 다행이 산행을 마치고 아픈 발이 더 심해지지는 않았다.  





 오래전에 수락산에 왔을 때에는 없었던 계단이 새로 생겨 있었다. 정상부근에 철책이 있어 이곳에서 정체가 많이 있었던 곳인데 계단을 만들어 놓아서 너무 편하고 안전하게 오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아직도 약간의 위험한 구간이 남아 있지만 옛날에 비해서는 수락산에 오르는 것이 많이 편해지고 안전해졌다는 생각이다. 배낭바위 앞에서 사진 한장을 남긴다. 





 정상을 200여m 남겨놓은 철모바위 앞쪽에서 대학시절 고대신문사 편집장을 했던 친구를 만났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줄 알았는데 나이가 드니 산에도 오르는 모양이다. 함께 온 멤버들보다는 뒤로 쳐져서 오르고 있었지만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 반가왔다. 나도 오른쪽 발이 너무 아파서 정상에 가지 않는 덕분에 친구를 만나게 된 셈이다. 산에서 내려오면서도 어려번 마주쳤고, 서로 함께 산에 온 일행들이 있어서 다음주에 시내에서 식사를 한번 하기로 했다. 





 정상 주변과 북향에는 아직 눈이 완전히 녹지 않아서 겨울임을 느낄 수 있다. 발목이 너무 아파서 정상을 가지 않고 기다렸더니  바로 앞쪽 삼거리에서 간단하게 간식을 하고 하산을 하겠다고 한다. 정상방향으로 가야 했으면 조금 무리하더라도 오늘 정상까지 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수락산은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등성이가 바위도 되어 있고, 바위길도 생각보다는 험한 편이서 산행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발이 아픈데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정상까지 가지 않았다. 





 내려오는 능선길도 역시 정말이 좋다. 코끼리바위와 종바위가 있는 근처에서 일행의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을 후배가 사진을 찍어 주었다. 멀리 뒷쪽으로 철모바위가 보인다. 주변에 있는 바위들의 이름은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하나같이 참 잘 붙여 놓았다는 생각이다. 수락산을 올때마다 바위를 보면서 남성적인 산이라는 느낌이 든다. 바위로 짜여진 레고블럭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수락산은 불암산과 함께 산 전체가 바위덩어리로 보일 만큼 우람찬 암릉을 자랑한다. 흙산에 익숙한 일반인들에게 바위산행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수락산은 덕릉고개를 사이에 두고 불암산과 이어져 있어 이 두 산은 도봉산, 북한산과 함께 조선시대 서울을 지키는 수호산으로 여겨졌었다. 조금 더 내려가니 전망이 좋은 바위위에 철책을 둘러 놓고 전망대와 함께 조망되는 사진과 설명판을 세워 놓았다. 뒷편 바위에는 견우암이라고 누군가 써 놓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용백이를 다시 만나서 사진을 한장 더 찍었다. 






 철탑이 있는 학림사 갈림길에서 수락산역 노원골 다자인거리로 내려간다. 이곳에서 왼쪽 편으로 가게 되면 학림사를 거쳐서 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쪽으로 내려가게 되고 직진하게 되면 수락산역으로 내려가게 된다. 이미 노원골에 있는 식당을 예약해 놓았고, 산행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뒷풀이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는 회원이 있어서 수락산역으로 내려간다. 이 구간도 생각보다는 바위가 많지 않은 편안한 구간이어서 하산을 편하게 했다. 






 다리도 아프고 광화문에서 대학 신문사 동기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로 참석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서 하산길에 있었던 뒷풀이 모임장소까지만 가고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어짜피 산에서 먹은 간식때문에 그다지 배가 고픈 상태도 아니었다.  뒷풀이 장소에서 나와 길을 따라 내려가니 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이 나온다. 내려가는 길에 수락문이라고 노원구에서 조형물을 하나 만들어 놓았다. 옛날에 보지 못한 것인데 식당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 특화거리를 조성하면서 하나 만들어 놓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