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회 신년 산행은 감악산 둘레길로 정했다. 감악산은 이미 여러번 갔다 왔던 곳인데 최근 감악산에 출렁다리를 만들어 개통했다는 뉴스를 들어서 한번 가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엇는데 이번 산행에서 출렁다리를 방문한다고 한다. 산행 일정을 살펴보니 감악산 산행이라고 할 수는 없고 감악산 둘레길 트레킹으로 봐야 할 것 같다. 트레킹도 여러 구간을 도는 것이 아니라 겨우 한 구간만 갔다 오는 코스로 계획되어 있어, 멀리 수원에서부타 파주까지 가서 한코스만 돌고 와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 하지만 올 한해는 어지간하면 동문산악회 모임에 참석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첫 산행부터 빠질 수가 없었다.
산이를에 ‘악’자가 들어가는 산은 바위산이어서 산행이 힘들다는 말이 있다. 경기 5악으로 꼽는 가평의 화악산, 과천의 관악산, 포천의 운악산을 보면 산세가 거칠어 이 이론이 맞는 듯 하지만 감악산은 예외라고 한다. 산 입구에서 보면 산등성이의 바위가 거칠어 보이지만 막상 들어가서 산행해 보면 위험한 지역이 별로 없다. 그것도 산행을 할 때 이야기고, 오늘은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어서 악산의 느낌은 없을 듯하다. 오늘은 산에 가는 것이 힘들 것이 아니라 영하 10도를 밑도는 기온으로 인해 외출 자체가 어려운 듯하다. 바람까지 있어 체감온도는 그보다 훨씬 더 낮은 듯하다.
추운 날씨를 박차고 나온 30여명의 회원이 감악산 둘레길이 시작되는 신암저수지 앞쪽 주차장에 모였다. 둘레길은 법륜산 입구에서 출발해도 되는데, 우리는 신암저수지에서 출발해서 둘레길 한 구간을 돌고 끝으로 법륜사쪽 출렁다리를 보는 일정으로 정했다. 어느 쪽에서 출발하던지간에 출발과 도착 장소가 달라서 주차에 불편함이 있었다. 차를 가지고 온 동문들이 논의해서 회원을 이곳에 내려 놓고 양 쪽에 차를 분산해서 주차해 놓았다. 둘레길 탐방에 앞서 간단하게 몸도 풀고 주의 사항도 들었다. 춥다고 너무 움추리면 오히려 사고의 위험성이 있다.
주차장에서 출발해서 둘레길이 시작되는 곳으로 이동하면 바로 군 부대가 나오고 부대를 우회해서 오르면 실로암 노인전문병원을 지나치게 된다. 약수터가 있는 곳까지는 신암저수지를 거쳐 2km 이상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가는 길에 요양병원도 보이고, 한적한 마을에 팬션도 몇 개 보인다.
2012년 초 감악산에 올랐을 때에는 임꺽정봉에서 신암저수지를 내려다 본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거꾸로 신암저수지에서 정상을 올려다본다. 최근에 혹한이 계속 이어졌는데 이곳 신암저수지의 물도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어느 정도 두께로 얼었는지 확인해 보지는 못했지만 서울보다는 훨씬 북쪽에 있으니 꽤 두텁게 얼었을 것이다. 그냥 스쳐가는 생각에 저수지에서 스케이트를 타면 좋을 듯한데, 최근 10여년동안 스케이트를 타본 적이 없는 듯하다. 날씨가 추워서 사진을 찍어 주는 것도, 사진을 찍히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약수터 앞에서부터 본격적인 둘레길 탐방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현재 감악산 둘레길은 4개 코스가 개통되어 있고 감악산 마을길이라고 해서 산아래 마음과 마을을 연결하는 둘레길을 조성해 놓은 듯하다. 약수터에서 부도골 쉼터까지는 오르막이 이어지고 부고골 쉼터부터는 산 허리를 따라서 약간의 오르내리막을 걷는 평이한 길이었다. 조용한 오솔길 같은 산길이 이어져 나름 운치가 있다. 경기 오악의 하나라고 했는데 둘레길은 바위를 간간히 보기는 했지만 바위산의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조금 더 걸어가다가 청산계곡길 분기점 앞에 걸려 있는 안내도를 보니 감악산 둘레길이 네개의 코스가 운영된다고 안내한다. 점선으로 표시된 양주시와 연천군 지역의 둘레길은 아직 미개통 구간이라고 한다. 1코스는 오늘 우리가 걷고 있는 청산계곡길로 4.8km이고, 2코스는 하늘동네길 4.8km인데 총 4코스에 20.5km가 만들어져 있었다. 이곳까지 와서 한개 코스만 걷기에는 너무 짧은 거리라고 생각되는데, 일정이 한 구간만 걷고 범륜사와 감악산 출렁다리를 보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따를 수 밖에 없다.
조금 더 이동하니 기암절벽 아래쪽에 제법 넓은 터가 나오는데, 옛날 암자가 있었던 곳인지 축대의 흔적이 보인다. 그 곳에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평상 같은 것이 놓여 있어서 다른 일행들도 이곳에서 쉬어가는 곳으로 보였다. 날씨가 워낙 추워서 중간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왔는데 이곳은 바람도 불지 않고 절터인듯 따스한 느낌이 있는 곳이어서 잠시 휴식과 간식 시간을 가졌다. 날씨가 추워서 쉬고 싶어도 오래 쉴 상황이 아니었다. 잠시 쉬는 동안에 손이 곱는 느낌이다.
기암절벽이 있었던 곳을 지나서는 데크를 설치한 탐방로가 많이 나온다. 둘레길을 탐방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 경사가 급한 골짜기가 있는 곳에 데크를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데, 데크 때문에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테크가 없었다면 아마도 둘레길로 사람이 오지 못했을 듯 싶다. 중간에 장군봉을 거쳐 임꺽정봉으로 올라가는 감악능선계곡길도 나오는데 우리는 둘레길을 왔기에 계속해서 앞으로 나간다. 상록수가 없는 숲길이어서 겨울이라 황량한 느낌이지만 봄부터 가을 단풍이 들었을 때 왔다면 아주 좋은 숲 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범륜사로 올라가는 길과 만나는 곳에서 1코스 청산계곡길 코스가 끝난다. 청산계곡길만 2,275m 거리였다. 데크에서 내려오니 벽면에는 감악산 둘레길 및 등산로 안내도, 감악산 출렁다리 사진, 감악산이 위치한 적성면 지역안내도 판이 걸려 있다. 이곳에서 2코스인 손마중길이 시작돤다고 한다. 출렁다리를 보기에 앞서 조금 윗쪽에 있는 범륜사에 들러 보기로 했다.
둘레길에서 조금 올라와 범륜사에 도착했다. 태고종에 속하는 범륜사는 1970년에 옛날 운계사터에 세운 절이라고 한다. 등산로와 붙어 있어 사찰을 방문하기가 좋게 되어 있었는데 여느 사찰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세조가 하사했다는 공덕비를 비롯해서 백옥 관음보살상, 십이지신상 등등...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사찰로 대웅전도 다른 절에 비해서는 조금 작다는 느낌이었다. 지난번 방문햇을 때에는 관음상을 비롯해서 십이지신상 등을 보았는데 오늘은 함께 한 일행들이 범륜사에 한번 와 본 것으로 끝내고 절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다. 날씨가 워낙 추워서 구경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백옥석 관음상이 있는 곳에 가면 십이지상도 있는데 그곳까지는 가보지 못했다. 대신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쪽에 용을 타고 앉아 있는 관세음보살 상과 문수보살상이 있다. 최근에 문제가 되었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미르가 용을 가르키는 말이다. 용을 타고 있는 문수보살과 관세음보살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 주변에 석탑과 세계평화 비석 등 조합을 맞추기 힘든 여러가지 것들이 함께 널려 있다. 좀 쳬계적으로 정리 정돈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범륜사를 나와 오늘 꼭 보고 싶었던 감악산 출렁다리로 이동했다. 옛날 범륜사 입구로 내려가는 길목에 설치해 놓았다. 지난해 9월 20일 개통되었으니 아직 4달도 되지 않았는데 파주시가 홍보를 잘해서인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지상 45m, 길이 150m, 폭 1.5m의 다리로 40 mm 케이블 4개를 다리 위 아래에 설치하여 70kg 성인 900명이 동시에 통행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산악 현수교 중에서는 진안 구봉산에 있던 출렁다리가 가장 길었는데 감악산 출렁다리가 설치되면서 이곳이 최장 다리가 되었다고 한다. 주탑이 없는 현수교 방식이어서 다리 위 경관이 탁 트여 있는데 올 10월부터 야간 개장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바람까지 불어서 출렁다리 위에서 머무는 동안 많이 추웠지만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멋진 장소여서 동문들 사진을 많이 찍어 주었다. 오늘은 날씨가 워낙 추워서 관광을 나온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출렁다리에서 오랫동안 머물 수 있었다. 사람이 많으면 아마도 밀려서 가야 하기에 다리 위에서는 제대로 사진도 찍지 못한다고 한다. 주변 경관과도 잘 어울리고 감악산과 둘레길과도 테마가 잘 맞아서 앞으로도 감악산 출렁다리는 많이 사람들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출렁다리를 지나 산에서 내려오니 제법 큰 주차장을 만들어 놓아 관광객에 대한 서비스도 잘 해 놓았다는 생각이다.
감악산 둘레길 트레킹을 마치고 감악산 근처에서 뒷풀이를 하지 않고 바로 서울로 돌아왔다. 아침에 감악산에 올 때에도 차량을 빌리지 않고 동문들이 차를 카폴로 나눠 타고 왔었다. 둘레길의 출발점과 도착하는 장소가 달라서 감악산 출렁다리 주차장에 차를 몇 대 세워 놓고 신암저수지 주차장으로 갔는데 올 때도 다시 차량을 다시 출렁다리 주차장을 가져왔다. 주변에 특별히 식사할 곳을 찾지 못해서 서울로 돌아와 수락산 근처로 와서 뒷풀이를 하는 것으로 했다. 내 차에 몇 몇 동문과 함께 수락산까지는 왔지만 뒷풀이는 참석하지 못했다. 감악산에 갔던 정채형님이 오늘 사위 될 친구를 처음으로 만나기로 했는데 산행시간이 길어져서 분당까지 가는 시간을 맞추느라 내차로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분당으로 돌와왔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집에 가서 쉬고 싶단 생각이 더 많았는데, 뒷풀이에서 술도 마시지 못하고 있는 것보다. 빨리 돌아오는 편이 더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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