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산악회에서 2월 산행은 관악산으로 정했다. 관악산은 개성의 송악산, 파주의 감악산, 포천의 운악산, 가평의 화악산과 더불어 경기 5악(五岳)으로 불리는 산이다. 바위가 많은 산이긴 해도 정해진 등산로를 따라서 움직인다면 그다지 부담이 가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 산행은 겨울 관악산 풍광을 제대로 느껴려고 일반인들이 자주 이용하지 않는 관악산의 자하능선(일명 철탑능선)의 암릉구간으로 오를 계획이다. 출발은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직은 날씨가 꽤나 춥다.
관악산·산행 코스는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다. 도시의 산이지만 만만히 볼 수 없는 것이 바위산이어서 산세가 험하고,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길찾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과천에서 오래 살아서 관악산을 뒷산처럼 알고 있는 황완성동문이 길 안내를 하기도 랬다. 오늘 산행은 조망의 즐거움에 촛점을 둔 산행이다. 정부과천청사역에서 내려 11번 출구로 나와 구세군교회로 이동했다. 나도 관악산에 자주 왔었지만 구세군교회로 올라가는 산행은 처음이고 자하능선을 오르는 것도 처음이다.
구세군 과천교회 정문으로 들어가야 산행의 들머리가 있었다. 처음에는 밋밋한 관악산의 일반적인 분위기였는데 조금 오르니 조망이 트이면서철탑이 보이기 시작하고 바위군이 나타난다. 철탑은 관악산 정상부에 있는 KBS 중계소 직원 근무교대와 물품을 실어나르는 케이블카를 운행하기 위한 것이다. 산 아래로는 과천시내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시내가 뿌옇게 보이고 있으니 겨울임에도 공기질은 그다지 좋지는 않은 듯하다. 산 윗쪽으로는 맑은 하늘이 보인다.
어제까지는 맹추위가 기승을 부렸는데 다행이 오늘은 영하 1도 정도로 날씨가 많이 풀린 셈이다. 그래도 아직은 겨울이고 음지쪽에는 눈이 녹지 않았다. 다행이 우리가 오르는 자하능선은 햇살이 비추는 곳이어서 눈이 모두 녹아 있어 산행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관악산의 등산코스 중에서 아주 힘든 것도 아니면서 암릉과 능선의 조망 등 지루하지 않고 코스였다고 생각한다. 철탑능선이라고도 불린다는데 이정표에 두번째 철탑, 세번째 철탑 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케이블카 철탑이 암릉구간에 설치되어 있다. 설치공사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항상 이런 토목공사 현장을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올라가는 자하능선 옆 계곡이 연주암으로 오르는 자하동천 계곡이 보인다. 새로운 코스를 알게 되어서 기분이 좋고, 아래로 과천시내와 서울대공원, 그리고 건너편의 청계산도 내려다 보인다. 아직 송신소까지는 멀어 보이지만, 산에서는 쳐다보고 있으면 멀지만 움직이면 금방 줄어든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날이 추워서 장갑을 벗지 못하고 산을 오른다.
철탑능선에는 송신소까지 6개의 철탑이 있다고 한다. 케이블카를 만들어 놓기만 하고 운행을 하지 않는줄 알았더니 중간에 케이블카가 운행을 한다.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순간 한번 타 보았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고도를 높이며 올라가니 두꺼비 바위도 나오고 계속해서 시원한 전망이 제공되는 바윗길이다. 멀리서 볼 땐 오르내림이 심하고 위험할 것 같지만 별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지나간다. 보통 때에는 후미에서 산행을 하는데 오늘은 선배님들이 힘이 든지 자꾸 쳐지는 바람에 앞장을 서게 된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있다.
연주암이 보이고 중계탑이 가까이 보이는 곳으로 오르니 기온이 낮아 눈이 군데 군데 녹지 않은 곳이 많았다. 아이젠을 착용할까를 고민하다가 오르막 길이고 눈이 없는 구간도 있어서 조금 더 있다가 착용하기로 한다. 올라오면서 간식시간을 갖지 않아서 여러 회원들이 함께 쉴만한 공간을 찾으려니 쉽지 않다. 다른 일행이 쉬고 있는 장소를 찾았으나 일어날듯 하면서도 너무 꾸물거린다. 우리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 결국 오르막길에서 간식타임을 잡지 못했다. KBS중게탑이 있는 곳까지 가지 않고 연주암으로 넘어가기로 한다.
너무 웃고 떠들고 여유를 부리면서 능선을 오르다보니 예상했던 시간을 훌쩍 넘기고 연주암에 도착했다. 일부 구간은 암벽을 올라야 하는 곳도 있었지만 위험함 구간은 모두 우회하거나 피해 버려서 난이도를 낮추었다. 연주암은 햇살이 잘 들어 산에 온 사람들이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다. 더구나 어지간한 사찰보다 수입이 많은지 점심 공양을 무료로 제공한다. 하지만 나는 점심을 무료로 주는 것에 대해서 반대한다. 이 높은 산에서 밥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과 그릇을 씻는 오염이 계곡으로 흘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먹거리는 자신이 간단하게 준비해 와서 간단하게 먹는 것이 정답이다.
연주암에서 주봉 정상인 연주대까지는 더 올라가지 않고 하산하기로 했다. 연주대에 오르면 정상부에서 주변 경관이 모두 관찰할 수 있지만 오늘 연주암까지 오르면서 이미 좋은 풍광은 충분히 즐겼고, 너무 즐기면서 오르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기 때문이다. 산을 올라올 때는 따스한 남쪽 능선 바위길로 올라오느라 눈이 거의 없었는데 내려가는 계곡길은 그늘이어서 눈이 녹지 않아서 그냥 내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올라 올 때 사용하지 않았던 아이젠을 사용하지 않으면 내려갈 수가 없는 상태였다.
연주암에서 과천향교로 내려오는 코스를 자하동천 계곡이라고 부르는데 과천에서 연주대를 오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코스를 이용한다. 오늘도 역시 이 계곡에는 찾는 사람이 많다. 내려 오다가 중간쯤에서 간단한 간식 타임을 가졌다. 산에 오르면서는 능선길이어서 바람이 많아 잠시 쉴 수는 있어도 간식을 먹을 상황이 아니었고, 연주암에서는 먹는 행동을 삼가해 달라는 내용을 본적이 있어 결국 하산하는 길에 간식을 하게 되었다. 하산해서 식당이 예약되어 있어 오늘 간식은 그야말로 준비한 것의 일부만 맛보는 수준으로 진행되었다.
계곡에 많이 쌓여 있던 눈도 아랫쪽으로 내려 오니 어느순간 없어져 버린다. 해가 비치는 곳은 이미 모두 녹아버린 상태다. 자하동천 계곡의 길이는 4km인데 올라가는 시간에 비해 1/3 의 시간에 내려 왔으니 올라갈 때 얼마나 여유있게 올라갔는지 알 수가 있다. 동천(洞天)은 산과 물이 조화롭게 어울려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을 지칭하기도 하고, 도가에선 하늘과 통하는 곳으로 신선이 노닐만한 멋진 곳으로 동천이라 부르기도 한다. 산수가 아름다운 우리나라 곳곳엔 동천이란 명침이 많이 쓰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겨울의 자하동천 계곡은 그리 멋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산에서 내려와 과천향교에서 멀지 않은 식당에서 뒷풀이 시간을 가졌다. 간식을 한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많이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오늘은 조금은 위험한 바위구간을 다니는 산행이어서 산행 중에는 술을 마시지 않아서 식당에서 막걸리를 한잔씩 한다. 매번 관악산을 오르면서 과천으로 오게 되면 자하동천 계곡만 이용했는데 일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새로운 능선을 황완성동문이 소개해 주어서 관악산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왔다. 좋은 코스를 하나 소개받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능선을 오르면서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내버려서 산행을 마치고 나서는 시간이 맞지 않았다. 산행을 마치고 다른 약속이 있었던지라 부지런히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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