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대모산, 구룡산 산행 - ITC 산악회 (2017.1.21)

남녘하늘 2018. 6. 15. 00:42


 ITC 신년 산행은 대모산과 구룡산 연계산행을 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날씨도 추운데 너무 멀리 가지 말자는데 의견이 모아져서 수서역에서 모여 간단하게 두 산을 오르는 것으로 했다. 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등산이 망설여지는 초보 등산객도 가볍게 다녀 올수 있는 산이 대모산과 구룡산이다. 산행 시간도 짧고 위험 구간도 없지만 서울 시내의 조망은 그 어느 산에도 뒤지지 않는 산인데 산행구간이 짧기에 대모산과 구룡산을 연계하여 등산하게 되었다. 오늘 모임에는 20여명이 참석해서 오붓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전날 조금 내린 눈이 도로에는 모두 녹아 버렸는데 산에는 아직 녹지 않고 쌓여 있다. 수서역 공영주차장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주차장에도 눈이 모두 녹지는 않았다. 올 겨울 눈길 산행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서울의 나즈막한 산을 오르면서 눈길 산행을 하게 된다. 






 수서역 6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가면 서울둘레길 안내판이 나오고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계단을 조금 오르면 두 갈래로 나뉘는데, 오른쪽은 둘레길, 정상은 왼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강남구청에서는 수서역에서 대모산 북쪽 자락과 구룡산 북쪽 자락을 거쳐 염곡동을 잇는 대모산 둘레길인 강남 그린웨이를 만들어 놓았다. 서울 둘레길의 한구간이기도 하다. 눈길이어도 경사가 심하지 않아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오르려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바람에 길이 미끄러워 그냥 오를 수가 없다. 결국 아이젠을 착용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대모산이 좋은 점은 짧은 시간에 제법 운동도 되면서 산행이 편하다는 것이다. 서울 북쪽에 있는 산들은 바위산에 많은데 대모산과 구룡산은 흙 길이 많고 경사가 심하지 않아서 편안한 산행이 가능하다. 눈까지 내려 쌓인 낙엽과 함께 오늘은 더 편한 느낌이다. 수서역에서 1.1km를 올라와서 쟁골,교수마을로 갈리지는 곳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휴식을 가졌다. 오늘 바쁜 일정때문에 산행을 하지 못하지만 이곳까지 함께 와준 몇몇 회원이 이곳에서 되돌아갔다. 바쁜 일정에도 함께 해준 선배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다시 산행을 계속해서 대모산 정상에 가기 직전에 간식 시간을 가졌다. 오늘 산행은 워낙 짧은 코스여서 따로 간식을 하지 않아도 가능하지만 산행의 즐거움이 산에서 먹는 간식이기에 그 즐거움을 빼앗을 수 없다. 대모산 정상에 가면 사람들이 많아 자리를 차지하면 불편을 줄 것 같아 정상 가기 전에 길가 옆으로 사람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을 공간이 있어서 쉬기로 했다. 간단히 준비한 음식과 차를 한잔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낸다.  





 대모산과 구룡산은 산행중에 남쪽능선을 따라 긴 철조망이 이어진다. 대모산 산행의 유일한 단점이다. 처음에는 헌인능 때문에 철조망이 있지만 이어지는 철조망은 국정원 울타리다. 중요 국가기관이 한쪽을 차지하고 있어서 남쪽으로 내려 갈 수는 없고 북쪽으로 내려가거나 철조망을 따라서 이어지는 능선길이 계속해서 가야한다. 너무 통제 면적이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모산 정상에 도착했다. 대모산 정상에는 정상석도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고 삼각점만 하나 지나가는 통로에 만들어져 있어 지나치기 쉽다. 대모산은 높이 293 m로 산 모양이 늙은 할미와 같다 하여 대모산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대모산의 강남 전망은 정상이 아니라 구룡산으로 이어지는 조금 내려간 하산 길의 헬기장 조망점에서 가능하다. 헬기장에서 롯데월드몰과 잠실구장 주변을 비롯해서 서울 강남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오늘은 일기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이곳에서 높은산에서의 전망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대모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40분 정도 가면 구룡산 정상에 이른다. 구룡산은 대모산보다 13m 정도 높은데, 산 이름만 다를 뿐이지 두 산은 완전 한 덩어리이다. 엄밀히 말하면 구룡산까지 모두 대모산의 영역으로 보면 된다. 대모산에서 넘어가는 것은 조금 내려갔다 올라가는 정도여서 정상 직전의 오르막길을 제외하고는 거의 무난하다. 대모산에서 그렇게 많던 사람들이 구룡산으로 접어들면서 눈에 띄게 줄어 든다. 정상 북쪽에 마련된 조망대는 대모산 못지 않은 조망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도 개포동과 도곡동, 포이동을 비롯해 강남구와 서초가 내려다 보인다. 남산과 멀리 북한산과 수락산, 불암산도 보인다는데 오늘은 뿌연 미세먼지로 인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원래 계획은 구룡산 정상에서 kotra 뒷쪽 청계산입구 삼거리로 하산할 계획이었는데 후미조가 천천히 가다가 능인선원 방향으로 가서 조금 빨리 하산하려고 했다가 방향을 잘못 들어서 구룡마을 방향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한참을 가다보니 다시 대모산 아랫쪽으로 되돌아가게 되어서 다시 분기점으로 되돌아 가지 못하고 그냥 구룡마을로 하산하기로 했다. 길을 조금 짤라 먹으려고 하다가 오히려 더 많이 걷게 되고 엉뚱한 방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덕분에 구룡마을을 한번 구경하게 된다. 






 대모산에 여러번 왔어도 구룡마을은 처음 와 보았다. 숲길이 끝나는 곳에서 구룡마을과 강남부자 아파트인 파워팰리스가 함께 보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을 철거하기 전에 우연찮게 지나게 된다. 앞으로 3-4년 후면 이곳에도 주상복합 아파트촌으로 바뀌게 될 곳이다. 





 판자촌 옆으로 등산로가 이어지고,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을 지나게 된다. 구룡마을은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에 두고 개포동 일대의 개발을 시작하면서 집을 잃은 철거민들이 모여 무허가로 판자촌을 짓고 살던 곳이였다. 26만6천여㎡의 면적에 현재도 1천여 가구가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2018년에 철거를 시작하여 2019년에 분양을 시작하고 2023년에 최종 입주를 마치는 것으로 목표를 하고 있다고 한다. 가난한 기초생활 수급자와 노인이 많았던 강남의 마지막 남은 판자촌이 임대아파트를 포함해서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단지로 변화될 예정인데,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겠지만 잘 처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진짜 주민을 보호하고 소위 알박기를 해 놓은 땅 투기꾼들에게 개발의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으면 하는데 이해관계자들의 첨예한 대립으로 그 또한 쉽지 않을 듯하다. 개발되지 않고 그냥 대모산과 구룡산의 자락으로 공원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그것도 이제는 물건너 가버린 상태이다. 서울의 녹지공간이 점점 고층 아파트로만 바뀌고 있는 현실이 아쉽다. 몇 번의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했다는 뉴스도 보았었는데 마을 입구에는 소방차가 상주하고 있었다. 






 산행을 하면서 엉뚱한 길로 내려 오기는 처음인 듯한데 다른 일행보다 뒷풀이 장소에 빨리 도착하려고 택시를 타고 왔더니 우리가 오히려 제일 먼저 도착했다. 산악회장님의 단골식당이라는 뒷풀이 장소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오늘 산행은 정말로 휴식시간을 포함하고도 3시간 정도에 걸쳐 부담없이 트레킹을 하는 수준이어서  부담이 없이 마쳤다. 길만 잘못 들지 않았다면... 하지만 덕분에 개발되기 전의 구룡마을을 돌아볼 수 있어서 그 또한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