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산악회의 8월 산행을 안양에 있는 삼성산으로 정했다.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시기의 산행이어서 숲과 계곡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찾다 보니 삼성산을 올랐다가 내려 오는 길에 안양예술공원으로 내려 오면 좋을 듯 해서 정하게 되었다. 삼성산은 내가 어린 시절 부친과 함께 자주 올랐던 곳이어서 친숙하고 산행 루트를 많이 알고 있기도 하다. 이번 산행은 삼성산 정상까지는 가지 않고 윗쪽에 있는 삼막사와 염불사를 거쳐서 예술공원으로 내려 오는 비교적 편한 코스를 선택했다. 군대에 가지 전에 안양 석수동에 살아서 꽤나 친숙한 관악역인데 오랫만에 와 보았더니 주변이 상당히 많이 정리되었고 역사 이름도 안양예술공원역 이름을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안양시에 있는 관악역에서 출발해서 경인교대 안양캠퍼스가 있는 계곡을 따라서 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산에 오르기도 전에 계곡에서는 물놀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산에 가지 않고 계곡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더운 날씨다. 역에서 한참을 걸어서 경인교대 입구에 도착했는데 경인교대 입구까지 시내버스가 운행하고 있었다. 미리 알았으면 버스를 이용했을 터인데, 어짜피 오늘 산행은 많이 걷지 않는 코스여서 역에서부터 걸어도 그리 많이 걷는 산행은 아니다.
삼성산은 관악산의 지류로 완만한 경사와 숲 길이 많아 오늘 같은 더위에는 딱 제격이다. 오늘 산행에 참석하기로 했던 학번이 빠르신 선배님이 완만한 산에 가야 동참하겠다고 해서 참석해도 좋다고 미리 말해 놓았다. 높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경사도 심하지 않고 숲이 좋아서 산행하기에는 괜찮은 산이라고 생각한다. 한동안 편안한 포장 도로를 따라서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을 오르는 동안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인다. 걸어서 오르는 것도 힘들다고 생각되는 날씨인데 자건거를 타고 가파른 산을 오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비교적 도로폭은 넓고 사람이 많지 않아서 자전거가 있어도 그리 불편하지는 않는 산행이다. 중간에 도로가 아닌 숲 길로 올라가는 코스가 있어서 숲 길로 접어든다. 옛날에 와 보았을 때보다는 등산로가 많이 정비되어 있는 것 같다. 도로를 따라가지 않고 숲 길을 통해서 가면 지름길로 가는 셈이다.
삼성산은 김포공항으로 가는 항공로 상에 위치해 있어서 공항에 착륙하려고 준비하는 고도를 낮춘 비행기들이 자주 지나친다. 모처럼 맑은 하늘에 비행기가 지나간 흔적이 고사목과 어우려져 보기 좋아서 사진을 한장 찍었다.
관악역에서 출발해서 천천히 쉬엄 쉬엄 1시간 30분 정도 올라서 드리어 삼막사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에는 삼막사 일주문이 있다, 사찰을 찾으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문이 일주문이다. 기둥이 한줄 이라고 해서 일주문(一柱門)인데. 한 줄의 기둥은 번뇌로 흐트러진 세속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상징한다. 삼막사는 신라시대 원효, 의상, 윤필이 막을 치고 수도하여 세 분의 성인이 탄생했다고 하여 붙여졌다는데 그 진위여부는 알 수 없다.
삼막사는 약 1300년전 신라 문무왕 17년 677년 원효, 의상, 윤필등 3분의 성인이 암자를 지어 정진한 것이 삼막사의 근본이며 삼성산이라는 이름도 이때 만들어 졋다고 한다. 역사가 오래된 사찰인데 오늘날 대부분의 사찰이 그러하듯이 이곳도 크게 보수하여 옛 모습이 없다. 그럼에도 사찰에는 문화 유산이 꽤 많아서 구경할 것이 많다. 삼막사는 옛날부터 일요일이 되면 등산객을 위해서 산행하는 사람의 종교에 관계없이 국수 공양을 했는데 아직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잠시 사찰 내부를 돌아 보았다.
절 구경을 하고 나서 삼막사 한쪽 구석에서 자리를 펴지도 못하고 간단하게 간식을 먹었다. 일요일날 이곳에 왔으면 자연스럽게 점심 공양을 얻어 먹었을 터인데 토요일에 오니 조용한 사찰에서 음식을 먹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먹을 장소를 찾기도 애매했다. 삼막사는 사방으로 트인 조망으로 산 아래쪽으로 조망도 좋고 맑은 날에는 서해바다까지 보인다고 하는데 오늘은 맑은 날씨였지만 서해 바다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휴식과 함께 간식을 마치고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삼막사에서 곧장 삼성산 정상으로 더 올라가야 하는데 오늘 산행은 조금 편하게 하기로 해서 정상으로 오르는 대신에 염불사쪽으로 가서 안양예술공원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해발 477m의 삼성산 정상은 삼막사에서 조금만 더 오르면 되지만, 오르는 길이 바위가 많고 조금 험한 편이어서 그냥 지나치게 되는데 조금 아쉽기는 하다. 나는 삼성산 정상은 수도 없이 많이 올랐었다. 염불사쪽으로 가는 길에 고개에서 삼막사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잠시 사진을 한장 찍고 산을 내려간다.
삼막사 전경이 보이는 고개부터 내리막 길이 시작된다. 산을 올라올 때보다 경사도가 더 심한 내리막 길이다. 삼성산도 관악산과 마찬가지로 돌이 많은 산이어서 흙길보다는 바위를 밟는 구간이 훨씬 많다. 바위길을 조금 내려오면 내림길에 염불사가 나온다. 삼성산 중턱 명당자리에 자리를 잡은 염불사는 926년 태조왕건의 역사로 시작한다.1956년 대웅전 중수, 1969년 미륵불을 세웠다. 미륵불은 소원성취의 성지로 알려져있다. 어릴 적에는 염불암으로 불렀는데 언제부터인가 염불사로 격이 올라간 모양이다. 보리수나무와 부도가 유명한 사찰이다.
오늘 산행은 비교적 거리가 짧아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삼막사에서와 마찬가지로 염불사에서도 사찰이 이곳 저곳을 둘러 보았다.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풍광이 뛰어난 염불사는 부도에 적힌 기록을 통해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까지 매우 번성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20세기 초부터 염불사의 전각들이 중수되거나 새로 지어지기 시작하였으며 현재 경내에 있는 대웅전, 나한전, 염불전, 독성각, 칠성각, 범종각 등의 전각과 삼층석탑, 석조관세음보살 등은 모두 근래에 조성된 것이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것중 변함없는 것은 마애미륵불 입상과 보리수 나무밖에 없는 듯하다.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관세음보살 입상은 대웅전 옆에 새로 조성되어 있었다. 보기에도 설치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하다. 관세음보살 왼쪽에는 지장보살, 오른쪽에는 용왕상도 함께 조성하였다.
오랫만에 방문한 염불사는 규모면에서도 엄청 커진 느낌이다. 옛날에는 보지 못했던 축대도 많이 쌓아서 절 마당 공간을 넓힌 듯하고, 이제는 템플 스테이도 받는 모양이다. 넓게 만들어져 있는 주차장쪽으로 내려 오니 템플스테이를 안내하는 프랜카드와 2018년 대학입시를 앞두고 기도를 올린다는 프랜카드도 걸려 있었다. 템프 스테이도 좋고, 수능합겹 기도회도 좋지만 절마당 앞까지 차는 타고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염불사에서 안양예술공원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대략 1.4km 정도 내리막길을 더 내려가는데, 이 숲 길은 굉장히 걷기 좋은 길이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빽빽하게 있어서 그늘이 많아 시원하다. 삼막사와 염불사를 구경하고 적당한 휴식을 취하면서 내려 왔음에도 산행시간이 4시간 도 걸리지 않았다. 편안한 산행을 마치고 내리막 길 초입에 있는 식당을 미리 예약해 놓아서 기다리지 않고 뒷풀이를 할 수 있었다. 미리 닭백숙을 주문해 놓아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뒷풀이를 마치고 다음 일정이 있는 회원은 먼저 집으로 돌아가고 남은 몇몇 회원은 안양예술공원을 따라서 서울 농대 수목원이 있는 상류쪽 계곡으로 올라가 보았다. 옛날 안양 유원지라고 불리던 때와는 달리 계곡이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었고, 곳곳에 설치예술품과 볼거리를 만들어 놓았다. 자주 와보지 않은 사이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과거엔 먹고, 마시고, 놀기만 하던 유원지가 문화와 예술을 가미한 시민들의 쉼터로 변모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관악산 서울농대 수목원인 관악수목원 입구 앞쪽에 있는 개울가에서 모처럼 물놀이를 했다. 산행도 좋았지만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니 산행하면서 흘렸던 땀에 대한 보상으로 충분했다. 계곡물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너무나 좋아서 내년에는 삼성산 산행은 부수적으로 하고 이 계곡에서 물놀이 하는 것을 주로 해서 한번 더 오자는 의견이 나왔다. 미리 와서 이곳에 자리를 잡아 놓고 산행을 하고 다시 내려와서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산행도 괜찮을 것 같다. 한번 추진해 보아야겠다.
내가 어린 시절 안양에 살았을 때에는 안양예술공원이 안양유원지라고 불렸다. 그 때는 이곳에 야외 수영장이 몇 개 있었고, 음식점만 가득해서 먹고 놀자판이었는데 이제는 엄청 정비를 많이 하고 여러가지 시설을 갖추어 예술공원이 되었다. 음식점이 있던 몇 몇 장소는 모두 철거하고 폭포도 만들어 놓았고, 곳곳에 조각품이나 문화 시설이 들어섰다. 너무나 정비가 잘 되어서 옛날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개발보다는 보전이 답인 경우가 많다.
안양예술 공원을 가로지르는 개울을 따라서 카페가 많이 있어서 물가를 바라보면서 차를 한잔할 카페를 몇군데 들렀는데 모두 사람이 많아서 들어가지 못했다. 카페를 찾아서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가 물가에서 조금 떨어진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 갔는데, 손님이 많지 않아서 조용하고 실내에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고 있어어 시원했다. 물가에 있는 카페보다 실제로 몇 배나 더 시원해서 선택을 잘 한 듯하다. 동문들과 차 한잔을 하면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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