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학보사 생활을 했던 선후배들과 함께 지리산 산행을 다녀 왔다. 총 12명이 함께 했는데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처음부터 함께 하지 못하고 중간에 합류하기로 했다. 10명의 선후배들은 목요일 아침에 서울을 출발해서 구례를 거쳐 노고단에서 지리산 종주를 시작하기로 했다. 목요일은 연하천대피소에서 잠을 자고, 금요일 다시 산행을 이어 벽소령,세석을 거쳐 장터목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더 잔다. 나와 후배 한명은 금요일 밤 11시 50분 남부터미널에서 출바라하는 고속버스를 타고 백무동으로 가서 새벽 4시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해서 7시 조금 넘어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해서 먼저 떠난 일행을 만나기로 했다. 백무동에서 장터목까지 짐을 메고 빨리 오르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동안 다져온 체력을 바탕으로 한번 해보기로 했다. 이후 천왕봉에 오르고, 법계사로 해서 중산리로 하산하기로 한다.
밤 11시 50분 남부터미널에 후배 원목이를 만나서 출발 준비를 했다. 나는 이 버스를 타고 백무동으로 여러번 가 보았지만 원목이는 처음 야간 산행을 하는 모양이다. 바쁜 공무원생활을 하다 보니 정작 산행도 자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새벽 백무동에 도착해서 먹을 김밥도 사려고 했는데 김밥집이 모두 문을 닫았다고 햄버거를 사가지고 왔다.
원래 예상 도착시간이 새벽 4시였는데 깜빡깜빡 조는 사이에 버스가 조금 과속을 했는지 백무동 버스터미널에 3시 40분에 도착했다. 30분의 여유가 생겨서 조금 여유가 있다. 하계는 국립공원공단에서 문을 3시 넘으면 개방을 해 주는데 오늘도 우리가 도착한 시간에 맞춰서 문을 열어 주었다. 함께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은 거의 우리가 같은 코스르 지리산을 오르려는 사람인 듯하다. 커다란 배낭을 하나씩 메고 있다. 어두운 거리를 걸어서 백무동 입구로 이동한다.
태풍이 간접적인 영향으로 오늘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비가 내린다고 예보가 되어 있어서 폭우로 지리산이 통제되면 어쩌나하고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 입산통제는 되지 않았고, 제발 산을 오르는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달라고 기도했는데 산을 오르는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다. 산에 오르기 앞서 이쪽 코스를 처음 방문한 후배에게 백무동에서의 산행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을 해 주었다. 역시 예상한대로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대부분 우리와 같은 코스로 산행을 시작한다.
주위가 온통 어두운 가운데 산행을 시작한다. 야간 산행은 신경을 온통 발 아랫쪽에 쓰다보니 오히려 오르막을 그리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입구에서 장터목대피소까지는 5.8km. 천왕봉까지는 7.2km 떨어져 있다. 등산객이 많은 시기지만 야간에 산에 오르는 사람이 생각 보다는 많지 않아서 산길이 조용하고 한적하여 참 좋다. 하동바위 지나 참샘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휴식 시간을 갖는다. 시원한 참샘 약수로 정신을 추수린다.
부지런히 올랐더니 소지봉을 지나고 백무동에서 4km 떨어진 지점을 지날 무렵부터 잡목 사이로 지리산 능선이 어렵풋이 보여지기 시작한다. 오르막길 4km를 두시간만에 올랐으니 어지간히 빠르게 오른 셈이다. 어두운 배경에 사진을 찍어도 별로 건질 것이 없어 어두운 구간에서는 사진도 찍지 못하고 부지런히 올랐다. 장터목까지는 1.8km 남아 있다고 되어 있다. 동트기 전의 기온은 밤중보다 차가운 새벽기운이 감도는데 빨리 올라 왔더니 몸이 뎁혀져서 덥다는 느낌이다. 출발할 때 입었던 바람막이는 다시 배낭속에 넣어 버렸다. 장터목에서 일출은 볼 수 없겠지만 능선에서라도 일출을 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구름이 많아서 오늘 아침에는 일출을 보기 힘들 것 같다.
날이 점점 밝아 온다. 지리산 능선이 조망되는 망바위 근처에 도착했다. 잠시 등산로에서 벗어나 지리산의 능선을 바라본다. 아직 구름이 걷히지는 않았지만 언듯 언듯 멀리 반야봉의 모습도 보인다. 천왕봉에서 만나기로 했던 선발팀은 천왕봉으로 출발하지 않고 장터목에서 아침을 먹고 천천히 출발한다는 연락을 받아서 갑자기 여유로워졌다. 장터목에 들러 아침을 먹고 부지런히 따라갈 생각이었는데 이제 여유가 생겨서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빨리 오르면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다.
금방 도착할 줄 알았던 장터목대피소는 고개를 몇 개 넘어 산허리 돌아서 도착할 수 있었다.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서 종주코스의 주능선이 구름 속에 묻혔다가 다시 보이기를 반복한다. 아직 이른 아침이어서 구름이 많은 것으로 생각되는데 낮에는 구름이 걷혀야 할터인데 걱정이다. 오늘 일출을 보러 천왕봉에 올랐던 사람들은 구름 속에서 있었을 것 같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드디어 2일전에 성삼재에서 출발한 일행과 만났다. 우리는 무박 2일의 강행군을 하는데 비해 앞서 출발한 팀은 2박 3일간의 널널한 일정으로 지리산을 종주하고 있다. 성삼재에서 출발해서 노고단, 임걸령, 삼도봉을 거쳐 연하천에서 하룻밤을 자고 둘째날은 연하천에서 출발해서 벽소령, 세석평전, 연하봉을 거쳐 이곳 장터목에서 하룻밤을 잤다. 우리가 장터목에 도착하니 밥을 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덕분에 도착하자 마자 따뜻한 아침을 먹게 된다.
천왕봉에서 일출을 볼 생각이 없었던 일행들은 우리 두사람을 기다려 장터목에서 이른 아침을 하고 모두 함께 모여서 천왕봉으로 이동한다.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는 1.7㎞ 떨어져 있다. 산행을 잘하는 사람들의 걸음으로 한시간 정도는 걸리는 거리인데, 2박 3일 일정으로 지리산 종주를 하고 있는 선발팀은 그럴 생각이 없을 것이다. 출발하면서 단체 사진을 한장 찍고 출발한다. 원목이와 나는 어두운 새벽에 가파른 언덕길을 수도 없이 걸어 올랐는데, 장터목에서 제석봉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언덕길을 다시 오른다.
제석봉에서 청왕봉까지의 지리산 주릉 보이는것 마다 한폭의 그림이다. 잘 그려진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자연히 발 걸음이 느려 진다, 구름이 수시로 움직여 산 아래가 잘 보였다가 잠시후 다시 구름이 가득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겨울산행을 할 때는 이곳은 바람을 막아주는 곳이 없어서 항상 고생을 했던 구간이었다. 장터목에서 잠시 쉬면서 식사를 하는 동안 몸이 식어서 다시 출발하면서 윈드자켓을 걸쳤다. 오늘은 춥지 않은 시원한 바람이 좋다.
제석봉을 지나 조금 더 오르니 길이 좁고 바위, 돌, 철계단이 나온다. 드디어 통천문(通天門) 앞에 도착했다. 글자 그대로 풀어보면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결국 이 문이 세상과 하늘의 경계인 셈이다. 통천문 앞 길도 상당히 좁다. 장터목에서 천왕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통천문을 거치지 않고는 오를 수 없다. 산행객의 안전을 위해서 철제 계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너무 성의없이 만들어 놓은 느낌이다.
통천문을 통과해서 지리산의 정상 천왕봉까지는 500m 남았다. 지리산 주릉 가운데 제일 아름답고 멋스러운 절경 구간이다. 길이라고 말하기에 무색한 바위 덩어리를 지나야 한다. 구름과 어우어진 풍경은 매 순간이 동양화의 한폭이다.
드디어 천왕봉 바로 아래 공터에 도착했다. 하지만 해발 1915m의 천왕봉은 구름에 쌓어 있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정상에 모여 있는 산객들의 실루엣만 어른거린다. 게다가 바람까지 거세게 불고 있다. 어제 비가 많이 내린 영향인지 구름이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어 온통 축축한 느낌이다. 카메라도 비를 맞은 것처럼 축축한 느낌이다. 천왕봉에 자주 왔어도 하늘에 구름이 있었던 적은 많았어도 천왕봉이 구름에 쌓어 있는 것은 처음이다.
정상석 부근은 늘 붐비고 소란스러운데 오늘은 바람도 심하고 구름이 가득해서인지 모처럼 정면 사진을 찍기 편했다. 여유있게 사진을 찍을 수는 있지만 사진 상태가 별로다. 사진을 찍는 가까운 거리도 잘 보이지 않으니 산아래 풍경을 보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개인 사진과 단체 사진 몇 장을 찍고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반대편으로 이동해서 바람을 피하면서 간식을 먹었다. 아침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정상에서 약간의 휴식은 필요했다. 천왕봉에서 중산리 방향으로 하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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