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겨울이 끝나려면 조금 더 있어야 할 듯한데 날씨가 갑자기 풀려서 어제부터 비가 많이 내렸다. 이번 동문 산행은 불광역에서 모여 산성옛길을 따라 비봉을 올라서 사모바위와 대남문을 통해서 구기탐방센터로 내려올 계획이었다. 그런데 겨울철에 어울리지 않게 어제부터 비가 전국적으로 내리고 오늘까지도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서 코스를 급하게 변경하게 되었다. 비가 온다는데 위험하게 겨울 북한산을 오르는 것이 무리가 있을 것 같아서 변경하게 된 것이다.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참가신청을 했던 몇몇 동문은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
새벽에도 비가 조금 뿌렸지만 아침에 되면서 비가 그쳤다. 날씨는 흐리지만 더 이상 비가 오지는 않을 듯하다. 비봉을 오르는 대신에 불광역에서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는 북한산 둘레길 8, 9구간을 돌아보기로 했다. 그다지 어렵지도 않고, 위험한 구간이 없는 코스여서 무리가 없을 듯하다. 폭설이 내릴까봐 준비해둔 코스였는데, 산행 대신 둘레길 탐방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불광역에서 구기터널 방향으로 700여m를 이동하면 북한산 둘레길 8구간인 구름정원길(북한산생태공원-진관사입구)이 시작되는 북한산 생태공원이 나온다. 공원 한켠에 은평 둘레길 관광안내소가 보였지만, 이른 시간이 아님에도 문이 닫혀 있다. 북한산 둘레길 탐방이 처음인지라 이곳에서 둘레길 안내자료라도 하나 받았으면 했는데 겨울철이라서 운영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차리라 보이지 않았으면 기대를 하지 않았을터인데, 앞에 있는 둘레길 안내도를 보면서 대략 코스를 살펴 보았다.
북한산 생태공원 한쪽에서 트레킹에 앞서 준비운동을 했다. 어제 내린 비로 길도 미끄럽고 겨울철이라 몸도 굳어 있어 오늘 같은 날은 스트레칭이 필수다. 비가 온다는 예보때문인지 북한산 둘레길에 둘레길 탐방을 온 사람이 거의 없어서 공원도 우리 일행만 사용하게 된다. 사람들이 비가 온다고 하니 다들 몸을 사리는 모양이다.
제법 온다고 예보되었던 겨울비도 북한산 둘레길을 피해가는 모양이다. 덕분에 북한산 구름정원길을 여유있게 다녀 올 수 있었다. 둘레길 8구간인 구름정원길은 북한산생태공원부터 진관생태다리 앞까지 5.2km거리로, 2시간 조금 넘게 걸린다고 한다. 출발하기에 앞서 구름정원길이 시작된다는 표시판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한장 남긴다. 숲 위로 설치된 하늘다리가 있는 구간으로 물길과 흙길, 그리고 숲길이 조화를 이루는 길이라고 설명해 놓은 길을 걷기 시작한다.
북한산생태공원에서 출발한지 얼마 올라가지 않아서 시내 전망을 볼 수 있는 하늘 전망대가 나온다. 하늘전망대는 8구간 구름정원길의 포토 포인트라고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앞쪽으로 보이는 서울 시내의 모습도 좋지만 뒤쪽으로 보이는 북한산의 절경도 좋다.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은 곳에 있어서 휴식을 취하기에는 너무 이른 듯해서 사진만 한장 찍고 다시 이동한다. 겨울의 전망대의 풍경은 나무잎에 가려지는 것이 없어서 더욱 잘 보인다.
구름정원길의 하이라이트는 하늘 전망대를 지나서 이어지는 스카이워크 브릿지다. 구기터널 상단 지역의 계곡을 횡단하는 60m 길이의 테크 길이다. 이 다리를 걸으면 구름 정원을 산책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서 이 코스이 이름을 구름정원길이라고 붙인 듯하다. 하늘 다리를 건너면 다시 소나무 숲이 이어지고, 숲을 통과하고 나면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지나는 동안 주변 경관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데 이런 곳은 야간에 오면 전망이 더욱 좋을 것 같다.
둘레길 8구간은 불광동쪽의 아파트 단지를 따라서 이어지고 있었다.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 숲길이 바로 옆에 있어서 둘레길을 집근처 공원을 다니듯이 다닐 수 있을 듯하다. 중간 중간 시와 명언이 쓰여진 나무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어 볼거리를 제공했다. 마을과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다가 소박한 느낌의 쉼터가 나왔다. 앞서 전망대에서 쉬지 못했기에 쉼터에서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겨울인지라 나무잎에 하나도 남아 있지 않지만 숲이 우거졌을 때에는 이 쉼터가 꽤나 아득한 느낌이 들 것 같다.
구름정원길 구간은 흙길이 많이 나오는 둘레길 구간으로 경사가 급하지 않아서 트레킹하기 참 좋은 코스였다.오르막과 내리막 구간은 대부분 테크길로 되어있어 무릎에도 무리가 가지 않는다. 일부 구간에서는 바위로 계단을 만들어 놓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가족이 함께 다녀도 무리가 없는 코스였다.
기자촌 전망대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멀리 북한산 쪽두리봉이 보인다. 족두리봉 뒤로 향로봉으로 이어질텐데 쪽두리봉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이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간식 시간을 가졌다. 데크가 좋은 위치에 잘 만들어져 있어서 쉬기에 좋았는데 우리 일행이 독점해서 사용했다. 평소 사람이 많은 다니는 때라면 우리가 길을 가로막고 사용할 수 없는 곳이지만, 오늘은 둘레길에 나온 사람이 거의 없어서 가능했다. 아직 겨울이 끝난 것이 아니어서 움직임을 멈추고 쉬니 체온이 떨어지는 듯해서 빨리 겉옷을 걸쳐 입었다. 후미에 오는 일행을 기다리느라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구름정원길에서 이어지는 북한산 둘레길 9코스인 마실길은 코스 이름 그대로 가볍게 산책하며 갈 수 있는 길이었다. 구간도 짧고 길도 평탄해서 누구나 걷기 좋은 코스여서 특별히 찍은 사진도 없다. 단풍이 있는 가을이나 숲을 즐길 수 있는 계절에 방문해야 할 듯하다. 은평 뉴타운의 외곽길 정도가 되는 듯한데, 중간에 은평한옥마을도 지나치게 된다. 북한산 산행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비 때문에 오늘은 도보여행을 하고 있다. 마실길은 북한산 둘레길 가운데 가장 평탄하고 쉬운 길인 듯하다. 오늘 중간에 비가 내릴까봐 우의까지 준비해 왔는데 우의를 사용할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오늘 북한산 둘레길 8구간과 9구간 산책을 마치고 뒷풀이를 하기 위해서 송추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서 한참을 이동했다. 9구간이 끝난 삼천탐방지원센터 근처에는 식당이나 기타 편의시설이 거의 없는 지역이였기 때문이다. 도로를 따라서 이동하니 북한산 의상봉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북한산성 입구교차로에 도착했다. 걷다보니 북한산 둘레길 10구간의 끝부분에 가까이 걸어서 이동한 셈이다. 산에서 걸은 것보다 도로를 따라서 걸은 것이 더 많은 듯한 느낌이다. 몇 몇 동문이 식당을 찾는 동안 산성입구 교차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원래 북한산성 입구 근처에는 단체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많은 곳인데 비수기인 겨울철이고 더구나 날시가 궃어서 사람들이 오지 않을 것일라고 생각해서인지 영업을 하고 있는 식당을 찾는데 너무 힘들었다. 겨우 찾아간 맛집도 영업을 하지 않거나 일찍 문을 닫아 버렸다.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과는 달리, 20여명이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식당을 찾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다. 어렵게 식당 하나를 찾아 냈는데 넓은 장소에 우리 일행만 사용하게 되는 행운이...
닭백숙을 주문했는데 사전에 주문을 해 놓은 것이 아니어서 식사가 준비되어 나오기까지 또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느라 짜증이 날 수도 있었지만, 식당 전체를 우리가 사용했기에 선후배간에 정을 돈독하게 하는 여흥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지루하지 않았다. 비온다는 예보에 북한산 산행객이 많지 않아 호젖한 둘레길 산행도 했고, 산행후에는 식당 찾느라 조금 고생은 했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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