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산회 회원들과 함께 모처럼 산행을 했다. 최근 동문들과 산행을 하는 일이 많아져서 백산회 회원들과 산행이 뜸했는데 신년 들어서 꼭 함께 가자고 연락이 와서 산행을 함께 하게 되었다. 그런데 너무 추운날 산행을 하게 된다. 서울 아침 날씨가 영하 13도까지 떨어져서 오늘 같은 날에는 산에 가지 않고 집에서 쉬어야 하는데 약속을 해 놓았기에 산에 간다.
오늘 산행지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용인의 태화산이다. 용인시에서 가장 높은 산이 태화산(644m)이지만 접근성이 좋이 않는 관계로 잘 알려지지 않았고,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이어서 여유롭게 산행을 즐기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비교적 짧지 않은 코스지만 중간에 내려 올 수 있는 탈출로가 많이 있고, 급경사와 완만한 경사가 잘 어우러진 곳이다. 산행중에 조망이 트인 곳이 많아서 먼곳의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산이기도 하다.
오늘 산행은 도척면에 있는 추곡 저수지에서 시작한다. 저수지 앞 길이 굽어진 곳에 큰 식당 겸 카페 건물이 있고 조그마한 다리를 건너자마자 조그마한 길이 있다. 태화산 등산로라고 쓰여진 안내판이 보이는데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작은 송림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더 올라가면 은적암이라는 작은 절이 나타난다. 입구에서부터 절 아래 송림까지 차를 주차할 수 있다. 워낙 산행객이 많지 않은 산인데 오늘 날씨까지 한파가 몰아닥쳐서 우리 이외에는 산행을 하는 사람이 없는 듯하다.
산행계획을 잡을 때에는 은곡사에서 미역산 정상으로 올라가서 능선길을 따라 태화산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오늘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냥 태화산만 올라 갔다 오기로 했다. 은곡사에서 시어골로 바로 올라가는 계곡길을 선택했다. 태화산의 등산로는 광주 경안천 옆 3번국도에서 시작하여 백마산을 거쳐 노고봉을지나 태화산까지 이어지는 8시간 코스도 있다. 겨울철에는 부담스럽고 해가 길 때 가능한 산행코스다. 날이 워낙 추워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 오늘 산행에는 사진이 적다.
시어골로 오르는 길에 능선 가까이 오면 경사가 급한 편인데 새롭게 소나무를 많이 심어 놓았다. 산불이 난 자리에 새롭게 나무를 심은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나무를 베고 계획 조림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험한 골자기에 나무를 심느라 제법 고생했을 것 같다. 우리나라 산에도 그냥 나무만 심을 것이 아니라 이제는 경제성을 따져 가면서 수목을 선택해서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성이 없는 소나무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추운날씨 때문에 중간에 한번도 쉬지 않고 시어골 능선까지 올랐다. 능선에서 부터는 그다지 힘든 코스가 없다. 겨울이라 낙엽이 떨어져서 산 아래도 조망도 보이면서 편한 산행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걷기는 편한 능선길인데, 능선위로 올라오니 직접 바람이 몰아쳐서 훨씬 더 추어진다. 손도 시리고 얼굴도 추워서 고개를 들기가 어렵다. 찬바람이 정말로 매서웠다. 체감온도는 영하20도 이하로 떨어진 듯하다. 다행히 바닥에 눈이 조금씩 있었지만 아이젠을 착용할 정도는 아니다. 손이 시려서 아이젠을 착용하려고 생각하니 엄두나 나지 않았었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쪽에 눈이 녹지 않아 조금 쌓여 있는데 철쭉군락지라는 팻말이 보인다. 주변을 살펴 보니 키 큰 철쭉나무들이 제법 많이 있다. 한겨울에 분홍색 꽃이 핀 팻말이 어울리지는 않지만, 꽃이 피는 봄에 오면 장관을 이룰 듯하다. 철쭉 군락지를 조금 지나면 정상으로 오르는 힘든 경사가 한번 더 나온다. 비교적 태화산에 오르면서 경사가 있지만 그리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다. 봄에 여유를 가지고 온다면 제법 재미있는 산행이 될 것 같다.
통신시설에서 조금더 가면 큼직한 정상석(644m)이 있고 쉼터도 있다. 여기서 마구산, 백마산 가는 능선길이 연결된다. 하지만 정상쪽에 도착하니 날씨도 춥고 산행을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질 않아서 그냥 정상에서 하산하기로 한다. 간단한 간식거리를 여러가지 준비해 왔는데 열량을 내주는 쵸코렛을 제외하곤 다른 음식은 꺼내지 않았다. 그냥 산에서 내려가서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너무 추워서 음식을 먹다가 저체온증이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에서 휴식시간도 최소화했다.
정상에서 백련암쪽으로 내려가면 바로 원점 회기를 할 수 있는데 그늘이어서 길이 얼어 있을 듯해서 추곡리 마을회관 방면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내려가서 도로를 따라서 조금 돌아가는 편이 시간은 더 많이 걸릴 수 있겠지만 안전한 겨울산행을 하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추곡리 마을회관으로 내려가는 길은 양지면서 능선길이어서 정상부근을 제외하곤 편안한 산길이 이어졌다. 백련암으로 가지 않은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던 것 같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니 멋진 소나무 한그루가 보인다. 정상에서는 주위의 풍광을 볼 수 없었는데 오히려 조금 내려오니 주변의 풍경이 내려다 보인다. 날씨가 추워도 바위 절벽위에 있는 소나무를 배경을 사진 한장을 남긴다. 다행이 소나무가 있는 곳은 남향이라서 날씨가 포근한 느낌이다.
이후 추곡리 마을회관으로 내려 오는 길은 산책을 나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평이하고 좋았다. 백력암으로 가지 않을 선택이 좋았다. 다음에 날씨가 좋은 시절에 다시 오게되면 백련암과 병풍바위가 있는 쪽으로 산행을 가 보면 좋을 듯하다. 따스한 양지쪽으로 내려 오니 날씨가 추워도 땀이 흐른다. 추곡리에서 태화산 정상까지는 1.77km 거리다. 오늘은 산행을 하면서 정말로 다른 산행팀을 한팈도 만나지 못하고 내려왔다. 아무리 산에 사람이 없어도 그 정도는 아닌데, 아마 오늘 같은 날씨에 산행하는 사람들이 비정상이었나 보다.
태화산에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중에 하나가 접근성이 불편하다는 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시내버스가 너무 뜸하게 다니고, 주변에 전철이나 지하철도 없으니 차량을 가지고 와야 한다. 차를 가지고 오더라도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와야 하니 아마 불편한 모양이다. 우리도 추곡리로 내여와서 유정저수지를 끼고 다시 은곡사로 가는 태화산 입구로 되돌아와야 했다. 많이 걸은 것은 아니지만 은근히 불편하다. 태화산 입구로 가는 길에 있는 유정저수지는 추운 날씨에 온통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산에서 밥도 먹지 못하고 내려온 산행이었기에 다음에는 따스한 날에 다시 한번 와 보기로 마음먹었다. 차를 타고 용인 시내로 나와서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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