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선자령 산행 - 9차 동문산행 (2016.1.9)

남녘하늘 2017. 10. 18. 00:36


 선자령 겨울 산행을 3년만에 대학동문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선자령에는 12월 보다는 1월과 2월에 눈이 많이 내리기 때문에 일부러 1월에 맞춰서 눈꽃 산행을 생각하고 왔는데 이번에는 시기를 잘 맞추지 못했다. 선자령은 겨울철에 영서지방의 대륙 편서풍과 영동지방의 습기 많은 바닷바람이 부딪쳐서 우리나라에서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인데 영동지방의 습기가 별로 없었던 모양이다. 강릉과 평창의 경계에 있는 선자령은 눈과 바람, 그리고 탁 트인 조망이라는 겨울 산행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는 곳인에, 오늘 산행에서는 눈이 빠져 버렸다. 선자령은 해발 1,157m로 높지만 대관령휴게소가 840m로 정상과의 표고차 317m밖에 되지 않고 긴 능선을 통해 산행하게 되므로 일반인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대관령 휴게소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곳까지 오늘은 눈의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 곳의 날씨는 아침 영하 13도까지 내려가고 한낮에도 영하 5도정도로 많이 추웠다.   





 산행은 대관령옛휴게소에서 시작한다. 5분 정도 걸으면 대관령 기상관측소 가는 안내표지판이 있다. 여기서부터 30여분 정도 비교적 완만한 도로를 따라 걷는다. 도로를 따라 30여분 걷다 보면 선자령 등산로라는 작은 안내판이 보이고 이곳에서 왼쪽 등산로로 들어 선다. 이곳까지는 포장된 도로이고 이후 흙길을 따라서 오르는데 주변에 눈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최근에 아예 눈이 내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산 아래쪽에서는 바람이 많지 않았는데 능선으로 오르니 바람이 심하게 불고 엄청 추워진다.    





 정상 아래쪽에는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이 풍력발전기가 강릉시 전력소비량의 60%를 담당한다하니 대단한 발전량이다. 픙력발전기가 있는 언덕에는 눈이 조금 남아 있다. 사람들이 가지 않는 북사면에 남아 있는 눈으로 오늘 산행을 하면서 본 유일한 눈이다. 요즘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많은데, 이렇게 산 정상에는 풍력발전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아 선자령의 풍력발전은 일종의 특혜다. 바람이 사시사철 좋아서 양질의 발전이 가능한 곳이다.    






 눈꽃 산행을 생각하고 왔는데 눈이 없으니 산행의 재미가 많이 떨어진다. 그나마 능선길에서 산 아래로 강릉앞바다도 보이고 반대편으로 첩첩산중의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풍력발전 단지를 800m 쯤 더 걸어 올라가야 정상이 나온다. 사진으로는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고, 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부는지 알 수 없지만 엄청나게 추워서 빨리 정상을 밟고 돌아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찬 바람이 너무 불어서 사진을 찍는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날 선자령 정상 부근에는 심한 북풍이 거섹[ 불었다. 정상 부근의 온도는 영하 5도 아래도 내려갔는데, 바람때문에 체감온도는 영하 15도 이상이었던 것 같다. 선자령에는 항상 산행을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붐비는 곳인데 오늘은 눈이 없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어서인지 정상에서도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다들 선자령처럼 편하게 접근하면서 눈을 볼 수 있는 계방산이나 덕유산 쪽으로 가버린 듯하다. 우리도 눈이 없으면 다른 산으로 쉽게 바꾸어서 가도 되는데 다들 한번 정하면 산행지를 쉽게 바꾸지 못한다.  유연성이 없이 너무 경직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눈이 없다는 내용을 알고 눈을 볼 수 있는 계방산으로 변경했으면 하고 생각은 했지만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 






 오늘도 선자령 정상은 바람도 많고 불고 강하게 불어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남쪽 능선 아랫쪽으로 조금 이동해서 간식을 먹었다. 넓은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몇사람씩 모여서 간단히 식사를 마쳤다. 간식을 하는 동안 장갑을 벗었더니 손이 곱아서 다시 손을 녹이느라 고생을 했다. 겨울 바람의 초속이 1m 빨라지면 체감온도는 0.6도씩 내려간다. 사람의 체온이 34도로 아래로 내려가면 근육이 굳어지면서 몸이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31도가 되면 의식을 잃어 버린다. 저체온증을 특히 조심해야 하는 것이 겨울산행이다. 겨울산행은 보온과의 싸움이다. 장갑을 벗어 손은 곱았지만 따스한 것을 먹고 간식을 했더니 힘이 난다.     








 하산 길에 칼바람이 잦아지는 산 중턱에서 산중 음악 콘서트가 열렸다. 유난히 노래를 잘하는 회원이 많은 동문산악회인지라 산행때마다 한두곡 노래를 불렀는데 오늘은 특별히 차원 높은 노래를 불러주는 선배 두분이 참석해서 엄청난 가창력을 보여 주었다. 이원규선배와 한광접선배가 이태리 가곡을 부르니 지나가는 산행객들도 그냥 가지 못하고 노래를 듣고 박수를 쳐 주고 지나간다. 바람이 불지 않았어도 추운 날씨가 많은 회원의 노래를 듣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따스한 봄철 산행을 오면 산중 음악회가 될 듯 싶다.  






 산에서 간식은 했지만 다시 황태가 유명한 황태회관으로 옮겨서 늦은 점심을 했다. 오늘 산행에 참가한 39명의 회원이 따뜻한 식당에서 뜨끈한 국물을 마시니 산에서 느꼈던 한기가 물러 간다. 워낙 맛있는 집으로 소문이 난 듯 따로 예약석도 마련해 주지 않는 집이였는데, 역시 손님들도 많고 황태국으로 먹으니 회전시간도 짧은 듯하다. 회전율이 놓으니 예약을 따로 받지 않는 모양이다. 굉장히 넓은 식당이었는데 그래도 다행히 식당 한쪽에회원 모두가 않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선자령 바람 속 음악회에서 부르지 못한 음악을 식당에서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미리 식당에 이야기해서 양해를 구해 놓았는데, 산에서 이태리 가곡을 불렀던 한광접선배와 이원규 선배가 건배의 노래를 불렀는데, 다른 산악회 사람들이 앵콜을 할 정도였다. 괜히 내가 노래를 부른 것처럼 신이 난다. 식당 여사장은 노래를 잘 들었다고 맥주를 서비스로 내어줄 정도였다. 오늘 산행은 눈이 없고 너무 추워서 조금 고생스러웠지만, 산행을 마치면서 귀가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