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동문 산악회에서 운길산 산행을 하게 되어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10시에 운길산역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는데 집에서 운길산 역까지 지하철을 이용해서 가려고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해서 오늘은 차를 가지고 가기로 했다. 차를 가지고 가는길에 근처에 살고 있는 이병덕선배님과 이영우 회장님을 모시고 가는 편이 좋을듯해서 함께 모시고 가게 되었다. 운길산으로 가는 길이 주말이 되면 많이 막히는 도로인지라 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서 조금 일찍 출발한다는 생각으로 집에서 나섰다. 그런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아서 모이기로 한 운길산역에 9시경에 도착했다. 모이는 시간이 10시인데 조금 빨리 도착한 셈이다. 그래도 회장을 모시고 가면서 늦게 갈 수가 없어서 일찍 출발했는데 가서 기다리는 편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사람들이 모일 때까지 여유를 부리면서 주변을 돌아 보았다.
10시 다되어서 회원 30여명이 모여서 산행을 시작한다. 몇일전 서울 근교에는 눈이 많이 내렸지만 그 사이에 날씨가 포근해서 눈은 거의 다 녹았고, 일부 구간은 땅이 마르지 않아서 신발에 흙이 많이 묻는다. 운길산의 산행의 시작은 운길산역부터다. 최근에 운길산도 방문할 기회가 많아졌다. 이곳도 전철이 개통되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되었기 때문이다. 운길산역에서 운길산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마을 하나를 통과해야 하는데 주변에 안내판이 허술하지만 여러번 온 덕분에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마을을 지나 산으로 오르는 입구가 나왔다. 산으로 오르는 구간은 햇살이 비추는 남향이어서 흙이 모두 말라서 산행을 하기에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운길산은 610m나 되는 산이기 때문에 적당한 경사도 있고 조금 힘든 구간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 힘든 산은 아니다. 초반부터 경사가 있어 몇몇 일행이 조금 힘들어하기는 했지만 급하게 산행을 마쳐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가급적 보조를 맞추어 산행을 한다. 나는 몸에 열이 많아서 산행을 시작하자 바로 외투는 벗어서 배낭에 넣어 버렸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지 30여분 지나서 한번 휴식을 취해 주었다. 이제는 겨울산행 채비를 준비하고 왔지만 산에 오르면 체온이 올라 두터운 겨울 복장을 입고 오르기에는 다소 부담이 되는 탓이다. 겉옷을 벗어서 배낭에 매달고 조금은 가벼운 복장으로 산에 올라야 한다. 쉴때는 체온손실을 줄이기 위해 입고, 움직일때는 되도록 가볍게 입고 움직이는 것이 겨울산행의 원칙이다. 초보 산행객이 많아서 산행의 속도를 낼수도 없고, 또 급하게 가야할 이유도 없는 산행이다.
오르는 길에 잠시 수종사에 들르기로 한다. 주차장에서 일주문을 지나면 관음보살상이 서 있고 이곳을 지나면 계단이 있고 계단의 끝에 수종사가 나온다. 계단은 그리 많지 않고, 일주문에서 그다지 멀지 않다. 우리는 한시간 넘게 열심히 걸어서 올랐는데 운길산 수종사는 차를 가지고도 올 수 있는 사찰이다. 그래서 수종사 주차장까지 차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고 한다. 편안하게 절에 올라 북한강을 내려다 볼수 있고 다실에서 차한잔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낙엽이 떨어지고 나면 내려다 보이는 풍광이 더욱 멋있다.
수종사에는 오 백년된 은행나무가 한그루 있다. 하늘을 향해 커다란 팔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은행나무는 그냥 보아도 오래되고 사연이 있어 보이는데, 수종사와 이 은행나무는 세조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세조가 오대산 상원사에서 문수보살을 만나 부스럼을 치유 받은뒤 서울로 돌아오면서 산에서 종소리가 들려 신하들을 시켜서 가보라고 했단다. 이곳 암굴에 십팔나한상이 있고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종소리를 내고 있어, 세조는 이곳에 수종사를 세우고 은행나무를 심었는데 지금은 은행나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양수리와 한강의 조망이 아주 멋있는데,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팔당호의 모습은 일찌기 서거정이 동방의 사찰 중 전망이 제일이라고 격찬했다고 한다. 수종사 다실(삼정헌)에는 무료로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성의껏 보시함에 넣어야 하겠지만 지켜보는 사람이 없어 그냥 간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여름에 오면 한번 이용해 봐야겠다.
일부 회원은 정상에 오르지 않고 수종사 차실에서 차를 마시면서 쉬고 있다가 바로 하산해서 식당으로 가겠다고 한다. 집사람도 오르지 않고 차한자 하고 싶어 했지만 내가 억지를 부려서 함께 올라갔다. 출발할무렵 일부 회원이 목소리의 통이 높아졌는지 절에서 일하는 사람이 눈살을 찌푸린다. 자비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할 사람이 목소가 조금 커졌다고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보니 그 사람도 아직 수양이 덜 되었다는 생각이다. 누군가의 49제를 지낸다고 하는 모양인데 그런 여유도 없이 종교생활을 한다고 하니 답답하다. 물론 우리 일행이 방해가 되었다면 미안한 마음이지만 그것이 그런 눈살 찌푸릴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수종사에서 휴식을 마치고 다시 정상을 향해서 이동했다. 별로 높지 않은 산임에도 산아래와 윗쪽의 기온차이가 느껴진다. 가파르게 계속 오르막이 이어지는 산행이라 그리 쉽지만은 않았지만 운길산 정상에 도착했다. 운길산 정상(610m)에서 날씨 좋은 날은 북한산과 도봉산까지 보이는데 오늘은 날이 맑아서 그 산들이 모두 보인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앞쪽으로는 한강 조망도 좋은 곳인데 한강도 깨끗하게 내려다 보인다. 운길산에 올라서 이 정도의 맑은 날을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오늘은 날을 잘 선택한 모양이다.
정상 데크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간식 시간을 가졌다. 오늘은 정상에 우리 일행을 제외하곤 다른 산행객이 많지 않아서 테크에 빈 좌석도 많고 붐비지 않아서 좋았다. 오늘도 나는 간식과 함께 감말랭이를 준비해 갔는데 다른 회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내어 놓기가 바쁘게 회원들이 좋아하면서 많이 먹었다. 맥주도 두캔 준비해 갔는데 다른 사람들이 준비한 술을 마시느라 내 것을 따로 먹을 기회가 되지 않아서 그대로 가지고 돌아왔다. 내가 술을 마시지 않지만 무거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기가 그래서 다시 가지고 되돌아왔다.
내려 오는 길에 수종사쪽으로 갈 수 있는 계곡을 선택하지 않아서 수종사에 있는 사람들에게 바로 식당으로 출발하라고 말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정상까지 오지 않아서 우리보다는 훨씬 빨리 내려갈 것이다. 해발 610m의 운길산을 오리 내리는데 대략 4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빨리 갔다 오면 2시간이면 가능할 것 같은 산인데 나이가 있는 회원들이 있어 쉬엄 쉬엄 쉬었다 가느라 편한 산행이 되었다. 일전에는 운길산역에서 출발해서 운길산, 적갑산, 예봉산을 거쳐 다시 운길산역을 내려 오느 다소 긴 원점회기 산행도 한 적이 있는데 동문들과 하는 산행은 강도에서 많이 약하다.
휴식을 포함해서 4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다시 마을로 내려 왔다. 요즘 걷기 열풍이라고 하는데 이곳에서 다산길 제 5구간으로 표시되어 있고 5구간의 이름이 문안산길로 되어 있었다. 다산길 5구간은 운길산역에서 피아노화장실까지 17.2km라고 표시되어 있다. 다음에 여유가 되면 다산길도 한번 걸어봐야 할 것 같다. 마을을 가로질러 가는 논 길도 데크로 만들어 놓았는데, 다니기는 편하지만 너무 과잉투자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눈두렁까지 데크길이라니...
장어집에 내려오니 산행에는 참석하지 못했던 회원 몇 사람과 수종사에서 바로 내려온 회원들이 미리 도착해 있었다. 운길산 산행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장어집을 찾곤 하는데 운길산 주변이 장어를 사육하는 곳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언제부터 장어집으로 유명해 졌는지 모르겠다. 맛있게 잘 먹기는 했지만, 오늘 산행을 하면서 소비한 카로리에 비해서 훨씬 더 잘먹을 것이 아닌가 싶다. 운동량이 많아야 하는데 오히려 섭취량이 많은 산행이 되어 버렸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던 집사람이 동문산행을 하면서 맥주 몇잔 마시는 것 같아서 오늘은 태클을 걸었다. 옆에 있는 선후배들이 자꾸 권하는 모양이다.
올해 처음 결성되어 시작한 동문산악회의 송년 산행을 운길산 산행으로 마쳤다. 첫 두번의 산행은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후 가급적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고 생각했더니 출석률이 좋은 편이다. 부담없이 만날 수 있는 회원들이고,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만날 수 있는 회원들이어서 편한 산행을 이어가고 있다. 내 산행 수준에서는 다소 미치지 못한 경향은 있지만, 사람이 좋아서 가는 산행이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히 집사람이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동문들과 함께 다니는 것이 딱 맞는 것 같다. 내년에도 좋은 산행이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나의 생각과 생활 >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토회 북한산 산행 (2015.12. 26) (0) | 2017.10.16 |
---|---|
불암산 산행 - ITC 산악회 (2015.12.19) (0) | 2017.10.12 |
도봉산 산행 - 7차 동문산행 (2015.11.14) (0) | 2017.09.28 |
아차산, 용마산 산행 - ITC 산악회 (2015.10.30) (0) | 2017.09.08 |
원도봉산 산행 - ITC 산악회 (2015.9.19) (0) | 2017.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