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마라톤클럽에서 하계 전지훈련을 용현계곡이 있는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로 떠났다. 참가 인원이 150여명 가까이 되어서 관광버스 3대가 운용될 정도로 많은 인원이 동참했다.수원에서 가깝지 않은 지방으로 훈련을 떠나는데 많은 인원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클럽 운영이 잘 되고 있다는 객관적인 증거라고 생각된다. 수원에서 용현리까지 거리가 90여km떨어져 있어 1시간 20여분만에 도착했다. 서산이라고 해서 굉장히 멀다고 생각했었는데 수원에서 출발해서인지 그다지 멀지 않았다. 고향식당을 미리 예약해 놓아서 전지훈련을 마치고 나서 2부 행사를 식당에 딸린 운동장에서 하기로 했다. 용현계곡은 주변에 보원사지도 있고. 개심사, 남연군묘도 있어 볼거리도 많은 곳이였다.
서산 아라메길은 서산의 문화유산 산과 바다를 아우르는 길로 서울의 북한산 둘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처럼 모든 코스가 이어져 있는 길이 아니라 서산의 절경을 따라 흩어져 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는 제 4코스로 원효깨달음길이라고 명칭이 붙어 있었는데, 용현계곡입구에서 덕산도립공원까지 이어지는 길이였다. 전국에 걷기 열풍이 이곳에도 전해져서 이런 길이 만들어진 모양이다. 한번씩 시간을 내어서 다녀보면 좋을 듯한데 시간 내기가 아직은 어렵다.
주차장 입구에 우리클럽 전지훈련을 왔다는 프랜카드가 걸려 있었다. 아마도 집행부에서 미리 와서 설치를 해 놓은 듯하다. 하루 종일 진행하는 것을 살펴보니 1년의 행사중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써서 준비하는 행사인 듯하다. 그냥 참가비만 내고 다른 회원들을 따라서 오기만 했는데 행사가 끝날 무렵에는 집행부의 수고에 미안함이 들 정도였다. 다음에 기회가 주어지면 나도 봉사를 해 보아야겠다.
오늘 하계훈련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임도를 따라 산악 달리기를 하기로 되어 있고, 달리기를 하지 않는 회원과 가족들은 달리기를 하는 두어시간 동안 주변에 있는 개심사와 남연군묘를 다녀 오는 것으로 했다. 몇일전 내린 비때문에 도로가 아직 습기를 머금고 있어서 안전에 유의해서 달리라는 훈련팀장의 이야기가 있었다. 부상 방지를 위해서 미리 준비 운동도 신경써서 했다. 사방이 울창한 숲이지만 정오로 갈수록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한다. 즐겁게 달려볼 생각이다.
오늘 서산까지 내려온 목적이 전지훈련이기 때문에 산악 임도를 20km정도 달리기로 되어 있었다. 식당앞에서 출발해서 보원사를 지나 용현자연휴양림을 지나고, 산으로 올라가서 임도를 따라서 옥양봉을 한바퀴 돌아서 오는 코스다. 각자 수준에 맞추어서 거리를 조정하게 되어 있었는데, 어짜피 멀리까지 훈련을 나왔으니 가장 멀리까지 갔다 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용현계곡도 처음 와 본 곳이고 용현자연휴양림도 처음 온 곳인데 계곡과 숲이 상당히 좋았다. 다음에 가족과 함께 와 보아도 좋을 듯하다.
용현 계곡을 지나서는 임도를 따라서 달리기를 이어갔다. 긴 오르막과 긴 내리막이 반복되어 온 몸이 땀범벅이 되었지만 함께 달리는 동료가 있고, 숲이 좋아서 뛸만했다. 언제 이런 멋진 환경에 와서 또 뛰어 볼 것인가 생각하니 달리기가 즐겁다. 가끔 산행을 온 사람들을 만나곤 했는데 이런 산속을 달리기 복장을 하고 뛰어가니 놀란다. 중간 중간에 급수를 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있었고 옥양봉 정상 근처에서는 클럽 회원들이 수박과 여러가지 먹거리를 준비해 놓아서 잘 먹었다. 제대로 하계훈련을 한 것 같다.
임도를 따라서 다시 갈림길이 있던 용현자연휴양림이 있는 곳까지 되돌아 왔다. 이곳도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자연휴양림 중에 한곳으로 23개의 객실이 있고, 야영장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숲이 너무 좋고 주변에 볼거리가 많아서 한번 예약을 해서 쉬고 가도 좋을 듯하다. 잘 모르고 있던 곳을 알게 되어서 기쁘다. 자연휴양림 앞부터는 도로가 잘 되어 있어서 부상의 위험이 없는지라 편하게 출발점으로 되돌아 왔다. 임도에서는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부상때문에 엄청 신경을 쓰면서 뛰었다.
결승점에 돌아오니 역시 회원들이 급수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더운 날씨에 산을 세시간동안 뛰어 다녔더니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생각했던 것보다는 힘은 들었지만 기분은 엄청 좋다. 제대로 훈련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혼자였다면 중간에 포기하고 걸었을지도 모르는데 비슷한 주력을 가진 회원들과 함께 달렸기 때문에 끝까지 들어올 수 있었을 것이다. 결승점에 들어와서 먹는 수박 화채와 시원한 음료가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해준다.
달리기를 마치고 나서 2부 행사가 진행되었다. 오늘 행사는 고향가든이라는 식당을 통째로 빌려서 진행되었다. 수원마라톤클럽에서는 매년 전지훈련때 그해에 회갑을 맞은 회원을 축하해주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오늘 회원중 한명은 고희를 맞으셨고, 12명이 회갑을 맞이했다. 요즘 회갑이라고 해서 특별한 행사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마라톤클럽에서 회갑행사를 해주고 있어 신선했다. 아직 클럽에 가입한지 1년에 되지 않아서 모든 행사가 새롭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중에 하나가 운동때문에 건강해져서인지 다들 술을 잘 마신다. 건강하려고 운동하는데, 건강하다고 해서 술을 많이 마셔 건강을 해치지 말하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우리 마라톤 클럽에도 술을 잘 마시는 회원들이 꽤 많이 있다.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하는 나로서는 술로 사람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오늘도 눈치를 보면서 적당히 마시느라 힘들었다. 2부 행사가 회갑기념 축하에서 부터 각종 게임진행과 조 대항 족구대회 등 다채롭게 열렸다. 다들 체력이 정말로 좋다.
못하는 술을 억지로 마시다 보니 내 체력으로는 감당을 하지 못할 것 같아 행사장에서 잠시 벗어나기로 했다. 눈에 보이면 반갑다고 한잔 권하는데 거절하기도 어렵고, 보이지 않으면 찾아와서 권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행사에서도 회원들이 집에서 떠나 지방에 와서 일찍 집에 가야 하는 부담도 없으니 더 마시는 듯하다. 아침에 달리기를 하면서 식당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있던 보원사지를 한번 둘러 보기로 했다. 술도 덜 마시고, 마신 술도 깨기 위해서였다.
보원사지는 백제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오랜 시간 이어왔던 절터로, 현재 남아있는 대다수의 문화재들이 보물급인 가볼만한 관광지라고 한다. 입구에 있는 보원사지에 대한 설명을 읽어 보니, 굉장히 융성했던 사찰의 터로 사적 제316호로 지정되어 있었다. 아직도 발굴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보이는데, 사찰터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백제시대외 통일신라와 고려시대의 것까지 다양한 것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보물 103호인 당간지주부터 여러점의 보물을 가지고 있는 보원사지다.
보원사지 설명문을 지나 조금 더 가면 당간지주가 나온다. 당간지주를 통해 절의 방향을 알 수 있다. 당간지주에서 5층 석탑이 있는 곳까지는 제법 멀리 떨어져 있어 옛날 보원사지의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당간 지주를 지나 보원사지로 가는 중간에 조그마한 개울이 흐르고 있다. 용현자연휴양림이 자리 잡은 용현 계곡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보원사지를 가로질러 흐른다. 물이 제법 깨끗한데 계곡물이 흐르는 중간중간 갈대 등 많은 수초들이 자연정화 기능을 해주는 듯하다. 개울을 지나 보원사지로 넘어가 본다.
고려시대 석탑인 보원사지 5층 석탑은 보물 제104호로 지정되어 있다. 석탑 뒷편으론 아마도 사찰 건물이 서 있었을 것 같은데, 현재는 그 흔적만 남아 있다. 양식은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기의 양식이라고 하는데 부여 정림사지 5층탑을 닮았다. 1960년대 말 해체 복원하면서 사리와 관련된 많은 유물이 출토되어 부여박물관에 전시 중이라고 한다. 혼자서 절터에 왔더니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 한명도 없어, 어렵게 셀프 타이머를 이용해서 사진 한장을 남긴다.
왼쪽의 비석은 보물 제106호인 서산 보원사지 법인국사탑비이고, 오른쪽 부도는 보물 제105호인 서산 보원사지 법인국사탑이다. 부도탑은 승려가 죽은 후 무덤을 대신하는 것이고, 탑비는 보통 그 승려의 일생을 글로 담아 놓는 것이다. 법인국사는 신라말에서 고려초까지 살았던 고승으로 이곳 보원사에서 입적했다고 한다.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흔히 보이는 비석과 부도탑이지만, 천년이 넘은 역사성과 고려전기의 석조양식을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보물로 지정된 모양이다.
부도탑과 탑비 뒷쪽으로 아라메길로 연결되는 산길이 있었다. 일반 도로를 따라서 아라메길이 이어지는줄 알았더니 이런 산길로 길이 이어지는 모양이다. 아라메길 입구에 장승이 세워져 있었다. 시간만 된다면 트레킹 혹은 등산 겸해서 걸어보기 좋은 길이라고 생각된다.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더 돌아다니기에는 무리가 있어 빨리 행사장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
보원사지에서 출토된 유물이나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부여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전 보관되고 있다고 한다. 백제의 금동불, 통일신라 후기의 철불, 고려 초기의 철불 등이 대표적인 유물이다. 보원사지에서 출토된 유물 사진을 알려주는 그림판도 있어 얼마만큼 많은 유물이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상당히 오랜 기간 발굴이 이루어졌는데 금당지와 5층석탑 주변은 마무리가 된 듯하다. 발굴된 석재를 한 곳에 모아 놓았고 발굴 현장은 잔디를 깔았다.
오늘 서산으로 하계 전지훈련을 온 덕분에 좋은 장소를 하나 더 알게 되었다. 짧은 시간을 이용해서 보원사지를 둘러 보았는데 다음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한번 더 둘러 보아도 좋을 곳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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