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이부스키마라톤('18.1)

이부스키 마라톤 9-7 (결승점 풍경, 검은모래 온천 등) (2018.1)

남녘하늘 2019. 3. 22. 00:13


 이브스키는 전형적인 일본의 시골 농촌지역이다. 대부분의 주로는 논밭을 가로지르는 코스이고 일부 구간은 바닷가를 지나는 구간이다. 가고시마는 두 개의 반도가 긴코완(錦江灣)을 크게 감싸고 있는 모양이다. 두 개의 반도가 바다를 향해 나란히 뻗어있는데 그 중 한쪽 끝이 이부스키가 있는 나가사키바나(長崎鼻) 곶이고, 또 다른 끝자락이 사타미사키(佐多岬) 곶이다. 매번 이부스키에 와서는 달리기만 하고 가는데 다음에는 이부스키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주변 관광을 한번 해 보고 싶다. 이제 남은 거리가 1km 남짖 남아 있다.  






 드디어 결승점에 도착했다. 36km 지점에서 긴팔 상의를 벗고 나시 티셔스를 입고 힘들게 들어왔다. 나처럼 어깨걸이 셔스만 입고 달리는 사람이 없다. 처음부터 가볍게 입고 뛰어야 했는데 요즘 대회에 자주 출전하지 않아서 달리기에 대한 감이 떨어진 결과이다. 중간 더워서 고생을 했지만 윗도리를 벗고 나서는 편하게 들어왔다. 운동장에는 바람 한점 없이 완연한 봄날이다. 서울에서 영하 15도의 날씨를 경험하고 왔는데 이곳의 날씨는 너무나 좋다. 뛰지 않고 운동장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그래도 쌀쌀한 모양이다.   





 결승점을 통과하니 함깨 달리다가 조금 먼저 도착한 정진우선배님과 함께 오늘 대회에 참석하지 않고 주변 구경을 하고 있었던 이준헌선배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록은 5시간 을 넘기지는 않았지만 즐겁게 완주한 것에 만족한다. 오늘도 달리면서 즐기고 사진도 많이 찍어 왔으니 내가 목적으로 했던 즐겁게 달리기에는 충실한 셈이다. 결승점에는 중간에 되돌아 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규운 선배가 태극기를 준비해 놓고 있어서 잠시 빌려와서 태극기를 들고 포즈를 취해 보았다.    







 결승점에서 조금 늦게 들어오는 일행을 기다려 사진을 몇 장 더 찍어주고 실내체육관으로 이동한다. 추위를 대비한 대형 타월도 나누어 준다. 이곳 마라톤 대회는 다른 곳과는 달리 완주 메달은 지급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완주 메달이 기념이 되는데 낭비적 요소라고 생각해서인지 완주 메달을 주지 않았는데 조금 아쉬움 느낌이다. 다른 때에는 물품을 나누어주는 자원 봉사 학생들과 사진도 함께 찍는데 오늘은 그것을 까먹고 그냥 지나쳤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복장을 잘못 선택한 바람에 대회에서 힘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브스키 마라톤대회의 장점중에 하나는 대회 종료후 현장에서 바로 기록증을 받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결승점에 도착하면 바로 자신의 기록을 운동장 입구에 게시해준다. 대형 타월을 받고 운동장 한가운데 있는 부스로 이동하면 자원봉사자들이 배번을 먼저 보고 기록증을 바로 출력해서 준다. IT가 훨씬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기록증을 현장에서 발급하면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텐데 왜 비용을 들여가면서 우편발송을 고집하는지 알수가 없다. 내 기록은 4시간 44분 44초의 기록이다. 4라는 숫자가 5개가 연속으로 되어 있는,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만들 수 없는 기록이 나왔다. 참가자 13,235명중 2,384등이다.     






 우리가 들어오니 운동장 한켠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벌써 대회 시상식이 열리고 있었다. 상을 받는 선수와 관계자들만 모여서 조촐하게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 행사장을 배경으로 기록증을 들고서 사진을 찍었다. 낮에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아서 운동장에 있어도 춥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옷을 갈아입는 것이 급하지 않았다.   






 실내체육관으로 돌아와서 옷을 대충 챙겨입고 나왔다. 역시 5시간만에 돌아와도 체육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레 놓아두었던 짐은 그대로 있다. 이부스키 마라톤 대회의 또 다른 장점 중에 하나는 대회를 마치고 들어오면 단팥죽과 주먹밥, 따뜻한 국물의 우동 등 여러가지 먹거리를 준다. 달리기를 하지 않은 가족들은 구입해서 먹어야 한다. 지난 대회에서는 불을 피워 놓고 찐고구마를 바로 바로 주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보이지 않아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대회에서의 먹거리는 주로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도 다른 대회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음에 다시 한번 더 참가할 생각이다.   






  대회 안내 책자에 함께 붙어 있던 음식 교환권을 가지고 가면 우동과 주먹밥, 단팥죽 그리고 찐 고구마를 받을 수 있다. 날씨가 포근해서 바깥에 있어도 춥지 않으니 그냥 잔디밭이나 먹거리 부스 근처 아무 곳에 앉아서 먹을 수 있었다. 수많은 참가자와 가족들이 대회장을 메워도, 그 많은 식수 인원이 식사를 마쳐도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는 이곳 사람들의 철저한 의식구조가 신기하기만 하다. 음식을 먹고 나서도 정해진 장소에 가서 깨끗하게 분리처리를 한다.   






 대회 주최측에서 준비해준 먹거리를 먹었더니 배가 불렀다. 달리면서 지역 주민이 주는 것을 먹어 이미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다시 들어와서 많은 것을 나눠주어서 결국 고구마는 먹지도 못하고 챙겨왔다. 후쿠오카로 돌아오는 열차에서 먹었더니 한국에서 먹는 고구마보다. 훨씬 맛있는 고구마였다. 이부스키의 특산품이라고 한다. 이부스키 마라톤 대회는 제한시간이 8시간이어서 아직도 운동장에는 늦게 도착하는 주자들이 많다. 





 오후 2시 30분까지만 운동장에서 기다리고 그보다 늦게 들어오는 일행은 함께 검은모래 온천을 하지 않고 이부스키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모두 2시 30분전에 들어왔다. 운동장에서 모래찜질을 할 수 있는 사라쿠(沙樂)회관까지 이동하는 교통편이 없어서 마라톤선수들이 오고 있는 주로를 거꾸로 걸어서 3.5km이상을 이동했다. 아직 제한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교통통제가 풀리지는 않았지만 거의 제한시간 가까이 되어서 들어오고 있는 주자들이 보였다. 이제는 달리는 사람들보다는 힘겹게 걷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그럼에도 얼굴은 기쁨에 넘쳐 있고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검은모래 온천에 도착할 때까지 주자가 끊임없이 지나친다.   





 스나무시카이칸 사라쿠(砂むし会館 砂楽). 검은모래찜질과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시설로 이부스키시에서 직접 운영한다고 한다. 찜질과 온천을 이용하면 910엔이고 온천만 이용하면 610엔이다. 타월을 준비해가지 않으면 타올값 110엔을 따로 받는다. 내가 미리 도착해서 일행들의 입장권을 미리 준비해 놓았다. 멀리 이부스키까지 와서 바닷가에서 온천이라도 즐겨야겠다는 생각에 무리해서 일행들을 안내했다. 달리기를 하고 나서 모래찜질을 받으니 회복이 빨리 되었던 추억도 있기 때문이다. 그 보다는 오늘 운동장에서 온천장까지 4km 가까이를 빨리 걸어오면서 뭉쳤던 근육이 이미 풀린 듯하다.   





 사라쿠(砂樂)를 직역하면 '모래의 즐거움'이겠지만, 가고시마 방언으로는 '산책하다'라는 는 뜻도 있다고 한다. 햇볕 좋은 여름이면 직접 야외 모래사장을 거닐다가 내키는 곳에서 모래를 파고 즐긴다도 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쌀쌀한 겨울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약식으로 지붕을 덮은 해변 전천후 찜질터에서 모래 찜질을 한다고 한다. 검은모래 찜질은 천연 온천수로 달궈진 해변가의 검은 모래사장에, 유카타를 입고 누울 자리를 정하면 그 위에 머리만 남기고 모래를 덮어준다. 마치 증기탕에 들어간 것처럼 온몸에 열기가 퍼지면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체험이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검은모래 찜질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해변을 바라보고 모래 위에 누우면, 직원들이 삽으로 모래를 덮어 준다. 묵직한 모래의 느낌이 특별하다. 우리와 비슷한 시간대에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들어왔다. 가이드가 단체 관광객들의 사진을 찍어 주고 있기에 내가 가져간 카메라로 우리 사진도 부탁했더니 이미 사진을 찍어본 경험이 많은 듯 적당한 위치에서 많은 사진을 찍어 주었다. 함께 온 여행객 아주머니들이 엄청 시끄러웠다.  






 모래가 뜨겁기 때문에 대략 15분 정도 모래 온천을 즐기려고 했는데 일어나서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대부분의 일행은 먼저 일어나서 나갔고 내 주변에 있던 몇 몇 사람만 늦게 일어난 것이다. 아쉬움이 남은 상태로 일어 났는데 그것조차 다른 사람들보다는 더 많이 했던 모양이다.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모래의 중압감, 그리고 바닥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가 달리기 후의 피로를 확 풀어 주었다. 마치 온 몸의 노폐물이 한꺼번에 모래 속으로 빠져나가는 느낌을 주었다. 달리기도 즐겁게 끝냈는데 모래 찜질을 하고 나오니 얼굴이 훤하다.  





 번개불에 콩볶아 먹듯이 짧은 시간에 검은모래 온천 체험을 마치고 나왔다. 바쁘게 가고시마로 돌아가야 했고, 또 오늘 중으로 후쿠오카로 되돌아가는 신칸센 열차를 예매해 놓았기 때문에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다. 여행 기간을 하루 정도 더 잡았으면 여유롭게 다닐 수 있었을 터인데 짧은 시간에 여행과 마라톤 모두를 즐기려고 하니 바쁘게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역으로 돌아오는 길이 일행들이 한번에 움직이지 않고 나오는 순서대로 출발을 시켰는데 일행중에 두명이 이부스키 역으로 오지 않고 마라톤 결승점으로 가버리는 일이 생겼다. 열차 출발시간은 다가 오는데 사람은 오지 않고 입이 빠짝빠짝 마르는 순간을 보냈다. 통화 연결도 되지 않고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급하면 가고시마 역으로 찾아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호텔에서 짐이라도 찾아 놓아야겠다는 생각에 먼저 출발했다. 정신이 혼미해진다. 어떻게 해결을 할 것인지... 




 그래도 중간에 헤어진 일행과 전화 연결이 되어서 이부스키에서 가고시마역까지 택시를 타고 오라로 해 놓았다. 전화 연결이 되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방법을 정하고 나니 힘이 빠진다. 택시를 타고오면 열차를 타고 가는 우리 일행보다 일찍 도착할줄 알았는데 오늘 마라톤대회에 차를 가지고 온 사람들이 많았는지 택시기사와 통화를 했더니 우리보다 1시간이나 늦게 도착한다고 한다. 일본어가 통하지 않는 일행이어서 다른 방법이 없어 그냥 택시를 타고 오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다. 아침에 어둠속에서 이부스키를 갈 때와는 달리 해안을 보면서 여유를 가져본다. 사쿠라지마도 가까이 보인다.   







 먼저 가고시마 역에 도착한 일행들이 호텔로 가서 맡겨 놓은 짐을 찾아서 되돌아 왔다. 뒤로 쳐진 일행 두 명이 예약해 놓은 열차를 탑승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선배 한분에게 여권과 큐레일 패스를 맡겨서 도착하는대로 다음열차를 타고 오게 하고, 남은 인원 10명만 먼저 후쿠오카로 돌아 오기로 했다. 먼저 도착해서 호텔 체크이도 하고, 저녁을 먹을 식당도 찾아 놓으면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을 듯 해서 일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역 앞에 휘황찬란한 조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시간의 연속이다. 그래도 열차를 타고 올라 오는 동안 신칸센에서 사케도 한잔하면서 여유를 부렸다. 올라오는 도중에 헤어진 일행을 만나서 우리보다 1시간 늦게 출발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만세다.   





 하카다역 바로 앞에 있는 호텔을 예약해 놓아서 여러가지 면에서 편리했다. 늦게 도착한 일행들과 함께 재회의 기쁨을 누리고 주변 식당을 찾아 나섰다. 일행이 도착하기 전에 식당 몇 곳을 찾아 다녔지만 일요일 저녁에 10명이 넘는 단체손님을 예약 없이 받아주는 곳이 없어 고생했다. 떨어져 않아도 좋다고 해도 쉽지 않다. 내가 여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단체로 돌아다니면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이 먹는 것이다. 집사람과 둘이서 다니면 어디를 가더라도 먹는 것때문에 고민하지 않는데... 한참을 찾다가 오히려 호텔에서 가까운 지하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드디어 편안한 마음으로 저녁식사를 한다. 마라톤도 잘 마치고 다시 후쿠오카까지 큰 문제(?) 없이 돌아온 것에 대한 축하다. 한번에 모두 않을 수 있는 좌석은 없었지만 바로 옆자리에 않아서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올라오면서 기차에서 간식은 했어도 정식 저녁이 되지 않았는데 라멘도 시켜먹고, 맥주와 사케를 시켜서 술안주와 함께 한잔하는 시간을 가졌다. 달리기를 마친 뒤여서 서로 이부스키 마라톤 대회에 대한 평가도 있었고, 이번 여행에 대한 느낌 이야기도 나누었다. 역앞에 있는 음식점이어서 아주 늦게까지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모든 사람들이 술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어서 즐거운 식사와 술자리를 가지고 일어났다.      






 저녁식사와 술 한잔을 하고 들어와서 객실에서 바라본 하카다역의 모습이다. 룸메이트였던 정진우선배님께서 술을 한잔 더 하자고 하셨는데 

3일동안 신경을 알게 모르게 많이 썼더니 너무 피곤해서 술을 마시면 안될 것 같아 먼저 들어와서 쉬었다. 함께 갔으면 아주 늦게까지 한잔 더 했을 것이다. 이제 내일이면 후쿠오카 관광을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8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