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마라톤 여행/이부스키마라톤('18.1)

이부스키 마라톤 9-6 (주로 풍경 2) (2018.1)

남녘하늘 2019. 3. 19. 08:18


 10km 가까이 달렸음에도 인파가 줄어들지 않았다. 보통 7-8km를 지나게 되면 앞뒤 간격이 벌어지면서 달리기가 편해지는데 우리가 앞쪽에서 출발하지 못했고, 또 km당 7분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달렸기 때문에 후미 주자들과 함께 달려서 그런 모양이다. 출발할 때부터 함께 달린 선배님과 함께 주로에서 사진찍고 주는 것 다 먹으면서 달리니 속도가 오르지 않는다. 그냥 즐거운 달리기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대신 사진은 엄청 많이 남길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남은 것은 사진과 추억 뿐이다.






  일본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서 늘 부럽게 생각하는 것이 참가자 중에 젊은 사람과 여성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마라톤 대회의 참가연령은 늘 50대가 주축이다, 여성의 비율도 10% 남짖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30대가 가장 많이 참석하고 여성의 비율도 20%는 훨씬 넘는 것 같다. 어린 초등학교 시절부터 달리기 교육을 열심히 시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입시위주의 교육보다는 전인교육, 체력을 키우면서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초반 천천히 달렸더니 후쿠오카에서 온 학생같은 주자와 자주 만나게 되어서 인사를 나누었더니 벌써 사회인이라고 한다. 한참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여러번 만나게 되어서 사진을 찍어 주었다. 하지만 연락처를 알지 못해 전달해 줄 방법이 없다.   





 이케다(池田)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위에 폐품을 활용한 바람개비가 설치되어 있었다. 특별한 설치미술은 아니지만 달리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줄수 있는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우리 일행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사진 한장을 남겼다. 2011년도 참석했을 때에 비해서 카메라를 들고 뛰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이 늘었다.  





 이케다(池田) 호수는 화산작용에 의해 형성된 가고시마 지역의 제법 규모가 큰 칼데라 호수다. 주변 경관이 아주 좋고, 일본의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는 우나기(鰻:민물장어)가 서식하고 있어서 유명한 호수이다. 이케다 호수를 지나야지만 15km를 통과하게 되는데 느낌상 이 호수를 지나고 나면 절반을 뛴 듯 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올해는 이곳의 날씨가 포근했는지 지난번과는 달리 호수 주변에 유채꽃들도 많이 피어 있어서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의 주자들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지금까지 와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지역 주민들이 응원에 합류해 있었고, 마을을 지날 때마다 너무나 많은 먹거리를 가지고 나와서 주자들에게 나눠 주고 있었다.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응원과 음식을 나누어 주는 곳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주로에서 나누어 주는 것만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고도 많은 것들을 나누어 주었다. 물과 스포츠 음료는 기본이고 귤, 초코렛, 사탕, 고구마, 콩, 방울토마토, 단팥죽, 야채스프등 한국에서는 볼 수도 없는 다양한 먹거리가 주로에 나와 있었다. 주는대로 다 먹으면 기록이 형편없이 늦어질 것이 뻔한데, 오늘은 주는대로 골고루 먹으면서 대회를 즐길 생각이다. 








 이케다 호수를 지나 우뚝 솟아 있는 산이 가이몬다케(開聞岳)로 가고시마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해발고도 924m의 가이몬다케(開聞岳)는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일본 100대 명산에 들어 있다고 한다. 규모는 작지만 일본 제일의 명산 후지산을 꼭 닮아서 사쓰마 후지(薩摩富士)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사쓰마는 가고시마의 옛 지명이라고 한다. 이렇게 산 하나만 불쑥 올라와 있는 산은 대부분 화산활동에 의해서 형성된 산으로 보면 된다. 이부스키 마라톤대회에 참석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시간되면 가이몬타케에 한번 오르고 싶다. 완만한 나선형 등산로가 있다고 한다.    





 만화영화 캐릭터 주인공 복장으로 달림이들에게 힘들 주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다. 이브스키에 올 때마다 이런 이벤트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만화 주인공 복장뿐만 아니라 전통 복장을 갖추고 응원하는 주민도 있고, 보컬그룹을 조성해서 음악으로 즐거움을 주는 주민들도 있다. 이런 자원 봉사활동이 자신의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지역을 알리고, 지역특산물을 알리고, 관광 수익이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또 먹거리 자원봉사 장소가 나타났다. 느낌상으로는 대략 400-500m 간격으로 하나씩 준비되어 있는 듯하다. 정확한 거리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많은 먹거리 장소가 만들어져 있어서 전부 다 들렀다가는 시간도 너무 지체되고 또 너무 많이 먹어서 뛸 수도 없을 듯하다. 달리는 도중에 15km, 25km, 35km에서 파워젤을 먹으려고 준비해 왔는데 다른 먹거리로 인해 준비한 파워젤을 먹을 수가 없다. 이제는 조금 조절해 가면서 주로 먹거리를 먹어야 할 듯하다. 






 20km 지점을 통과하며... 열대의 야자수가 심어져 있고 숲이 잘 가꾸어져 있는 구간이다. 대부분의 주로가 시골길을 달리는 느낌인데 이곳만 제주도의 골프장 근처처럼 잘 꾸며진 느낌을 주는 주로이다. 이제 절반의 여행이 끝났고 이제 절반의 여정이 남아있다. 바람도 거의 불지 않고 날씨도 좋아서 입고 있는 겨울 복장이 많이 거북해지고 있다. 빨리 벗어버리고 나시 티만 입고 뛰어야 하는데 바닷가에 갔을 때 찬바람이 불까봐 조금만 더 견뎌 보기로 했다. 체온이 올라서 지치는 느낌이다.     






 대회 주최측의 공식 자원봉사 장소에서는 노란색 이부스키 마라톤 대회 유니폼을 입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런 공식적인 자원봉사 장소도 훨씬 더 많아진 듯하다. 다른 일본 마라톤대회 참가비보다 더 저렴한 참가비를 받았는데 참가비 이상의 많은 지원을 받았다는 생각이다. 올해도 추운 날씨를 대비해서 따뜻한 국물이 있는 다양한 먹거리를 많이 준비해 놓았다. 중간에서 이런 따뜻한 먹거리를 준비하려면 몇 배의 노력이 더 필요했을 것이다. 이런 자원봉사를 보면서 앞으로 이부스키 마라톤 대회가 더욱 발전할 것을 느낄 수 있다.   





 지역주민들이 준비해 놓은 다양한 먹거리들. 종류도 많아졌고, 준비해주는 방식도 한층 더 발전되어 있었다. 가고시마 지역의 특산물인 고구마와 대두(큰콩)를 비롯해서 정말로 다양한 먹거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것도 그냥 식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조리할 수 있는 도구까지 가지고 나와서 직접 현장에서 삶거나 구워서 따뜻한 것을 나누어 주었다. 지역주민이 자발적인 행동이든, 지역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서 하는 것이든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의 정성이 고마워서 그냥 지나치지 않았더니 이제는 배가 부르다. 








 하프 지점을 통과하며... 출발점에서 함께 달렸던 5명의 일행이 이곳에서부터 조금씩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앞서 달리는 정진우선배님과 함께 달리기로 했다. 대회 자체를  즐기고 뛰느라 너무 지체해서 5시간 안에 들어오기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부스키 마라톤의 제한 시간은 8시간 이지만, 오늘 달리기를 하고 나서 검은 모래 온천을 하기로 되어 있어서 내가 먼저 들어가서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프 통과 기록이 대략 2시간 25분이다. 아마도 제일 늦게 달린 기록이 아닐까싶다. 





 해외 마라톤도 많이 나가본 편이고 국내 마라톤대회도 엄청나게 많이 참가해 보았지만 어느 대회에 가서 이런 호사스러운 대접을 받아 보았나 싶을 정도로 지역주민들이 환대가 대단하다. 자원봉사 현장 사진을 찍다가 너무나 많아서 이후로는 자원봉사 현장 사진도 더 이상 찍지 않고, 먹거리도 이제는 그만 먹기로 했다. 대신 주민들의 환대를 기억하고 나도 기운을 전달하기로 했다. 달리면서 우리 말로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를 크게 외쳐주면 더욱 좋아한다. 내 셔스 앞뒤로 한글이 적혀 있으니 멀리 한국에서 참가한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멀리서 찾아온 한국 사람을 더욱 환대해 주었다.  






 27km지점을 지나 우회전을 하니 우리나라 마이산을 닮은 다케야마(竹山) 산이 불쑥 나타난다. 규모는 작아도 너무 닮은 꼴이다. 함께 달리는 정진우선배님께 이야기해도 똑같은 생각이라고 한다. 다케야마가 잘 보이는 곳에서 지나치지 않고 사진을 한장 찍었다. 함께 달리는 주자가 있으니 사람이 없는 이곳에서도 사진을 남길 수 있어 좋다. 다케야마 주변에 다마테바코(たまて箱) 온천에 주변에 있는 모양이다. 길가에 안내판이 있는데 이곳도 꽤 유명한 온천인 듯하다. 다음에 개별적으로 오게 되면 한번 가 보았으면 한다.   







 보통 30km를 넘어서면 주로에 주자가 현격하게 줄어 드는데 오늘은 30kn를 넘어서도 주자들의 행렬이 줄어 들지 않는다. 대회 참가자도 많았고, 천천히 달렸더니 이 시간대의 주자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간 이부스키 마라톤 대회에 3번이나 참석했고 이번에 4번째 대회인데 오늘 달리면서 앞으로 여건만 된다면 몇 번은 더 와도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았다. 대략 32Km 지점에서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을 올랐다. 이부스키 마라톤 코스는 12Km 지점에서 만나는 이케다호수와 32Km 지점에서 내려다보는 바다가 참 아름답다. 이곳 이외에도 코스의 대부분이 자연풍광이 아름다운, 달리기하기에 좋은 곳이다. 몇개의 높고 낮은 언덕이 있지만 그다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기록에 욕심을 내지 않고 주로에서 주는 것 다 얻어먹고 사진을 찍으면서 달렸더니 오늘은 주로에서 사진을 엄청나게 많이 찍었다. 일행이 없이 혼자서 달리게 되면 다른 주자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할 수 없고, 주로 응원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하게 된다.  내가 사진을 찍고 싶은 곳이 있엇도 응원하는 사람이 없으면 그냥 지나쳐야 되는데 오늘은 정진우선배님과 함께 달리면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니 사진을 찍고 싶은 어디든지 찍을 수 있어 좋았다. 이부스키마라톤 대회에 와서 사진을 찍고 싶었던  야마가와(山川)항에서 조선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오늘은 해안쪽으로 나와도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다.  일본 JR 철도 야마가와(山川)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제 결승점까지는 대략 6km 정도 남아 있다. 날씨가 포근해서인지 다른 때는 별로 보지 못했던 응원객이 역앞에도 많이 있었다. 




 진작 겨울용 상의를 벗도 뛰고 싶었는데 야마가와(山川)항과 조선소를 지날 때 바닷바람이 불면 체온 유지에 문제가 있을 듯해도 참고 왔는데 일본 JR 철도 야마가와(山川)역을 지날 때까지도 바람이 심하지 않아서 역을 지나 겨울용 상의를 벗어 허리에 묶고 나시 셔스 하나만 입고 뛰기로 했다. 진작 벗어야 했는데 몸의 체온이 너무 올라가서 막판 힘든 달리기가 될 듯하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긴팔 상의를 입고 뛰는데 나에게는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시 티을 입고 결승점까지 뛰어도 전혀 춥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36km까지 함께 뛰었던 정진우 선배님을 마지막 오르막길에서 먼저 보내 드렸다. 빨리 옷을 벗지 않고 달렸더니 체온이 많이 올라가, 오르막을 뛰어 오르려니 머리가 순간 어지러운 현상이 생기는 것 같아서 바로 속도를 낮추어 주었다. 달리기를 하면서 이런 현상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순간 걱정이 되었다. 조금 속도를 늦추고 오르막길을 걸어서 올랐더니 다시 상태가 좋아졌다. 오늘은 워낙 천천히 달렸기에 다리에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복장 선택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막판에 고생을 했다. 이후 결승점까지 걷지는 않고 아주 천천히 달려 주었다.    







(7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