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나의 단상

후배의 사회복귀 (2003.5.29)

남녘하늘 2008. 2. 27. 09:48
저녁에 후배의 손상된 파일을 복구하는 모임에 갔다. 지난 99년 9월부터 시작된 후배의 고통은 금년 석가탄신일 특사로 나올때까지 3년 8개월동안 계속되었었다. 소위 말하는 양심수로
그는 형평에 어긋난 가혹한 형벌을 받았었고 남아있는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었었다. 연례행사처럼 3.1절과 8.15에 진행되던 특별사면의 혜택도 그를 비켜갔고, 주범은 석방되고 종범인 후배는 실형을 선고받는 희안한 재판의 결과와 함께 그 혼자서 가혹한 형벌을 견뎌야 냈었다.
그가 꿈꾸었던 세상은 별난 세상이 아니라, 아이들이 맨발로 뛰어놀고, 이웃과 도타운 정을 나누고, 노동의 보람을 느끼고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이었다.
그런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인 삶을 통해 노력했던 후배가 다시 햇빛을 되찾고, 그리운 벗들과 가족에게 살아있음을 알리는 모임이었다.

후배가 한말

"저는 인간 감정의 미세한 파동까지
헤아리는 사회가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현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꿈꾸는 것을 포기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꿈꾸다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지라도
가보는 데까지 가보는 거지요.
그 길은 오직 사랑의 힘으로만 걸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어디에서 내려야하는지, 출구가 어딘지. 사회와 단절되어 손상된 기억의 파일들. 디지탈 카메라를 처음보고 휴대폰 문자를 보낸는 '엄지족'에 신기해하는 그.
손상된 파일... 그의 파일의 손상정도는 아주 미약한 것이리라.
오히려 잊어버리고 또 잃어버리고, 아니 그런 것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가슴속의 파일손상이 오히려 문제일 것이다. 아무래도 나도 뇌세척을 한번 하긴 해야할 모양이다.

무사히 돌아와 주어서, 그보다 더 따뜻한 맘을 갖고 나와주어서 고맙다. 경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