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9월에 중앙일보 대회에서 처음으로 10Km단축마라톤을 완주한지 4년7개월 만에 보스톤을 향하여 준비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보스톤을 가겠다는 꿈을 가진 것이 아니었지요.
그저 건강하게 지내겠다고 시작한 운동이었는데, 혼자 뛰면서 고통과 고독을 즐기는 별로 바람직하지않은 행태의 달림이였는데...
2001년 10월 네번째로 뛴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에서 3시간 20분대 기록(3:21:47)이 나오자 나 자신이 흥분되었습니다. 몇분만 더 단축한다면 보스톤을 갈 수 있지 않는가.
보스톤에 가기 위하여는 30대 후반에서는 3:15분 59초, 40대 초반에서는 3:20분 59초이내의 기록이어야 하지요.
나의 풀코스 기록은 3시간 30분에서 50분정도였고 월간 뛰는 거리는 100km정도였습니다. 매니아 수준은 아니었지요. 그러나 2002.3월 동아마라톤에 승부수를 던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아대회를 앞두고 2개월 동안 처음으로 매달 150km 이상을 달렸고 언덕달리기와 각종훈련을 처음으로 시도해 보았습니다.
드디어 2002년 3월 세종문화회관 앞 동아마라톤의 출발선에 섰습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 km를 4분 40초이내(100m /28초)로 3시간 20분동안 줄기차게 달려야 하지요.
나름대로 준비를 했기에 이번 대회에서 기록달성에 꼭 해서 더 이상 기록단축에 힘을 쏟고 싶지않았습니다. 달리기에 지나치게 시간을 투자하면 사회생활이나 가정생활에서 불균형을 초래하고 조금 세게 훈련하면 발목이 아프고 몸에서 이상신호를 보였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얼굴 시커매지고 기름기 빠진 얼굴에 주름살 생기고 체중이 더 빠지니 이미지 관리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날은 레이스에 집중하여야 마음먹고 연도의 응원 시민들과 하이파이브하는 것도 자제하고 시선은 오로지 내 앞을 달리는 주자만을 좇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달리는 내내 긴장을 유지하여야 마음먹었습니다.
달리는 동안 거의 정확히 1km당 4분 35초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그 오차가 5-6초 정도로 지속되었습니다. 39km지점을 지나면서 시계를 보니 대략 19분 정도가 남아있는데 3km를 더 가야 합니다. 목표달성 가능성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연습을 많이 하지않은 상태에서 목표를 높여놓았기에 달리는 내내 고통스러웠고, 달리는동안 오늘 목표를 꼭 달성해 앞으로는 고통스럽게 달리지 않아도 되도록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7번째 완주. 3시간 17분 24초. 215초 차이로 보스톤행 티켓을 거머쥐었습니다.
참가할 수 있는 기록을 달성했기에 2003년 107회 보스턴대회를 참가하려고 준비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준비하던 과정에서 14년 다니던 전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달리기를 하는 것도 하기 어려웠고 결국 2003년 보스턴행이 어려워졌습니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때는 보스턴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가려고 마음 먹었다가 갈 수 없게되니 너무 아쉬웠습니다. 보스턴행을 1년 미루기로 했습니다.
1년을 기다리는 동안 2003년 동아대회와 같은해 춘천 조선일보 대회에서 다시 보스턴에 참가할 수 있는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특히 춘천에서는 아마츄어 달리미들의 꿈의 기록인 Sub-3의 기록에 도전했었지만 내 자신의 한계를 깨닫기도 했습니다. 춘천대회 이후의 저의 달리는 모토는 Fun-Run입니다.
달리기를 시작한지 5년여만에 저같은 마라토너들이 참가하고 싶어하는 보스턴에 이제 갑니다. 물론 이번에도 보스턴에서 기록을 갱신하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대회에서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과 50여만명이나 되는 응원인파에 뭍혀 그 열기를 고스란히 느끼고 오렵니다.
이제는 고통과 고독을 즐기는 달리기가 아닙니다. 달리는 것이 고통스럽지도 않고, 혼자서 묵묵히 달리지 않고 함께 달리는 사람들과 얘기하며 주변도 살피는 즐기는 달리기로 바꾸었습니다.
Korea라는 조그만 나라에서 온 작은 사람이 한손에 카메라를 들고 여유를 가지고 부리면서 마라톤을 즐기고, 응원나온 시민들과 함께 호홉하면서 그들에게 호응하면서 즐거움을 선사하고 오겠습니다.
보스턴 시내를 태극마크의 모자와 함께, 한글로 된 제이름과 런너스클럽이 표시되어 있는 노란 우리 런클 복장을 갖추어 뛰고 오겠습니다.
많이 성원해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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