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후기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참가후기 (2004.10.24)

남녘하늘 2008. 3. 3. 15:55
  

 

(3시간 26분 38초)

작년 이맘때 생각이 많이 났다. 작년에는 엄청 고생하면서 달린 기억밖에 없어서. 주위를 둘러볼 수도 없었고 그저 목표달성을 위해 아픈다리를 이끌며 선행주자의 발자국만 보면서 달렸기 때문에.

올해는 달랐다. 우선 마음이 많이 편했다. Sub-3에 대한 욕심이나 목표시간에 설정이 없었기때문에 마음에 부담감이 없었고, 내 스스로 연습량을 알고 있기에 너무 무리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편히 달리자고 마음 먹었기에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있었다.
단풍이 물든 산과 의암호의 모습과 달리는 주자들과 응원나온 시민들의 모습이 모두 눈에 들어왔다.

출발은 작년 기록덕분에 B군에서 했다. 이 그룹은 많은 사람들이 Sub-3를 노리는 주자들이기에 내가 추월할 수도 없을 뿐더러, 이 그룹의 주행속도에 맞추어 가다보면 좋은 기록이 나오리란 생각이었다. 그러다 후반에 힘들어지면 조금 늦추어도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언제까지 그들과 보조를 맞추면서 따라갈 수 있을까 관건이었다.

운동장에서 첫 오르막까지 천천히 이동, 난 스스로 언덕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강하다고 생각하기에 여기까지는 부담이 없다. 그래도 첫 3Km를 오버하면 나중에 고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매 Km를 5분 10초의 속도로 달렸다. 크게 앞서나가는 사람도 없고 오르막이지만 숨이 가빠보이는 사람도 없다. 다시 긴 내리막 길. 조금 속도를 올려보았다. Km당 4분 20초의 속도.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게 6Km까지 갔다. 몇사람의 주자를 추월까지 했다.

6Km 지점에서 금융감독원에 다니는 성기효님을 만났다. 오늘 목표시간에 어떻게 되는냐고 묻길래 3시간 20분 정도 된다고 하니 페이스 메이커를 해달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또 페이스메에커를 맡게 되었다. 어찌보면 운동량도 많지 않은데 내 처지를 생각하지도 않고 무리해서 달려 고생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잘 되었단 생각도 들었다.

이후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페이스메이커를 했다. 19Km까지는 4분 20초의 속도로. 다시 29Km까지는 4분 40초의 속도로. 30Km가 넘으면서 구간 기록이 5분을 넘어서기 시작한다. 애초 시합전에 페이스메이커를 요청했으면 전략을 따로 짜서 조금 쉽게 했을텐데, 중간에 갑자기 하게 되어 나이드신 형님을 고생시킨 것 같다. 마지막 3Km는 6분이 넘게 걸려 최종 걸린 시간은 3시간 26분 38초.

처음에 마음먹은 시간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너무 고생을 시킨 것 같아 미안하다. 그리고 난 아주 편안한 레이스를 했다. 이 정도의 시간 까지는 그다지 무리가 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된것도 큰 수확이다. 다음 중앙일보 대회에서는 10분 정도 당겨보아도 크게 힘들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다.


episode1: 중간에 8Km 지점에서 카세트 레코더를 외부 스피커에 연결해 달리는 할아버지 덕분에 10Km 이상을 편하게 달렸다. 나이가 60세가 훨씬 넘어보이는데 하프지점까지 4분 20초의 속도를 유지하시는 고수였다.

2: 춘천땜을 통과할때 수문을 연다고 하류지역에 있는 사람들 대피하라는 방송을 했는데 미리 방송하고 수문을 열면 달리는 주자들이 좋은 구경을 할 것 같아 덜 힘들것 같다는 생각과, 한참 더운 시간에 물보라가 시원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던데 나만의 생각일까.


하여간 오늘도 뛰고나서 별로 힘들지 않았고, 좋은 사람과 함께 뛸 수 있어서 즐거웠다. 영종도에서 온 동생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도 못하고 식사도 하지 못해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