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다. 계절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한낮의 더위는 만만치 않았지만 불어오는 바람이 가을이 왔음을 충분히 느끼게 해 주었다.
아침 10시 횡성군 종합운동장을 출발. 풀코스 참가자의 숫자가 많지 않아 주로가 한산한 느낌이다. 청정지역인 강원도 횡성의 가을은 높고 맑은 하늘과 길가의 코스모스, 논에서 영글어가는 벼의 물결, 상큼하게 다가오는 맑은 공기와 바람에서 느낄수 있었다.
무더운 여름과는 달리 선선한 가을이 되면 연습량에 상관없이 기록이 좋아지는 현상이 있기에 오늘은 마음속의 목표를 3시간 30분에 두고 출발했다. 매 Km당 5분의 페이스는 그다지 무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횡성의 마라톤 코스는 굴곡과 높낮이가 심한 편이다. 처음 5Km까지는 높은 언덕이 하나 있었고 그 다음부터는 꼬불꼬불한 도로가 연속되어 있었다. 3Km 지점에서 만난 정영주님과 함께 여러가지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서 30Km까지는 힘들지 않게 거의 정속으로 Km당 5분의 속도를 유지해 나갔다.
도로변에 있는 코스모스도 예뻐 보였고,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의 모습도 아름다웠고, 높은 하늘의 구름도 깨끗해 보였다. 주변 경관도 눈에 많이 들어왔고 한여름의 더위가 한풀 꺽인 것이 더 많이 기뻐 즐거운 마음으로 달리기에 임했다.
그런데 정오가 지나면서 날씨가 많이 더워졌고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복사열이 달리고자하는 의지를 많이 꺽어놓는다. 또한 연습부족으로 인한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해 30Km를 지나면서 정영주님을 먼저 보내드렸다. 이때부터는 정말 고독한 레이스가 시작된다.
풀코스 참가자가 얼마 되지 않았기때문에 시야에 주자가 한명도 보이질 않는다. 속도를 조금 늦추어 5분 30초의 속도로 계속 달렸다. 속도를 늦추어도 날 추월해가는 주자가 한명도 없다. 내 앞으로도 시야에 주자가 한명도 보이질 않고.. 코스도 꼬불꼬불... 중간에 경찰과 군인이 안내를 하지 않았으면 주로가 어디인지도 모를뻔 했다. 추월해 가는 사람도 없고, 추월할 사람도 보이질 않으니 더 많이 지루하고 더 많이 힘든 것 같다.
더구나 지난 두어달간 천천히 뛰는 것이 익숙해져서인지 평소에 생가하던 매 Km 5분의 속도로 전체 3시간 30분의 기록이 무척 힘들었다. 횡성읍을 중심에 두고 외곽을 돌아돌아 종합운동장에 도착하니 3시간 38분. 예상시간보다 8분의 늦어졌다. 예전에는 3시간 30분은 천천히 뛰어도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거의 온힘을 다해 뛰었는데도 그 기록을 달성하지 못한 것을 보면 연습량이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
운동장에 도착하니 시원한 샤워기가 기다리고 있다. 뛰고 들어온 주자에게 가장 반가운 선물이 아닌가 싶다. 지난번 필라마라톤에서는 가느다란 물줄기가 설치되어 아쉬운 감이 있었는데 오늘은 굵은 물줄기도 데워진 몸을 식혀 주었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국수와 두부를 아주 맛있게 먹고 대회를 마쳤다. 39번째 풀코스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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