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후기

MBC 한강마라톤 참가후기 (2005.10.9)

남녘하늘 2008. 4. 9. 17:18

 

날씨가 많이 선선해져서 더운 여름철에 비해 운동을 적게해도 기록이 좋아지는 나의 계절이 도래한 것 같다. 오늘 대회는 출발시간도 도심의 정체때문에 아침 8시로 조정되어져서 뛰기에는 한결 더 좋은 조건이 만들어졌다. 춘천대회를 2주 남겨놓고 오늘은 조금 속도를 높여보아야겠다는 생각에서 내심 목표를 3시간 20분안에 들어오는 것으로 정해놓았다. 다만 연습량이 부족하고 지난 여름 너무 천천히 뛴 것에 익숙해져버려 속도를 높일수 있을지와 그 속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조금 염려된다.

 

아침 기온에 제법 쌀쌀해 운동부족을 커버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으니 내심 기분은 좋다. 이번 대회에도 100회 완주하는 회원이 있으나 조금 빨리 달려야겠기에 미안했지만 동반주는 사양했다. 오늘 대회는 출발시간도 1시간 빨라졌고, 대회코스도 도심의 교통체증을 고려해 원래 계획에서 바뀌었는데 미리 확인을 해 놓지 않아 앞사람을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8시에 출발예정인데 7시전에 도착하였음에도 진입로가 좁아 경기장 부근이 꽤 많이 붐빈다. 몇번의 신호대기를 거쳐 간신히 지정된 주차장에 주차하고 대회본부로 집결, 음악도 크게 틀어놓고 분위기를 띄우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우리고 있다. 

 

 

 

 

초청선수들이 8시에 먼저 출발하고 마스터즈 선수들은 8시 7분경에 출발, 풀코스 참가선수도 꽤 많다. 후미쪽에서 출발 달리면서 주자들을 추월하자는 생각을 가졌다. 머리속에 그리고 있던 코스가 아니어서 약간의 혼란이 생겼으나 어자피 정해진 거리를 달리는 것이고 앞 주자를 따라서 뛰면 될 것이란 생각으로 바꾸었다.

 

출발후 5-6Km 지점에서 한 운전자가 교통통제를 하는 경찰관과 싸우고 있다. 아직 대회 초반인데 벌써부터 이런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 맘이 불편하다. 우리는 달리는 것이 즐거워서 하지만 화를 내고 있는 그 사람은 생계의 문제로 인해 화를 내고 있지만 후미 주자가 통과할 때까지는 어짜피 통제상황이 풀리지도 않을 것인데... 대체 도로가 없는 우리의 열악한 도로 사정도 화가 나고...

 

열받아 화를 내고 있던 운전자를 지나치고 나서는 광주시 방향의 하남로로 접어들었는데 이곳은 한쪽 도로만 통제하고 한쪽 도로를 양방향으로 통행시켜 놓아 마음의 부담이 덜했다. 하남로로 접어들어서서는 남한산성 입구까지 높은 언덕이 있었지만 경기초반이어서인지 그다지 힘이 들지는 않았다. 매 Km를 4분 35초의 속도로 뛰어 한시간당 13Km를 뛰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오르막길에서는 약간 속도를 늦추고 내리막길에서는 속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평균 속도를 맞추었다.

 

몇개의 크고 작은 언덕을 넘으면서 팔당호가 보이는 20Km 지점까지는 아주 편안한 마음을 달렸다. 달리는 동안에도 구름과 안개가 있어 덥지도 않았고 도심의 도로와는 달리 공기가 깨끗한 편이어서 기분도 좋았다. 20Km 지점부터는 대회명칭처럼 한강의 팔당호를 보면서 달렸다. 여의도나 잠실쪽에서 보는 한강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25Km 지점인 팔당호 입구까지 생각했던대로 정속주행이 계속되었다. 통과시간은 1시간 55분. 그동안은 한쪽 방향으로만 달려 되돌아오는 코스가 없어 달리는 주자를 만나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곳부터는 팔당댐을 건너가서 남양주쪽으로 가서 다시 팔당댐을 건너오는 동안 8Km구간은 나보다 앞선 사람과 반환점이후에는 나보다 늦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목표로 하고 있는 사람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도 알수 있고, 나를 따라 오는 사람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도 알수 있어 좋았다.

 

팔당댐을 넘어와 다시 미사로로 들어온 30Km 지점부터는 속도가 조금씩 처지기 시작한다. 다시 조그마한 언덕이 있고, 구름과 안개가 걷쳐 버려 날씨도 조금씩 더워지기 시작했고, 피로가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속도가 늦어져도 매 Km를 5분은 넘기지 않으려고 했다. 다행이 5분은 넘지 않는 것 같다. 이후로는 시계를 보지 않고 그저 몸이 가는대로 편안한 마음으로 달리기로 했다. 마음속에 정해 놓은 시간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기에.

 

미사리 조정경기장 입구에 들어오니 38Km 지점 표시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결승점까지 4Km를 결승점 아치를 보면서 조정경기장을 한바퀴 도는 코스였다. 결승점을 보면서 직선주로를 달리는 것은 힘도들고 지루하기도 하다. 주자들도 앞뒤로 많이 흩어져서 주로에 사람들도 많이 보이질 않는다. 오늘은 달리면서 후미에서 출발해 적당한 속도로 달려 주었더니 추월한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았는데 날 추월해 간사람은 6명밖에 없었다. 그 사람들도 내가 다시 추월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지루한 조정경기장을 한바퀴 돌아 결승점에 도착한 시간은 3시간 20분 28초.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30여초 정도 늦어지기는 했지만 오랫만에 20분대에 경기를 마칠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더구나 힘은 들었지만 전력질주를 했다는 생각은 아니었기에 다음대회에서 더 힘을 내서 달린다면 기록을 더 단축할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어 기쁘다.

 

워낙 아침일찍 출발했던 관계로 경기를 마쳤는데도 1시가 되지 않아 오후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좋았다. 서울근교에서 개최되는 대회라면 오늘처럼 아침 일찍 경기를 시작하는 것도 한번 고려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길이 많이 밀리기 전에 경기를 마치는 것도 지역주민들에게 민폐를 줄이는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