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후기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참가후기 (2005.10.23)

남녘하늘 2008. 4. 12. 10:04

  

  (3:17:18)   

 

지방에서 개최되는 대회이지만 단체로 기차표를 예매해 놓아 편하게 다녀온 춘천대회였다. 마라톤 출발 시간도 11시여서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7시 50분이었고, 집에서 6시 반에 나왔는데도 청량리역까지 1시간이 걸리질 않았다.함께 출발하기로 한 동료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기차에 탑승. 한칸을 거의 전세를 냈는데도 단풍구경을 가는 인파로 인하여 기차가 꽤 복잡하다.

 

좌석에 않아서 복장을 쳐다보지 않고도 신고 있는 신발을 보니 오늘 기차 탑승객의 성향을 알수 있었다.
운동화를 신고 있으면 마라톤 참가자. 두툼한 등산화를 신고 있으면 등산객. 함께 출발한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며 북한강의 물안개를 감상하다 보니 벌써 남춘천에 도착했다.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단선철도여서 생각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린 셈이다.

 

남춘천 역에서 종합운동장까지 20여분을 걸어갔다. 생각보다는 쌀쌀한 느낌이다. 연습은 많이 하지 않았으면서도 쌀쌀한 날씨 덕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운동장에 도착해 물품보관을 위해 옷을 갈아입는데 햇살이 비치지 않는 나무그늘 아래는 한기가 느껴진다. 열차에서 보였던 구름은 운동장에서는 보이질 않아 선크림도 바르고, 밴드도 붙이는등 약간의 준비 시간을 가졌더니 출발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바로 물품 보관을 하고 나서 운동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운동장 안쪽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가 넘쳐난다.  

 

 

 

 

출발 그룹이 달른 동생에게 잘 뛰라고 말하고 나서 나의 출발그룹으로 들어갔다. 출발 시간까지는 10여분 남았는데 준비운동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좁은 공간에서 관절을 풀어주는 몇가지 자세만 취하고 다른 사람들의 분위기에 휩쓸렸다. 마음 속으로는 3시간 13분을 오늘의 달성 목표로 삼고 조금 더 당길 수 있으면 당겨보자고 생각했다. 기록 갱신을 목표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부담이 있는 것이 아니다.

 

출발 신호 이후 체크 포인트를 통과한 것은 11시 2분. 비교적 3시간 30분안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의 그룹이기에 비슷한 속도로 물흐르듯이 나간다. 첫 오르막길에서 무리를 하지 않으려고 달리는데 주변의 사람들이 뛰는 속도가 보통이 아니다. 처음부터 추월을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무리지어 달려가는데 조금 빠른 느낌이다.

 

최근 들어 달리는 시간을 매 Km 단위로 재면서 관리하고 싶지가 않아서 출발할때 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나서는 머리 속으로 계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빠른 기록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즐겁게 달리고 싶기 때문이다. 혹자는 잘 달리지 못하기에 자기합리화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으나, 건강을 위해 즐겁게 달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록이야 그렇게 달리다 보면 언제가는 할 수 있으리란 믿음도 있기는 하다.

 

대략 오늘은 한시간에 13Km를 달리면 원하는 목표시간을 달성할 수 있으리란 생각으로 정하고 달렸다. 작년에 비해 춘천의 단풍은 조금 이른듯한 느낌이다. 주로에 있는 가로수나 주변의 산에 있는 나무들도 아직은 고은 빛깔을 뛰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여유로와 보이는 주변풍경과 도심을 벗어난 상큼한 공기는 달리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주변의 분위기에 맞추어 10Km를 통과하니 완전히 몸이 풀린 느낌이다. 통과시간은 43분. 내가 생각한 정도의 기록은 유지한 셈이다. 출발하기 전까지는 추웠는데 몸이 완전히 데워졌나보다. 기록을 단축하려면 조금 더 쌀쌀한 편이 도움이 되리란 생각이지만 뛰지 않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지금의 날씨도 따뜻한 편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전날 충분한 워터로딩으로 인해 갈증도 많이 들지 않는다. 옆에서 달리는 사람들은 여전히 잘 달리고 있다.

 

20Km에 도달할 때까지 거의 정속주행이다. 대략 매 Km를 4분 25초정도의 속도가 아닌가싶다. 통과시간은 1시간 27분. 10Km를 통과하면서 만난 50대 중반의 주자와 얘기를 나누면서 달렸는데 달리기의 고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경남 진해에서 올라왔다고 하는데 지방에 살고 있어 대회에 자주 나가지는 못하지만 춘천대회는 꼭 참가한다고 했다. 달리기 경력이 10년도 넘었고 자세가 좋아서 뒤따라 뛰다가
옆에 붙어 계속 달리게 되었다. 이분과 30Km까지는 같이 달렸는데 이후 내가 발바닥의 물집으로 인해 먼저 보내 드렸다. 서상교를 오르는 25Km 지점에서는 속도를 늦추면서 리드해 주어 막판에 힘이 남았던 것 같다.

 

20Km를 지나면서 내 속도가 빨라진 것은 아닌데 다른 달림이들을 조금씩 추월하게 된다. 난 힘이 남아 있는데 초반에 무리를 한 사람들이 조금씩 속도가 늦추어지는듯 하다.

조금씩 처지는 주자들을 한두명씩
 ......

 

 

 

 

 

 

 3시간 17분 18초의 늦지 않은 기록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날도 힘이 많이 남아 있었는데 30Km를 지나면서 물집에 생김으로 인해 남은 12Km를 고생했다. 운동장에 도착한 후 남호명님이 물집이 생기는 이유중의 하나가 운동화 끈이 느슨하게 되어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원인을 모두 찾아낸 것 같으니 다음부터는 안생기는지 실험해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