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마라톤은 즐겁게 달리지 못한 대회로 기록된다. 출발 전부터 날씨가 쌀쌀했으나 뛰다보면 몸이 덥혀질 것으로 생각하고 옷을 얇게 입었던 것이 오늘 대회의 실수였다. 하의는 몸에 붙는 스판 긴바지를 입었는데 상의는 어깨걸이를 준비해와 출발전부터 많이 추웠다. 대회 주최측에서 준비해준 비닐을 걸치고 있었으나 큰 도움은 안되는 것 같다.
작년 대회때에는 단풍도 멋있고, 달리면서 무척 더웠던 느낌이었는데 뛰고 와서 집에서 확인해 보니 작년보다 40일이나 대회 개최일자가 늦어졌다. 40일차이를 생각하지 않고 작년의 학습효과만 생각하고 또 선선한 날씨에 기록도 좋아진다는 생각만으로 너무 추워 고생을 많이 했다.
지난 중앙대회에서 좋은 기록도 있고 해서 2주간 많은 연습은 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기록이 나오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고 대회에 임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기록에 대한 욕심이 없었고 생각보다 잘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몸이 따라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출발후 3시간 30분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갔는데 초반 1Km를 엄청나게 빨리 달려간다. 내 생각으로 4분 20초 정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달리더니 1Km 표지판에서 시간을 확인하더니 바로 속도를 늦춘다. 아마도 초보 페이스 메이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함께 따라 뛴 사람들 초반에 너무 오버했을 것 같다.
속도가 늦추어진 페이스 메이커를 뒤로 하고 첫 1Km를 달렸던 속도로 계속 달렸다. 한참을 달려도 몸이 덥혀지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다만 열이 발산되어 춥다는 느낌은 다소 없어졌다. 작년에 비해 코스가 조금 빠뀌었는데 가로수 단풍이 다 떨어져버려 작년같은 느낌이 많이 없고 응원하는 사람들도 훨씬 적은 것 같다. 조그만 도시의 지역축제가 되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고 달리는 달림이들만의 축제란 느낌이다.
하프지점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32분. 예상보다는 비교적 빨리 달려왔다. 몸의 상태도 무리가 된다는 느낌도 별로 없었고 힘이 들지도 않았다. 이곳까지는 그늘이 없는 곳을 달려 아침에 비해 날씨도 따뜻해져서 출발시보다는 한결 나아진 느낌이다. 이 상태가 유지만 된다면 호기록이 나올 것이란 느낌이다. 몸이 가볍고 해서 주최측에서 준비한 물 이외에는 다른 것을 먹지 않았다.
하프지점을 통과하고 나서는 금강변을 달리는 코스로 접어들었는데 강가이면서도 산그늘이 많이 있어 양지쪽에는 춥지 않았으나 그늘로 들어가면 달리면서도 추위를 느꼈다. 춥지만 달리면서 몸에 열이 발산되니 걷지만 않으면 될 것이란 생각으로 계속 달렸다.
주자들을 중간에 가끔씩 추월하면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계속 달렸다. 그러나 제 2반환점인 30Km를 지나고 나서는 몸이 조금씩 무거워 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어짜피 30Km를 넘으면 남은 거리는 12Km. 남산 훈련코스를 두번만 왕복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면 힘들지 않게 마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머리속에 남산의 코스를 연상하면서 달렸다.
작년에 비해서 길가에 응원하는 사람들이 너무 없어 심심하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는 작년에 비해 일부 코스를 변경하고 차량통행의 동선을 고려해서인지 도심이 막히지 않고 차량들이 운행할 수 있어 달리면서 미안함은 덜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아마도 주최측과 경찰측이 머리를 맞대고 고심을 많이 한듯하다.
36Km를 넘어서면서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출발할때 아침식사도 하고 나왔고, 휴게소에 들렀을 때도 또다시 식사를 조금 더 했음에도 불구하고 배가 고파지다니... 이런 경험이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식사한지 시간도 많이 흐른 것도 아닌데. 39Km를 넘기고 나선 허기때문에 뛰기가 힘들었다.
배가 고프고 힘은 없었지만 걸으면 추울 것 같아 억지로 뛰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볼 땐 뛰는 것인지 걷는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속도였다. 남은 3Km를 20분이 월씬 넘는 속도로 달려 겨우 결승점에 도착했다. 결승점을 200여m를 앞두고는 허벅지에 경련이 생기려는 현상까지 보여 많이 힘들었다. 쥐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겨우 결승점을 통과하니 20분대를 간신히 넘기지 않은 3시간 19분 43초이다.
즐겁게 달리고 싶었는데 너무 힘들게 달렸다. 다른때는 들어오더라도 빵은 잘 먹지 않는데 빵을 두개나 먹고 주최측에서 준비해준 어묵까지 맛있게 먹었다. 빵과 어묵을 먹고 나니 살만하다. 배 고픈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관계로 허기를 면하고 나니 바로 괜찮아졌다. 자주 발생하던 발바닥의 물집도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낸 것인지 지난 중앙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생기지 않았다.
뛰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오늘 대회에서 배고픔으로 고생한 것은 보온이 되지 않은 옷을 입은 상태에서 체온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몸이 알아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다음부터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날씨가 추우면 반드시 따뜻하게 입고 뛸 것. 뛰다가 더우면 벗어버릴 것....
대충 빵과 어묵을 먹고 나서 오늘 100회 마라톤클럽의 회원중 100번째 완주하시는 분이 있어 다시 주로로 되돌아가 마중을 나가서 사진도 찍어 드리면서 함께 1Km 정도를 동반주 해 드렸다.
44번째의 풀코스를 뛰면서 추위와 추위로 인한 배고품으로 고생한 대회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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