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후기

고구려역사지키기 마라톤 참가후기 (2006.2.19)

남녘하늘 2008. 5. 1. 09:54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뛰기에 좋아 보인다. 아침먹고 서둘러 여의도로 향했는데 여의도 근처에 와서 도로가 엄청나게 밀린다. 분당에서 여의도 오는 시간보다 한강철교 아래에서 대회장까지 진입하는 시간이 더 걸린 것처럼 느껴질만큼 많이 밀렸다. 주차장 근처에 와서 보니 차량을 유도하는 사람이 없다. 이럴땐 한두사람만 배치해도 이런 정체는 없을텐데 조금 아쉽다.

 

 경기장에 도착 시간은 아침 9시. 그래도 일찍 집에서 출발했기에 출발 한시간 전에는 도착한 셈이다. 우리 런클 회원 몇분과 100회 마라톤클럽 회원 몇명과 인사나누고 분당검푸마라톤 부스에서 커피한잔 얻어마셨다. 싸이를 통해 알게된 양천마라톤클럽의 이명규님을 만나서 인사나누고 사진 한장 찍고나서 물품보관소로 향했는데 이곳도 정체가 엄청 심하다. 참가자에 비해 자원봉사자의 숫자가 많이 부족한 듯하다.

 

물품을 맡기고 나니 출발 5분전. 물품보관때문에 일부 참가자의 불만이 있을 듯하다. 결국 스트레칭도 못하고 준비운동도 못한채 출발선에 섰다. 이렇게 달리기를 하면 안되는데 물품보관에 시간을 너무 뺏겨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오늘 달리기의 목표 시간은 3시간 10분으로 정했다.

 

지난번에 생각한대로 풀코스 LRFF (Long Run Fast Finish) 훈련이다. 달릴 거리를 4등분하여 처음에는 천천히 달리고 갈수록 빨라져 맨 나중에는 목표 대회페이스 또는 그 보다 빠른 페이스로 달리는 훈련으로 초반 10Km는 매 Km를 4분 46초, 20Km까지는 4분 36초, 30Km까지는 4분 26초, 마지막은 4분 16초로 달릴 생각이다.

 

초반에 정비를 못 취하고 나가다보니 운동화 끈도 제대로 매지 못한것에 생각이 미쳐 중반이후 고생할까봐 5-600m를 달린후 운동화 끈을 다시 매고 출발, 최소 1분은 낭비한 듯하다. 초반 4Km를 지날 때까지는 주로 폭이 좁아 사람들을 헤치고 추월하는 것이 무척 힘이 든다. 추월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5분 페이스는 넘기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달렸다.

 

4Km를 지나고 나니 도로폭이 넓어지면서 추월이 가능해지고 내 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다. 이미 시간은 21분이 넘어 있다. 하지만 오늘 대회가 기록을 단축할 생각을 가지고 달린 대회가 아닌지라 이미 까먹은 시간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후 10Km까지는 처음에 마음먹은대로 4분 46초를 유지하면서 달렸다. 몇몇 나를 아는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왜 그렇게 천천히 달리고 있느냐고 묻는다. 아마 내가 요즘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모양인데 달리는 속도가 많이 늦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10Km를 지나고 나서는 10초를 당긴 4분 36초의 속도로 달렸다. 첫 구간을 천천히 달려서인지 몸 상태가 무척 좋다. 착지도 계속해서 신경을 쓰면서 뛰었다. 2월달의 한강변 달리기치고는 날씨도 무척 좋다. 칼바람도 불지 않고 적당히 선선한 것이 처음부터 기록에 신경을 썼더라면 좋은 기록이 나올 수 있는 그런 날이다.

 

 

 

속도를 조금 올리고나서 송행옥님이 뒤따라와 반환점까지 보조를 맞추어 주셨다. 특별히 대화를 나누지 않더라도 아는 사람이 옆에서 달려주면 심리적 안정과 함께 편한 달리기가 된다.

 

20Km를 넘기면서 다시 10초 당겨주었다.매 Km를 4분 26초. 지난주에 이미 한번 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별로 어려움이 없다. 다만 지난주에는 급수대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했는데 이번에는 물만 훌쩍 마시고 지나는 것이 차이일 뿐. 반환점 통과 시간이 1시간 39분 9초.

 

몇 주전에 하프연습때보다 무려 13분이나 늦은 시간이다. 하지만 내가 마음먹은대로 되고 있다고 자위하고 반환점을 통과했다. 아직까지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면서 후반부가 전반부보다 빨랐던 적이 없었던지라 오늘 훈련이 마음먹은대로 끝난다면 새로운 시도가 성공하는 셈이 된다.

 

반환점 이후에도 속도를 유지하면서 계속 달렸다. 초반보다 속도가 빨라지니 주로에서 많은 사람들을 추월할 수 있었는데 그 재미도 상당히 있는 것 같다. 거리별로 1-2초의 오차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정속주행이다.

 

반환점 근처에서 보았던 아는 사람들을 30Km 지점전까지 거의 다 추월했다. 30Km를 지나면서 다시 10초를 당겨 4분 16초의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4분 16초의 속도로 달리기 시작하니 약간 힘이 들다는 생각은 들었으나 달리기 힘든 상태는 아니다.

 

Sub-3를 달성하려면 처음부터 이 속도로 달려야 하는데 30Km를 천천히 달린다음 이제서야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이제 앞쪽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어서 추월할 사람들이 그 전에 비해선 많지가 않다. 아직까지 달리는 자세는 문제가 없는 것 같고 힘의 안배에도 큰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지난주 훈련때 실행하지 못했던 막판 스퍼트를 실행해본다고 생각하니 그 또한 기분 좋은 일이다. 다른 때 30Km가 넘으면 5분주로 달리는 것도 버거운 적이 많았었는데, 훈련의 영향인지 초반 천천히 달린 때문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38Km까지는 4분 16초를 유지하면서 달렸는데 4Km를 남겨놓고 힘이 들기 시작한다.

 

하프이후 한번도 추월당하지 않았는데 몇 사람이 나를 추월해 간다. 시간도 10초가 늦어졌다. 단지 10초가 늦어진 것인데 생각상으론 엄청 늦어진듯한 느낌이다. 아직 LRFF (Long Run Fast Finish)훈련에 적응이 덜 된듯하다. 이래서는 동아에서 충분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밀려온다.

 

2Km를 남겨 놓고는 25초가 늦어진 4분 41초로 속도가 더 떨어졌다. 힘을 쓰면 다시 당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 힘을 쓰기가 힘들다. 고지가 바로 저 앞인데.... 훈련이 부족한 것을 절감했다.

 

반환점 통과이후 결승점까지의 후반부의 시간은 1시간 33분 28초. 총 3시간 12분 37초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후반부를 1시간 31분 56초에 통과해야 하는데 1분 30초가 늦어진 것이다. 계획에 비해서 엄청 늦은 속도이다. 목표한 시간에 완주를 하지 못했지만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았으니 훈련의 목표는 충분히 달성한 것같다.

 

최고 목표로 삼고 있는 동아마라톤 대회가 아직 3주가 더 남아있으니 부상을 조심하면서 조금만 더해주면 될것 같기도 하다. 결승점에 도착하니 아침에 만났던 양천마라톤의 이명규님이 카메라를 들고 있다가 사진을 찍어주며 좋아한다. 함께 식사라도 하고 싶었는데 클럽사람들을 더 기다려야 하고 다음에 한번 하자고 해서 아쉽게 헤어졌다.

 

날씨도 좋고 훈련의 결과로 부족함을 깨달을 수 있었던 오늘 달리기에 만족한다. 오른쪽 발바닥에 물집이 조그만하게 잡혔는데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동아를 대비해 새로산 운동화를 신고 뛰었는데 처음 신은 신발이어선지 아니면 신발끈을 잘못 매어서인지는 모르겠다.

 

 

 

 그 이외에는 달리면서 생각했던 자세, 착지, 호홉, 팔동작 모두 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 날씨가 많이 풀려서 한강 둔치의 잔디밭에 얼음이 녹아서 완전히 진흙밭이다. 걸어서 돌아다니가도 힘들고 신발도 지저분해지고 산뜻한 기분이 아니다. 그래도 주최측에서 준비한 막걸리와 순두부는 맛있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