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후기

동아국제마라톤 참가후기 = Sub-3 달성 (2006.3.12)

남녘하늘 2008. 5. 2. 10:21

 

조금 이른 시간인 아침 6시 40분에 광화문에 도착했다. 집안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집을 나서니 바람이 보통 심한 것이 아니다. 오늘 달리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을 예고하는 것 같다. 윤동규님 덕분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세청 지하 스포츠센타에서 추위를 피해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어제 통증이 왔던 종아리가 걱정돼 스포츠센타에 함께 있던 무심천마라톤클럽의 한 회원께 종아리에 테이핑을 부탁해 종아리 뭉침에 대한 대비도 해 주었다. 출발전 체온이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라톤 복장위에 달리다가 벗어버리기 편한 와이셔스를 하나 더 입고 그위에 비닐을 한겹 더 걸쳤다. 영종도에서 온 아우와 함께 사진을 같이 한장 찍고나서 일찌감치 물품보관소에 짐을 맞겼다.

 

짐을 맞기고 나니 A그룹에 있는 달림이들이 몸을 풀기위해 그 좁은 공간에서 원을 그리며 몸을 풀고 있다. 나도 같은 생각에서 워밍업을 하기 위해 대회장 주변을 몇바퀴 달려주었다. 좁은 공간을 달리다보니 속도도 낼 수가 없고 좀처럼 몸이 덥혀지질 않는다. 달리는 것을 포기하고 좁은 장소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이나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에 하체 위주로 조금 강한 스트레칭을 해 주었다. 참가자가 2만명이 넘다보니 정말로 광화문 앞은 참가자만으로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풀코스에 도전한다니, 참으로 우리나라도 마라톤 인구가 많아졌음을 실감한다. 나의 출발지는 A그룹. 대략 같은 그룹에 있는 사람들중 많은 사람들이 Sub-3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다. 쳐다만 봐도 얼굴에 광대뼈가 불구져 보이고 날렵한 몸매에 달리기를 잘 할 것 같은 사람들만 모여있다. 사람들이 많아지니 바람도 막아주고 몸에서 나오는 열기로 인해 훈훈한 느낌이다.

 

오늘 대회에서 100회마라톤 클럽의 남궁만영씨가 몇 사람의 Sub-3 페이스 메이커를 해 주기로 해서 남궁만영씨를 중심으로 모였다. 35Km 지점까지는 정속주행을 해주고 남은 거리는 각자의 능력에 맞쳐 스퍼트를 하도록 했고 막판 스퍼트하지 않고 남은 사람은 세시간을 목표로 리드해 주기로 약속했다.

 

드디어 출발 총성이 울리고 엘리트 선수들이 출발했다. 주변의 함성이 기를 북돋아준다. 서서히 가슴이 뛰길 시작한다. 명예의 전당에 등록된 선수들이 출발하고 드디어 A그룹 사람들이 서서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8시 6분에 출발 매트를 밟았다. 드디어 출발...

 

사람들이 몰려나가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얼마나 지난 겨울 오늘을 위해 준비했기에 이렇게 빨리 몰려나가는지 모르겠다. 첫 5Km는 21분에 맞추기로 해서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에 신경쓰지 않고 페이스를 지키려고 애썼다. 노련한 페이스 메에커가 처음에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유도해 주는 것이 무척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숭례문을 지나고 한국은행 앞을 지나 을지로로 들어섰다. 대략 3Km를 지나온 것 같은데 아직도 앞뒤의 간격이 벌어지지 않는다. 참가자도 많고 잘 뛰는 사람도 많다는 얘기다. 쌀쌀한 날씨로 인하여 몸이 쉽게 데워지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오늘은 가급적 페이스 메이커의 뒤만 따르면서 매 Km의 통과시간은 확인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져 부담없이 달리고 매 5Km 단위로만 기록을 체크해 보려고 한다. 몸이 만들어져서인지 속도가 느리다는 생각과 함께 발이 자꾸 빨라지려는 것을 후반의 편한 레이스를 위해 자꾸 자제해 주었다. 나보다 훨씬 더 잘 뛰는 페이스 메이커를 믿어야 할 것 아닌가?

 

코스가 고저가 별로 없는 강북에서 30Km를 넘게 뛰니 대부분의 주자들이 작년에 비해서 기록이 좋아지지 않을까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다만 추운날씨와 강한 바람이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을지로 5가 사거리를 돌아와 처음 만난 5Km의 통과시간은 20분 47초. 당초 예상했던 시간보다는 조금 빠른듯하다. 반환점을 향해서 가는 동안 앞서 나간 선두주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역시 잘 달리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그들 중에는 초반 오버 페이스로 인해 나중에 나한테 추월 당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거란 생각으로 나의 속도를 더이상 올리지 않았다.

 

을지로 구간을 끝내고나서 다시 시작되는 청계천 구간. 생각보다는 달리기 좋은 도로상태가 아니다. 아스팔트가 아닌 돌이 깔려 있는 구간이 있어 울퉁불퉁한 곳도 있고, 도로폭도 좁아서 오히려 을지로보다 달리기가 힘들다. 그나마 6Km를 넘어섰기에 앞뒤로 적당히 주자들이 벌어져서 병목현상은 생기지 않았지만 페이스 메이커를 따르는 주자들이 뭉쳐있어 옆사람과 자주 부딪친다.

 

흥인지문이 보이고 조금 더 지나가니 10Km 지점 표시가 나온다. 통과시간은 41분 30초. 초반 5Km에 비교해 거의 비슷한 속도이다.조금 빠른듯하지만 이제는 달리기가 한결 편해진다. 호홉도 안정되고 그져 앞사람의 발을 쳐다보지 않고 상체만 쳐다보고 가니 느낌상 설렁 설렁 걷는듯한 느낌이다. 트레드밀에서 훈련할 때도 거울속에 상체만을 쳐다보면 빠르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해서 다리를 쳐다보지 않고 달리면 덜 힘들었는데, 대회에서도 비슷한 느낌이다.

 

 남궁만영씨가 이끄는 Sub-3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의 무리가 많이 늘어나 50여명에 이르는 것 같다. 같은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함께 뛰는 것도 달리때 많은 도움이 된다. 보폭도 비슷하고 발이 떨어지는 시간도 비슷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박자가 맞추어진다. 그 발자국이 땅에 떨어질 때의 소리가 경쾌함으로 다가온다. 이 느낌이 끝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고산자교를 돌아 다시 청계천을 거슬러 올라온다. 약간의 역풍으로 인해 갈때보다는 힘이 든다는 느낌이지만 무리를 지어서 가다보니 앞 사람이 바람을 막아주어 그다지 힘든 상태는 아니다. 다시 흥인지문을 지나고 나서 15Km 지점에 도달. 통과시간은 1시간 2분 31초. 거의 정속주행이다. 2시간 56분 페이스가 계속되고 있다. 맞은편 청계천으로는 후미 주자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참가자 2만 4천여명이 한줄로 늘어선다면 도대체 그 길이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봤다. 한사람의 폭 50Cm, 곱하기 2만 4천은 ? 한참 생각하니 1백 20만 Cm. 1M는 100Cm, 그러면 12,000m. 단순하게 12Km 정도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맞는지 골치가 아파 다시 생각해 보질 못했다. 하여간 엄청나게 길겠구나하는 생각과 그래서 끝이 보이질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청계천을 다 돌아와서 이제는 종각역을 끼고 돌면서 종로로 접어들었다. 이곳부터는 자주 뛰어본 길이라 익숙한 곳이다. 코너를 돌면서 만난 런너스 클럽의 황금마차 응원단. 런클 복장을 갖추지 않아 열광적인 응원은 받지 못했지만 알아보는 회원이 이름을 불러주면서 힘을 불어 넣어주어 17Km지점을 아주 즐겁게 달릴 수 있었다. 다음에는 응원단의 일원이 되어 응언을 한번 해보아야하는데 매번 달리기에 참가하다보니 응원할 기회가 없다.

 

오늘 달리면서 세번째 보게되는 흥인지문 옆을 다시 지나치게 된다. 몸 상태도 가볍고 이제는 체온도 올라와서 추위도 느껴지지 않는다. 등뒤에서 바람이 불어와 그동안 쓰고 오던 모자를 버렸다. 모자를 쓰고 달리는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것이나 어떤 것이 좋은 지는 알수 없으나 머리를 통해서 열을 발산할 수 있어 체온을 떨어뜨리는 역할은 확실히 해주는 것 같다. 날씨가 추워도 땀이 많이나서 거추장스러운 모자는 버렸는데 장갑은 끝까지 버리지 못했다.

 

제기동 로타리에 접어들기 전에 만난 20Km 지점. 통과 시간은 1시간 23분 29초. 역시 목표를 향한 정속주행을 해 온 셈이다. 20Km를 통과하면서 지금까지 뛴 것은 무효이고 이제 하프대회에 참가해서 출발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려고 했다. 그러면 이제 출발이니 힘도 들지 않을 것이라고...

 

그러나 아직까지는 힘이 들거나 몸에 문제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끝까지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함께 뛰는 대열도 흐트러짐이 없이 잘 유지되어 나가고 있다. 다들 지나간 겨울 오늘을 위해 모두 열심히 뛴 모양이다. 그러나 중간 중간에 벌써 지쳐 보이는 듯한 주자들이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분명 초반 오버 페이스라고 생각되어진다.

 

 

군자교 근처의 25Km 지점 통과시간은 1시간 44분 18초. 이제 절반을 넘게 뛰어왔다. 남은 거리 17Km. 큰 건물들이 없어지니 바람이 거세지는 듯하다. 등지고 달릴 때는 도움이 되지만 앉고 달릴 때는 발이 잘 나가지 않는다. 뛰는 사람들의 숨소리가 조금 거칠어지는 듯하다. Sub-3 페이스 메이커를 중심으로 200여명의 주자들이 함께 뛰고 있다. 만약 서로간 기록을 다투는 대회였다면 이렇게 여유롭게 어울려 달릴 수 없었을텐데 대부분의 주자들이 Sub-3를 목표로하고 있기에 서로에게 힘을 주면서 달리는 것이다.

 

2시간 5분 49초. 30Km 지점인 성동교 사거리의 통과시간이다. 이곳을 통과하면서 달릴때마다 자주 나를 괴롭히는 발바닥의 물집에 오른쪽 발에 잡히고 있음이 느껴진다. 이 느낌이 들면 어김없이 물집으로 고생하게 되는데 제발 작게 생겨서 빨리 터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달린다. 결국 35Km에서 물집이 터졌는데 달리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었으나 대회를 끝내고나서는 불편함에 또 쩔뚝거리며 걷게 되었다.

 

잠실대교 북단 35Km지점의 통과시간 2시간 27분 07초. 급수대의 물이 얼어있다. 추운날씨가 확실하다. 뛰는 우리는 손은 곱아있어도 땀이라도 흘리지만 자원봉사하는 봉사자들은 오늘 같은날 너무 고생이 많은 것 같다. 응원해주고 있는 회원들과 시민들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고. 잠실대교에 올라오니 맞바람은 아니지만 뒤에서 부는 바람이 보통 심한 것이 아니다. 이 바람을 맞고 뛰었다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원래 계획에는 35Km를 통과하고 나서 속도를 조금 높여 기록을 더 단축해보려고 했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페이스 메이커를 앞질러 나가기는 했지만 그 거리가 벌어지지는 않는다. 앞에 가는 사람을 추월하기가 힘들다. 더구나 바람이 거세지면서 지금 속도로 가도 목표달성은 가능하리라는 생각에 무리하고 싶지가 않다. 괜히 무리하다 쥐라도 나면 어떻게하나라는 염려도 생기고...

 

드디어 석촌동을 지나 삼전동의 40Km 구간. 2시간 48분 15초에 통과한다. 남은 시간은 12분이다. 이제는 명예의 전당에 등록될 수 있으리란 확신이 생긴다. 이제 결승점이 눈앞에 그려진다. 오늘 잠실 운동장에는 중학교 3학년인 큰아들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내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라고 한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힘들게 들어오는 2만여명의 사람들을 보고 무엇인가 느끼게 하려는 의도에서 신청하라고 했는데 그런 것을 보고 느끼고 있는지 모르겠다. 들어오면서 아무리 찾아와도 보이질 않는다. 끝나고 나서 물어보니 업무가 바꿔 초청선수 도핑테스트하는 일을 도와주었다고...

 

운동장이 보이는 곳에서 다시 한번 황금마차 응원단의 환호를 받으며서 마지막 힘을 내어본다. 하지만 이제는 바람도 거세고 발이 힘차게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동안 꿈꿔왔던 목표는 거의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운동장입구에서 운동장까지 늘어선 환영인파들의 박수소리에 힘이 다시 솟는 것 같다.

 

2시간 58분 16초. 드디어 Sub-3를 달성했다. 그러나 특별한 것인줄 알았던 Sub-3가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이 힘든 과정을 다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뿐. 이제는 목표를 달성했으니 즐겁게 달릴 수 있겠다는라는 여유가 좋은 것 같다.

 

내심 목표를 2시간 56분으로 잡고 있었는데 막판 힘이 딸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고.

그러나, 그래도, 기쁘다.

 

05km -- 20'47" (20'47")

10km -- 41'30" (21'43")

 

15km -- 1:02:31 (21'01")

20km -- 1:23:29 (20'58")

 

25km -- 1:44:18 (20'49")

30km -- 2:05:49 (21'31")

 

35km -- 2:27:07 (21'18")

40km -- 2:48:15 (21'08")

 

42.195km -- 02:58:16 (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