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12분 58초
어제 부산에 일이 있어 내려갔다가 밤 늦게 도착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대회에 참가했다. 아침에 일어나 바쁘게 준비하다 보니 어떤 복장을 갖추고 뛰어야 할지 결정도 하는 못하고 참가. 비도 부슬 부슬 내리고 날씨도 쌀쌀하다. 기록에 도전한다면 기록내기에는 좋은 날인듯 싶지만 어짜피 오늘은 기록 욕심도 없이 그저 몸이 가는대로 뛰기로 했기에 보온에 신경을 썼다.
대회 참가 인원은 무척 많은데 풀코스 참가자는 400여명 남짖, 대부분이 10Km 부문에 참가한 것 같다. 잠실 운동장에서 출발하는 다른 대회와는 달리 운동장 안에서 간단한 식전 행사를 가진 뒤 출발. 비는 그쳤지만 아직 날씨가 쌀쌀한 편이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비닐로 보온을 유지한채 달리다 몸이 덥혀지면 버리기로 했다.
출발 신호와 함께 출발. 400여명이 출발하니 단촐하다. 출발부터 사람이 밀리지도 않는다. 다만 빗물이 중간 중간 고여있어 바닥을 신경쓰면서 달려야 하는 것이 단점이다. 기록 신경을 쓰지 않기 위해 시계도 세팅하지 않고 달렸다. 따라서 힘이 들지 않는 범위내에서 즐겁게 뛰다가 힘이 남으면 조금 더 빨리 달리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양재천과 탄천을 달리는 이 코스는 작년 10월 강남 마라톤대회에 이어 두번째인데 참가자가 적으니 정체도 생기지 않고 좋은 것 같다. 또한 봄이 오는 풍경이 곳곳에 보여 그 풍경을 보면서 달리는 것도 즐겁다. 시간체크는 하지 않았지만 10Km 지점까지는 매 Km를 4분 45초의 속도로 달린 것 같다. 거의 제일 뒷쪽에서 출발했던지라 계속 추월은 했는데 한사람에게도 추월을 당하진 않았다.
8Km 지점에서 양재천 반환점을 돌아오는 사람들의 숫자를 세어 보니 대략 120여명. 오늘 대회에서는 각 부문별로 41등, 127등, 220등에게 북경마라톤 대회 참가권을 준다고 했는데 127등이나 220등은 너무 기록이 늦을 것 같은 생각때문에 이왕이면 41등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앞으로 80명정도를 추월하면 될 것 같다.
양재천을 돌아나오면서 비닐 옷을 벗어버렸다. 선선한 바람이 느껴지면서 기분이 상당히 좋아진다. 역시 참가자가 적으니 앞뒤간의 주자 간격이 조금씩 벌어지는 것 같다. 매 Km당 주자를 2명씩만 추월해보자는 생각을 가졌는데 반환점까지 주자들이 다들 잘 달려서 생각만큼 많이 추월하지는 못했다. 26Km 반환점에서 선행 주자를 세어 보니 90여명. 대략 30명 정도는 추월한 것 같다.
아침에 바쁘게 서둘다보니 파월젤도 챙기지 못해 중간 중간 급수대에서 모처럼 쵸코파이도 먹으면서 여유를 부려 보았다. 양재천 반환점은 간격이 넓어 반대편 주자를 아는 척 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탄천 주로는 같은 주로를 달리는 아는 사람들에게 힘을 외쳐줄 수 있어 좋다. 이 역시 참가자가 작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참가자가 많으면 주로가 좁아 정체가 발생해 짜증스러웠을 것이다.
반환점을 돌아서도 힘이 든다는 느낌이 없다. 결승점까지는 약 15Km가 남아 있다. 추월해야 할 사람은 대략 50여명, 매 Km당 3명씩 추월해 보기로 했다. 꼭 41등을 할 생각은 아니였지만 내 마음 속에 하나의 목표를 정해놓고 달리자는 생각이었는데 그런대로 괜찮은 스스로의 이벤트였다고 생각한다. 갈때와는 달리 바람도 뒷쪽에서 불어와 달리기가 한결 낳다.
앞선 주자들에 비해 힘이 많이 남았는지 생각했던대로 주자들을 많이 추월했다. 40Km까지는 잘 달려왔는데 마지막 2Km를 남겨 놓고 힘이 많이 떨어졌다. 약간의 허지짐을 느끼면서 발이 나가지 않아 고전했다. 대회내내 한번의 추월도 허용하지 않다가 막판 2Km에서 추월했던 사람들중 10명에게 다시 뒤쳐졌다.
운동장 근처에서 힘이 들면서도 힘이 들지 않는 표정을 지으면서 아시는 분들의 응원도 받고 운동장에 들어왔다. 들어오면서 전광판 시계를 보니 3시간 12분을 가르키고 있다. 순간 시계가 잘못 된줄 알았다. 내 생각으로는 20분에서 25분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마 후반부에 달리는 속도가 많이 빨랐나 보다.
결승점 통과시간은 3시간 12분 58초. 전체 참가자 중에서 51등. 41등을 위해서 10명만 추월했다면, 아니 막판에 10여명에게 추월당하지 않았다면 행운이 있을 뻔 했던 것 같다. 스스로의 이벤트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생각보다 좋은 오늘 기록에 만족한다. 아마 날씨가 선선했던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싶다.
운동장에서 보니 역시 오늘 날씨는 바람도 많이 불고 꽤 쌀쌀한 날씨다. 몸이 금방 식어서 다시 비닐을 얻어 입고도 추위에 떨었다. 내가 빨리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하프코스, 10Km 코스 참가자들이 귀가해버려 운동장이 썰렁하다. 풀코스 참가자가 별로 없어 모처럼 스포츠 맛사지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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