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사는 호랑이가 의연하게 앉아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는 호거산(虎踞山)아래 서 있는 천년고찰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비구니 사찰이자 국내 최고의 승가대학이 있는 곳이다. 남쪽은 운문산, 북동쪽은 호거산, 서쪽은 억산과 장군봉에 둘러쌓여 있는데 이 모양이 연꽃같다고 하여 흔히 운문사를 연꽃의 꽃술에 비유하기도 한다.
운문사는 신라 진흥왕때 창건(557년)되었는데, 세속오계를 전한 원광국사가 이곳에서 화랑정신을 발원시켰다고 한다. 때문에 운문사를 중심으로 한 주변 일대가 전부 화랑의 수련장이었다고... 또한 고려 충렬왕(재위기간 1274 -1308년)때 운문사의 주지였던 일연 스님이 청년시절부터 신라시대 고승의 전기를 메모하고 전적을 구해 몽고의 침략이 있던 민족수난기에 민족 자주적 의식을 넓히고자 위로는 단군으로부터 가야,후삼국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기록해 오랜 역사를 가진 민족임을 나타내고자 했던 '삼국유사'를 펴낸 절이기도 하다.
고려중기까지만 해도 전국 제 2의 선찰로 불릴 정도였다고 한다. 현재도 30여 동의 전각과 승가대학이 있는 제법 큰 규모를 보여준다.
운문사 경내로 들어가는 입구에 서있는 범종각이다. 현판에는 '호거산운문사'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대부분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범종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범종의 소리는 청도 팔경중 제일경이라 불린다고 한다.
운문사의 입구인 범종루를 지나 사찰 안으로 들어가면 엄청나게 보기 좋은 소나무가 있는데 운문사의 처진소나무(천연기념물 제180호)이다. 수령 400년이 넘는 버섯 모양의 소나무로, 봄,가을 막걸리 열두 말을 물에 타서 뿌려주며 정성을 다해 가꾸는 것으로 유명하다. 임진왜란 전에 시들어가는 소나무 한그루를 심은 것이 현재에 이르렀다고 전해지는데, 왜란 때 다른 건물과 나무들은 다 타 없어졌지만 이 소나무만큼은 칡 덩쿨이 감싸고 있어서 살아났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운문사 경내에는 천년고찰답게 문화재가 많이 있다. 대웅전(보물 835호), 3층석탑(보물 678호), 석등(보물 193호), 원응구사비(보물 316호), 석조여래좌상(보물 317호), 사천왕 석주(보물 318호), 동호(보물 208호)의 문화재가 보존되어 있다. 문화재의 가치는 나와 같은 보통 사람의 눈으로는 알기 어렵지만 주변의 경관과 사찰의 배치와 조화등은 한 눈으로 보아도 시원한 느낌이 드는 절이었다. 이번 여행중 가장 좋은 곳을 찾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1958년에 비구니 전문학원을 개설한 이래 한국의 대표적인 승가대학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승가 대학 입구 게시판에 법구경의 좋은 말씀이 쓰여 있어 사진에 담았다.
나반존자(那畔尊者) 기도도량으로 유명한 운문사 사리암은 운문사를 끼고 계곡을 한참 올라간뒤 주차장에서 다시 가파른 산길을 30분 이상 올라가야 한다. 비내리는 암자를 오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운문사 방문보다 사리암 방문이 더 큰 이유였기에 땀흘려 암자에 올랐다. 사리암(邪離庵)은 당나라에서 유학하고 후삼국을 통일한 왕건을 도왔던 보양(寶壤) 국사가 937년(고려 태조 20년)에 창건하였다. 그후 찾는 이가 별로 없어 산중 암자로만 남아 있다가, 1851년(철종 2년) 현재의 나반존자상을 봉안한 후 영험한 나반존자 기도도량으로 알려지며 불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수행처이자 기도 공간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곳에는 천태각과 관음전이 있고 산신각도 있다. 전각 전체가 벼랑같은 좁은 공간에 위치해 있고 천태각과 산신각은 더욱 좁은 공간을 이용해 허공에 달려 있는 느낌이었다. 천태각은 참배할 수 있는 공간이 워낙 협소하다 보니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렸다 참배를 해야 한다. 워낙 급경사에 위치한 암자인지라 공간활용의 지혜가 돋보였고 건물의 기붕은 평탄하게 만들어 그 지붕을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뒤로 보이는 나반존자님을 모셔 놓은 천태각이 가파른 경사를 올라간 곳에 위치해 있다. 휴일에는 줄을 서 순서를 기다려야만 참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는 비내리는 토요일에 방문해서인지 줄을 서지는 않았다. 사리암의 공양법은 다른 사찰과 달리 뷔페식이다. 중앙에 큰 밥솥과 반찬 여러가지가 마련되어 있어 각자 손수 밥과 반찬을 덜어와서 먹고, 그옆에 마련된 싱크대에서 직접 설거지를 해야한다. 물 한방울이라도 아끼려는 모습을 이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하루동안 여러 사찰을 방문했더니 사리암에서 저녁을 먹을 시간이어서 처음으로 저녁을 절밥으로 대체했다.
사리암 방문을 마치고 내려오던 중 계곡을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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