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근ㆍ 현대미술의 흐름과 세계미술의 시대적 경향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이다. 1969년 경복궁 소전시관에서 개관한 이래 덕수궁 석조전을 거쳐 과천의 현 위치에 자리잡게 되었다. 넓은 부지위에 들어선 미술관은 국제적 규모의 시설과 야외조각장을 겸비한 우리나라 미술문화의 보고이다. 우리 가족이 안양에서 살던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은 우리 가족의 놀이터이기도 했다. 미술품 보호를 위해 전시실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저렴한 비용으로 수준 높은 미술품도 감상하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놀 수 있는 아주 좋은 문화 공간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유가 있으면 자주 미술관을 찾곤 했었다. 어제 미술관 근처에서 혹서기마라톤 대회에 참가해서 엄청 땀을 흘렸는데, 하루만에 다시 아이들의 방학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한번 국립현대비술관을 찾게 되었다.
현대미술관은 한국의 성곽과 봉화대의 전통양식을 투영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는데, 성곽식의 조각관과 반타원식의 회화관 그리고 이 두 부분을 이어주는 봉화대형 램프코어의 경사로가 각 전시실을 연결하고 있다. 총 3층으로 구성된 전시관은 7개의 상설, 기획전시실, 원형전시실 등 넓은 전시공간을 가지고 있다.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면 자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이 뒤로 보이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상징인 고(故)백남준 선생의 '다다익선'이란 작품이다.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하여 제작된 이 거대한 탑은 모두 1003개의 텔레비젼으로 이루어져 있다. 백남준 선생의 작품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작품으로, 10월 3일 개천절을 상징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미술관 야외는 간간이 내린 비로 인해 습도가 엄청 높다. 내 자신이 예술에 대한 감각이 없는 관계로 아버지를 닮은 아이들도 예술에는 무관심이다. 내가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미술관에 자주 데리고 다니지만 나의 소망과는 달리 아이들은 미술관을 체육관이나 널찍한 놀이터로 생각한다. 이날도 학교 방학숙제를 위해서 미술관 입장권이 필요했을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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