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청명한 가을하늘아래 물맑고 공기좋은 강원도 철원 고석정에서 열린 철원DMZ국제평화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어젯밤 올라온다던 태풍이 대회참가를 앞두고 심통을 부리지않아 새벽에 날씨가 상큼해져 있다. 전형적인 가을날씨. 철원으로 이동하는동안 안개도 있었지만 선선한 느낌까지 있어 어떤 복장으로 달려야 할지를 고민할 정도였다. 출발 당시에는 약간의 쌀쌀함을 느꼈지만 안개가 걷히고 해가 뜨는 한낮에는 더울것 같아 결국 짧은 셔스로 바꾸어 입고 참가했다. 달리기 후반에 나의 선택이 옳았음을 실감할 정도로 많이 더워졌다.
철원은 경기도와 접한 강원도의 군사 요충지역이라 군인들도 많이 눈에 띄는데 특히 이번 대회에도 적지않은 젊은 군인들이 참가했다. 체계적인 달리기 훈련을 받지 않은 군인들이 패기만으로 대회에 참석하기엔 42.195Km의 거리가 엄청 먼 거리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들을 보면서 내가 강원도 양구 최전방에서 군생활했던 시절을 회상되어졌다. 요즘의 젊은 군인은 괜찮은 지휘관을 만나게 되면 이런 마라톤대회까지 참가할 수 있고 또 완주하면 휴가까지 보내준다고 하니, 그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요즘 군대 많이 좋아졌다.
달리는 동안에도 곳곳에 군인들이 나와 엄청난 환호를 보내준다. 휴일인데 쉬지 못하는 점이 안스럽기는 하지만 그들이 응원마져 없었다면 일반인이 전혀 없는 민통선 안에서의 달리기가 엄청 지루했을 것이다. 지뢰지대를 통과하고 옛 농산물 검사장인가 잔해만 남은 건물도 지나고, 사진에서 많이 보던 철원의 노동당사도 지나쳐 달리면서 , 아직은 이르단 느낌이 들었지만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철원평야의 평화로움까지 한껏 느끼고 왔다.
아래 사진은 친구 김종호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분당검푸 마라톤 클럽의 회원중 자원봉사를 가장 많이 하는 우량회원이다. 이날도 함께 참가한 20여명의 회원을 위해 김종호 부부가 닭백숙을 준비해와서 모든회원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심장에 다소 문제가 있어 빨리 달리지는 못하지만, 잘 달리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멋진 친구다.
달리기에 앞서 범띠 동갑끼리...
날씨가 선선해서 반팔 셔스를 입고 달릴 생각을 했다가 바로 생각을 바꾸어 어깨걸이 셔스로 바꾸었다. 철원의 날씨가 서울보다는 몇 도 낮고 또 아침기온이 상당히 선선해서 반팔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출발시간이 되면서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마 끝까지 반팔 셔스를 고집했더라면 막판에 더워서 고생을 조금 했을 것 같다.
날씨도 선선해서 달리기에 좋았고, 주변경관도 볼것이 많아 뛰기에는 최적의 날씨였지만 지나간 여름 훈련을 게을리 한탓에 작년 이대회 기록보다 무려 28분이나 늦은 3시간 46분 27초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시간은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들어와서는 더 힘이 들었던 것 같고... 마라톤은 정직한 운동이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기록으로 그것을 표시해준다.
이번에 참가한 철원대회는 작년 한국자생식물원의 김창렬원장님의 100번째 풀코스 완주 대회에 동참하기 위해 왔다가 주변경관도 뛰어나고 대회진행을 너무 잘해서 다시 참가한 대회였다. 올해는 작년보다도 한층 더 세심한 배려를 해서 내년에도 가능하면 참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선선한 날씨에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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