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경북 청송의 주왕산에 가을 나들이를 갔다. 3년전 청송을 여행했을 때처럼 새벽 1시에 집에서 출발해 5시에 주산지에 도착. 아직 날이 밝지 않고 날씨가 너무 추워 주산지에 가지 못하고 주차장 근처 조그마한 상점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날이 밝길 기다리다 주산지에 올랐다.
주왕산국립공원 내에 있는 주산지는 조선 숙종때(1721년)에 인위적으로 만든 농업용 저수지다. 특히 저수지 안에 자생하고 있는 스무여그루의 왕버드나무는 주산지는 아침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더불어 이곳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저수지 가장 자리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주산지를 더욱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으며 전망대에서는 주산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도 있다. 저수지인 주변의 단풍이 무척 아름답다고 해서 아침 일찍 왔으나 이날도 기온이 너무 낮아 물안개가 전혀 피어오르질 않았고 단풍이 져버린 스산한 초겨울의 날씨만 느끼고 왔다. 첫번째 주산지 방문때와는 달리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서인지 목책으로 호수 가까이 들어갈 수 없도록 막아 놓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목책을 넘어가고 있어 안타까움이... 사진을 찍기 좋은 포인트에서는 수 많은 사진 작가들이 사진기를 삼각대에 설치해 놓고 추위에 떨고 있었는데 우리 가족은 풍경사진 몇장만 찍고 바로 철수했다.
주산지에서 나와 우리나라 12번째 국립공원인주왕산 국립공원으로 이동. 종합터미널과 함께 사용하는 주왕산 국립공원 주차장에서 10여분만 걸으면 대전사를 만나게 된다. 주왕산은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암산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주왕산의 원래 이름 중 하나가 석병산(石屛山 : 돌병풍산)이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산 들머리를 지나 대전사가 어슴프레 보이자마자, 그 뒤로는 마치 9폭 병풍을 쫙 펴놓은 것 같이
기암(旗巖)이 우뚝 서서 주왕산의 기세를 선보이고 있다. 마치 저 멀리 땅끝 해남의 두륜산을 배경으로 대흥사가 서 있는 모습을 연상케 하지만, 그 기세와 웅장함은 주왕산이 더욱 도드라진다.
나와는 달리 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가족들과의 여행이고 이번 여행의 목적이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었기에 이번 주왕산 방문은 가벼운 트레킹 수준은 산책으로 끝나고 말았다. 주왕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제1,2,3 폭포와 주왕굴을 방문하는 3시간 정도의 등산아닌 트래킹 정도의 걷기로 등산을 마쳤다. 이번 주왕산 방문도 지난번처럼 단풍의 절정기를 지나버린 시기라 단풍다운 단풍은 구경하지 못하고 초겨울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겨울산을 보고 온 셈이다.
단풍이 아직 다 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번 주왕산 방문때에도 단풍을 별로 구경을 하지 못했다. 대전사에 있는 은행나무에만 노랑 단풍이 조금 남아 있었다. 이번 청송 방문이 단풍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었으나 조금 아쉽기는 하다. 대전사를 조금 벗어나니 국화꽃이 가득피어 있는 장소를 만나게 된다. 이 국화는 국화차로 이용할 수 있는 꽃크기가 아주 작은 종류였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대전사에 들러 향기 좋은 국화차를 한잔 얻어마셨다.
주왕산 입구에 큰 비석처럼 웅장하게 솟아있는 이 바위는 옛날 이곳에 은거하던 주왕이 적장 마장군과 싸울때 볏집을 둘러 군량미를 쌓아 둔것처럼 위장하여 마장군 병사의 눈을 현혹케 했다는 설이있고, 그후 마장군이 이곳을 점령했을때 대장기(大將旗)를 세웠다고 하여 기암(旗岩)이라고 불리고 있다.
당나라의 주왕이 숨어 살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의 주왕산은 청송의 대표적인 산이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이다. 주왕산은 태백산맥의 지맥으로서 해발 720m 높이의 산으로 숱한 전설과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1976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석병산, 대둔산, 주방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멀리서부터 주왕산의 위용을 한눈에 느낄 수 있게 하는 기암(旗岩)은 주왕산의 상징이라 할수 있는데 드문드문 자라난 노송이 운치를 더한다.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학소대와 병풍바위가 반겨준다. 한쌍의 학이 사이좋게 살았다는 학소대와 병풍모양의 병풍바위는 자연미의 절정을 보여준다. 이어서 떡을 찌는 시루를 닮은 시루봉과 신라의 왕손이 대궐을 지었던 터가 남아있는 급수대, 주왕산의 맑은 물이 쏟아지는 제1,2,3폭포와 왼손으로 던진 돌이 바위 위에 떨어지면 득남을 한다는 전설이 있는 아들바위, 주왕이 결국 화살에 맞아 죽었다는 주왕굴, 그 모양새가 관음보살을 닮았다는 관음봉, 연꽃과 닮았다는 연화봉, 주왕산을 굽어볼수 있는 망월대를 만날수 있다.
주왕산 제1폭포를 배경으로. 폭포근처는 바위라서 계절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듯하고 어느 각도에서 사진을 찍도라도 멋진 사진이 나올 수 있는 곳이다.
주왕굴을 배경으로
주왕산 국립공원 입구는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하다. 사과의 고장답게 사과를 동동띄운 동동주도 눈에 띄고 그밖의 청송과 이지역 주변지역에서 나는 특산물을 파는 상점과 노점상이 가득하다. 입구쪽에는 아직 단풍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계곡보다는 훨씬 따스한 날씨인 것 같다.
드디어 오늘 여행의 중요한 목적중에 하나였던 달기약수 닭백숙을 먹으러 달기약수로 향했다. 달기약수 닭백숙집이 셀 수 없이 많았지만 청송이 고향인 친구 심상걸이에게 미리 전화를 해서 덕보식당(054-873-2170)이란 집을 찾아갔다. 집은 허름했지만 깨끗한 식당못지 않게 요리도 잘하고 친절하였다. 달기 약수터 근처에는 닭백숙을 취급하는 식당이 너무나 많아 미리 생각하지 않고 간다면 장소를 선정하기에 쉽지 않을 듯하다. 식당에서 주는 물맛이 깔끔하지가 맛다. 바로 달기약수를 음료수로 준 것이다. 철맛인지 쇠가루맛인지 잘 알수는 없지만 어째든 마시는 느낌과 맛이 다시 마시고 싶지 않은데 몸에 좋다고 하니 억지로 가족과 함께 마셨다. 몸에 좋다는 재료와 달기약수를 넣어서 만들었다는 토종황기닭백숙이 나왔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담백하고 맛있었다. 한약재와 녹두를 듬뿍넣어 만든 달기약수 닭백숙은 토종닭으로 그 맛이 쫄깃쫄깃한게 마치 오징어를 먹는듯한 했고 담백하고 깊은맛을 냈으며 한마리로도 우리 가족이 충분히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청송의 명물로 유명해진 달기 약수 탕은 탄산, 철 성분이 포함돼 있어 위장병 신경통 빈혈 등에 효과가 있어 요즘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달기약수터를 찾은 관광객들이 약수 한잔 들이키고 나서 씁씁한 뒷맛으로 인해 엿을 함께 먹기도 한다. 약수로 푹고은 닭백숙을 먹고 가는 것이 청송 여행의 일반적인 코스로 정해질만큼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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