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산회 멤버들과 함께 떠난 2009년 첫 산행을 경기도 포천에 있는 주금산이다.
주금산(鑄錦山: 813.6m)은 행정구역상 경기도 포천시 내촌면, 남양주시 수동면, 가평군 상면 등 3개 시와 군의 경계에 있다. 주금산은 한글 발음상으로는 조금 이상하게 들리지만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아름답다고 '비단산'이라고도 불리는 산이다.
자료를 보니 주금산은 한북정맥상의 운악산과 수원산(水源山·709.7m) 능선 중간에서 남쪽으로 가지를 친 천마지맥상에 있으며 천마지맥은 주금산에서 남쪽으로 철마산(710m)- 천마산(810m)을 이으며 백봉을 지나 갑산-적갑산-예봉산으로 연결되며 한강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천마지맥은 약 50km정도의 산줄기가 이어진다.
주금산을 오르는 길은 포천, 남양주, 가평 어느 방향에서나 가능하나 우리 일행은 47번 국도를 통해 베어스 타운 아랫쪽에 있는 내촌면사무소에 도착한후 산쪽으로 조금 더 직진해서 커다란 능곡청정마을 표시석이 나오며 그 뒤로 큼지막하게 주금산 안내도가 서있는 소형차 주차장을 출발점으로 정했다. 이 주차장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산 중턱에 이르자 갑자기 안개가 몰려오기 시작한다. 겨울철 한낮의 안개라... 아마 안개가 아니라 낮게 깔린 구름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 중심부에 서 있으면 구름과 안개의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안개라고 생각할 뿐. 안개로 인하여 하산할 때까지 주변 풍경 구경은 제대로 해 보지 못했다. 그나마 짙은 안개가 아닌지라 길을 헤메지는 않았다.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는 2월의 등산이어선지 생각보다는 산행인파가 별로 없었다. 정상까지 올라 가는 동안에는 한팀도 만나지 못했었고, 산 정상에서야 한두팀을 보았을 뿐이다. 사람이 적당히 없으면 한적해서 좋은데 너무 없으면 심심하다. 날씨가 좋은 시절에는 이 산에도 산행인파가 많다고 하던데...
정상 부근에 헬기장이 나오고 그 근처에 군인들이 만들어 놓은 벙커가 엄청큰게 있었다. 굴뚝도 대여섯개가 있는 제법 큰 규모의 군시설이다.
주금산 정상은 별로 볼 것도 없고 장소도 협소했다. 정상석이 놓여 있지 않았다면 이곳이 정상인지도 모르고 지나쳤을만큼 평범하다. 여름철에는 주변의 나무로 인해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전망이 트이지 않은 정상은 아무래도 맥이 빠진다.
정상을 지난후 하산을 어느 방향으로 할 것인지 의견을 나누었는데 모두 초행길이고, 주금산에 오른 사람들이 별로 없어 조언도 구하지 못한채 베어스타운 방향으로 향했다. 그런데 베어스타운 방향은 산의 북쪽면이어서 눈이 녹지 않아 길도 미끄럽고, 바람도 심하게 불어 식사를 할 곳도 찾을 수 없어 조금 내려가다가 다시 정상으로 올라왔다. 내려간 거리와 시간의 낭비가 아깝기는 했지만 현명한 판단이었던 것 같다.
정상에서 안암절 방향으로 하산길을 정하고 8각정쪽으로 조금 내려오니 거센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아늑한 장소가 있어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베어스타운 북쪽방향과는 달리 포근한 느낌이 들고 정말 순간의 선택이 오늘 산행을 편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바람과 안개가 많았지만 이곳은 모두 피할 수 있는 위치였고, 다른 사람들도 이곳을 선택해서 식사했던 흔적이 여러군데 남아 있었다.
날씨가 좋은 겨울이 아니였다면 이 정자가 좋은 휴식처였을텐데 바람이 쌩쌩부는 겨울철이라 좋은 장소가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 더구나 안개까지 끼어 있어 주변의 전경이 하나도 보이질 않아 더욱 아쉬웠다. 이곳이 정상보다 오히려 전망이 훨씬 좋고, 독바위도 잘 보인다고 하는데 날이 맑을 때 이야기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안개가 나무를 스쳐 지나치며 상고대(서리꽃)가 형성되고 있다. 상고대를 볼 수 있는 것은 하나의 즐거움이지만 안개로 인해 주변 정경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정상에서 안암절 방향으로 하산해서 다시 포천 내4리 마을회관 방향으로 고개 하나를 넘어 되돌아갔다. 산정부분에 안개로 인해 멋진 산행은 아니였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고 왔다. 겨울산은 솔직히 너무 메말라 있어 삭막하다. 그나마 평지에서 보기 힘든 눈이라도 볼 수 있기에 찾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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