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백운산 산행 (2009.2.21)

남녘하늘 2009. 11. 6. 00:12

 

회사 산악회에서 2009년 들어 두번째 떠난 산행지는 전남 광양에 있는 백운산(白雲山)이다.
백운산은 이정표만 잘 보면 산행에 어려움은 없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오늘 산행은 이정표만 따라가다가 예정된 산행을 하지 못하고 짧은 산행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경관이 빼어나고 등산코스가 비교적 완만하여 산행이 쉬웠으며, 눈 쌓인 신선대에서 정상까지의 등반로의 경관과 정상 부근에서 바라다보는 지리산과 한려수도와 광양만의 조망이 일품이었다.

 

광양으로 가는 도중에 잠시 식사를 위해 들른 옥산휴게소에서.  

 

 

 

백운산(1.218m)은  전라남도에서 지리산 노고단 다음으로 높은 산으로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지리산과 남북으로 마주하고 있다. 주산인 백운산은 서쪽으로 도솔봉(1,053m), 형제봉(1,125m), 동 쪽으로 매봉(867m)을 중심으로 한 남쪽으로 뻗치는 4개의 지맥을 가지고 있으며 경관이 빼어나고 등산코스가 완만하다.    

 

백운산 기슭  진틀마을을 기점으로 산행을 시작하며 출발하기 전 단체사진을 한장 찍었다.

 

 

 

평소의 등산방식이였다면 당연히 긴 코스를 잡아 함께 가야하나 회사에서 등산은 동료들과 함께 하려고 참석하는지라 일행들의 진행속도를 보아서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회사 산악회에서 가는 등산모임에서는 앞서가는 팀과 같이 가본적이 없기도 하다. 거의 후미그룹과 함께 산행시작...  

 

 

 

날씨는 일기예보와 달리 기가 막히게 좋다. 어제 일기예보에서는 우리나라 전역에 금년들어 처음으로 대규모의 황사가 온다고 했는데 아주 먼 곳까지 시야가 탁 트인 것이 황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더구나 1,200m가 넘는 높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춥지 않아 미리 준비했던 외투는 일찌감치 배낭에 매달아버렸다.   

 

 

 

 

조금 더 올라가니 이제는 진흙길은 끝나고 눈길이 이어진다. 멀리 광양까지 산행을 왔지만 떠날 때 이렇게 멋진 눈길 산행을 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않았다. 역시 1,200m가 넘는 산인지라 그늘진 응달에는 많은 눈이 쌓여 있다. 스패치와 아이젠을 준비했는데 오르막길에서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내리막에서는 아이젠을 유용하게 썼다.  

 

 

 

 

정상으로 갈수록 눈이 많이 쌓여 있다.

 

 

 

 

 

주변에 산죽이 엄청 많다. 암릉과 쌓인 눈 사이사이에 있는 산죽은 푸르름이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추위 속에서 굳굳하게 살아나가고 있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백운산 아래서 정상을 바라본다. 정상은 거대한 바위 덩어리다. 바위 위에는 사람들로 꽉 차있다. 

 

 


삼거리에서 정상방향으로 조금 내려간 전망 좋은 바위에 올라 주변조망을 감상했다. 남쪽으로는 섬진강과 멀리 그림처럼 펼쳐지는 한려수도의 환상적인 모습과 북쪽으로 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 지리산이 한눈에 들어오는걸 눈이 시리도록 감상을 한다.

 

 

 

 

 

이제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상인 상봉은 거대한 바위로 되어있어서 웅장한 모습이다. 정상으로 올라갈 수록 눈이 많아지고, 움직이는 속도는 늦어지고 반대쪽에서 오는 등산객과 만나게 되면 시간이 더욱 지체된다. 드디어 백운산 상봉.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이다. 통상 정상에서 밥을 먹지 않지만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오늘따라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서 정상 바로 아래에서 식사를 하기로 한다. 하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도 1,200고지는 어쩔 수 없는지 밥은 먹다보니 한기가 몰려온다. 오래 머물러 있기에는 좋지 않은 상황...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정상 상봉에서 사진 한장을 남기고 하산길에 오른다.   

  

 

 

 

 

 

내리막의 일부 구간에는 눈이 많이 쌓여 있어 발이 눈속으로 푹푹 빠진다.

 

 

 

 

 

하산하면서 함께 있던 후미그룹이 어느 방향으로 하산할 것이지 놓고 의견이 분분하였었는데 일거에 모든 것이 해결되어졌다. 1,100 고지에서 왼쪽으로 갔어야 했는데 오른쪽으로 모두 이동해버렸고(길을 바로 찾아가기 힘들게 되어 있어 착각하게 되었슴.) 다시 돌아가서 긴 코스를 타기에는 많이 내려와버려 후미주자들은 모두 짧은 코스를 택하게 되었다. 이 헬기장에서 길이 어긋난 것 같다.  

 

 

 

 

 

산을 오를때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등산로를 따라서 검은 케이블이 상당히 많이 깔려 있어 이 높은 산에 무슨 케에블이 설치되어 있을까하고 의문을 가졌었는데 등산하고 내려오면서 그 의문이 풀렸다. 그 케이블처럼 생긴 것은 전선이 아니라 백운산에서 많이 생산되는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고무호수 였는데 아랫쪽에서는 그 양이 많아지다보니 검정색을 두꺼운 케이블같아 보이는 호수를 사용했던 것이였다. 내려오는 동안 본 고로쇠 나무에는 예외없이 나무의 밑 둥에 드릴로 구멍을 파고 수액을 채취하는 노즐이 달린 고무호스를 연결하고 그것을 상수도관처럼 여러 개를 이어서 밑에서 큰 통에 수액을 받게 만들어 놓았다.  고로쇠 수액은 겨울을 난 나무가 봄을 맞기 위하여 위의 잔가지에 영양과 수분을 공급하는 것인데 중간에서 가로 채는 것이다.

 

이 지역 주민들에게 봄철 소득을 올리는데 한몫을 한다고 하지만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칩 즈음부터 고로쇠 물을 마시기 위해 등산객이 몰려든다고 하고 산으로 이동하던 길가에는 고로쇠 정보화마을이란 팻말로 눈에 띄었다.  

 

 

 

 

앞서 갔던 선두그룹과는 달리 후미일행은 백운사계곡으로 내려왔다. 백운사에서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고 있었고 사찰임에도 불구하고 일행중 몇사람이 고로쇠물 한컵 달라고 했는데 야박스럽게 거절했다. 그렇다고 컵 단위로 판매하는 것도 아니면서... 스님은 아니지만 절에 있는 사람들의 야박한 마음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백운사에서...

 

 

 

 

이후 백운산에서부터 등산로 입구까지는 상당히 긴 거리였지만 차가 다닐 수 있도록 잘 다듬어진 임도보다 좋은 도로여서 트레킹하는 기분으로 등산을 마무리했다. 하산길에 무릎에 부담이 많이 갈 수 있는데 오늘은 코스를 잘 선택(?)하는 바람에 너무 편한 등산이 되어버렸다.  

 

 

 

백운사입구까지 거리가 얼마되지 않는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는 꽤 먼 거리였다. 내리막임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걸어내려 왔는데 반대로 올라가는 길이였다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차가 다닐 수 있도록 하다보니 지름길을 택하지 못하고 빙빙 둘러가도록 만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선두보다는 빨리 하산했고 내려와서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약간의 여유도 부렸다. 긴 코스를 택했던 일행들이 모두 하산한 것은 오후 5시. 광주전남지역본부에서 온 직원들이 본부장님의 지시라면서 저녁을 사겠다고 하였으나 일행들이 빨리 출발해서 중간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자고 해서 바로 출발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왕복 10시간이 넘는 시간을 투자해서 그 먼 광양까지 왔으면 광양시내도 둘러보고 근처에 볼만한 것이 있으면 밝은 낮에 그런 곳도 한두곳 둘러보았으면 하는데 다들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어짜피 도착시간이 10시가 넘을 것이라면 한두시간 늦어지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으랴만은... 또 시간을 내어서 광양까지 오기가 쉬인 것도 아닌데. 나는 고향이 진주라서 광양까지는 가까와 이미 몇 차례 방문해 보았지만 바로 올라가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하여간 5시간 정도의 등산을 위해 왕복 10시간의 이동시간을 참아내며 봄과 겨울이 공존하는 먼 광양의 백운산을 잘 다녀왔다. 봄이 되면 매화꽃이 하얗게 물들고 이어서 벚꽃이 새하얗게 수 놓아져 절경이라는 섬진강변의 백운산을 다음에 꽃이 필 때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사천휴게소에서 문종두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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