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산회 회원들과 함께 산 광교산 산행.
광교산을 여러번 올라 보았지만 경기대 정문쪽에서 시작해서 광교산 종주를 해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광교산은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에 있는 산으로 높이 582m이다. 산 능선이 매우 완만하면서도 사방으로 수목이 우거져있고 수원시민들에게는 서울의 북한산처럼 가까이 있어, 단독산행지로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그동안 나는 매번 분당쪽에서 접근이 편한 고기리쪽에서 시루봉만 오르곤 했었는데 오늘은 광교산을 오르는 코스중 가장 일반적인 코스인 경기대 정문쪽에서 출발을 하게 되었다.
회원중 일부가 경기대 정문과 후문을 잘못 알고 있어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보다 약간 늦게 정문에 모두 모여 산행을 시작했다. 모처럼 많은 회원들이 모여 오늘 참가자는 7명이다. 분당쪽에서 광교산에 오르면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경기대 정문쪽에서의 산행은 마치 학생들이 단체 소풍을 온 것처럼 줄지어 오른다. 수원시민들의 산책로인것 같았다.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사람들의 행렬, 넓지 않은 산길에 추월도 할 수 상황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쌀쌀하던 날씨였는데 며칠 사이에 봄이 느낌이 완연해졌고 듬성듬성 모둠지어 피어있는 진달래꽃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수목도사 최차장님에 의하면 철쭉은 계속하여 자라지만 진달래는 일정수준 자라다 고사한다 한다고 알려준다. 형제봉 오르는 길에 하늘이 점차 어두워지더니 빗방울이 살짝 들기 시작했다.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빗방울은 더 굵어지지 아니하고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하며 오히려 덥지않아 우리의 산행을 도왔다.
일단 목표가 시루봉인지라 형제봉을 살짝 우회하여 비로봉으로 향한다. 일부 회원께서 어제 약주를 한 탓인지 조금씩 속도가 늦어진다는 기분이 들 무렵 비로봉 오르는 마지막 가파른 길에 다달았다. 숨고르기 한번하고 냅다 오르니 눈앞에 우뚝한 정자형태의 쉼터가 우리를 맞는다. 난간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니 시원하고 상쾌하다. 정자에 눈길을 끄는 현판 2개가 보인다.
고려말 왕사를 지낸 나옹화상의 悟道頌 (도 깨치는 소리 !!!).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잡고 티 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드디어 광교산 정상인 시루봉에 오르니 당초 정상 표지석 있던 자리에서 약간 비껴 새로이 ‘광교산’ 표지석을 설치하여 놓은 것이 보인다. 정상에 와 본지 1년정도 되었는데 그 사이에 이렇게 변해 버렸다. 광교산의 정상이 시루봉이지만 전망은 별로다. 분당과 수지쪽의 아파트만 보이기 때문이다. 사진만 한장 찍고 노루목 대피소를 경유하여 통신대 쪽으로 이동하였다.
통신대쪽으로 이동중 만나게 되는 노루목 대피소. 광교산처럼 평이한 산에 왜 대피소가 있어야하는지 의문스럽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다는 측면이라면 없는 것보다 낳겠다는 생각이... 하지만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 인공 구조물이란 생각은 어쩔 수 없다.
통신탑을 배경으로... 이제부터는 내리막이다.
돌무더기 쌓여있는 삼거리를 정점으로 하여 절터 약수터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내려가면서 산행하여 온 길을 올려다 보니 능선이 제법 높아 보인다. 우리가 걸어 온 길이라 생각하니 조금 뿌듯한 생각이 든다. 광교산이 비록 해발 582m에 불과하지만 산행초입에서 보았던 진달래 꽃이 정상부근에서는 아직 몽우리를 맺은채 개화되지 않았고 주변의 풍경이 아직은 겨울이다. 한 산이로되 산 아래와 정상부근의 기온에 그만큼 차이가 나는 탓이다.
평화롭기까지 한 정겨운 길을 따라 절터 아래 약수터에서 시원한 냉수 한사발 하고 올려다 보니, 절터에는 빈공간과 그 아래편 주변에 무너진 석축만이 남아서 절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양지바르고 전망 좋은 곳에 절이 자리잡고 있었던듯 싶다.
3시간 반정도의 산행을 마치고 13번 수원여객 버스 종점이 있는 광교산 입구 바로 위에 있는 사방댐을 배경으로. 시기적으로 숲이 우거지거나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 왔으면 더 운치가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 앙상한 나무밖에 보이질 않는다.
광교산 입구의 광교산 안내탑.
산행을 마치고..
약 12Km 정도의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여 기념사진을 찍고 밥집으로 향하니 산행을 마친 분들이 제법 넓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시내버스가 들어오는 산중턱으로 생각되는 이곳까지 이미 유원지화 되어버렸다. 편하게 밥 한그릇과 동동주 한잔을 먹을 수 있어서 좋기는하지만, 개발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닌지라 한편으로 씁쓸함이... 식사를 마치고 시내버스를 타고 경기대 정문앞까지 내려와 다시 경기대 교정을 통과해서 차량을 주차해 놓은 후문쪽으로...
힘들지 않은 편한 산을 택해서 즐겁게 하루를 보냈다. 이 교정에도 벚꽃이 피려고 꽃망울을 맺고 있었다. 아마 다음주가 되면 환하게 핀 벚꽃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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