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산회 멤버들과 함께 떠난 2008년 마지막 산행은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망봉이다. 한해가 몇 일 남지않은 마지막 토요일, 눈이 있는 산을 가자는 의견에 따라 국망봉으로 가기로 했다. 지난 몇년간 눈이 쌓여 있는 겨울 산행을 해보지 못했는데 정말 오랫만에 눈속에 발이 푹푹 빠지는 설산을 오르는 아주 좋은 기회를 가졌다.
국망봉은 주능선의 길이만도 15㎞에 이르는 경기도내의 제3고봉으로 암봉이 거의 없는 육산으로 해발 1,168m가 되기 때문에 산행이 쉽지 않은 산이며, 국망봉을 오르내리는데는 최소한 5시간이 소요된다. 육중한 신세에 고산의 면모를 고루 갖추어 어느 계절에 찾더라도 웅장한 맛을 느끼지만 특히 겨울철에는 많은 적설량과 함께 주능선 일대의 설화와 상고대를 흔히 볼 수 있다. 국망봉의 주능선은 정상까지 5개봉으로 형성되어 있어 오르락 내리락하는 등산의 묘미를 더해주고 한북정맥의 분수령을 이루는 산이다. 시간이 허락했다면 국망봉에서 백운산 광덕산까지 가고 싶었지만 겨울인지라 해도 짧고, 우리 일행이 타고온 차량이 포천 이동면 근처에 있기에 처음 출발한 곳으로 돌아와야 하는 관계로 나머지 산들은 다음에 가보기로 했다.
산 아래쪽에는 눈이 별로 없었지만 조금 걸어올라가니 눈이 점점 많이 쌓여 있다. 정말 오랫만에 설산에 오르게 되니 기분이 좋다. 이렇게 쌓인 눈을 밟아본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모르겠다. 산 오른쪽으로 군인 사격장이 있었으나 겨울철에 사격훈련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 걱정도 되지 않고... 산을 오르는 도중에 중간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내리막이 있어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눈이 쌓여 있지만 헬기장으로 보이는 곳에서 첫 휴식을 가지면서...
왼쪽부터 지형구님, 정현태님, 나, 홍인기님, 김호영님, 최정갑님, 이익수님,
힘들게 능선을 모두 올라온 뒤 국망봉을 1Km 정도 남겨놓고 간단한 점심식사. 매섭게 부는 북풍을 피해 남쪽 기슭에 있으니 한겨울임에도 훈훈한 느낌이다. 눈밭에 않아 있어도 그다지 춥지 않았고, 각자 준비해 온 먹거리와 함께 라면까지 끓여 먹었다. 산에서 불을 사용하면 안되지만 눈밭에서 불 피우는 것을 용서(?)가 되지 않을까? 불을 사용한 대신 음식을 먹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모두 되싸가지고 왔다.
국망봉 이름이 붙여진 것은 두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은 나라를 고려 태조 왕건에게 물려주고 천년사직과 백성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명산대찰을 찾아 헤메는데, 경순왕의 아들인 마의 태자는 엄동설한에 배옷 한벌만 걸치고 망국의 한을 달래며 개골산(금강산)으로 가던중 이곳에 올라 멀리 옛 신라의 도읍지 경주를 바라보았다는 데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두번째는 궁예가 태봉국을 세우고 철원에 도읍을 정한 뒤 국가의 틀을 굳혀가는 과정에서 날로 폭정이 심해지자 그의 부인 강씨는 한사코 왕에게 간언하였으나 이를 듣지 않고 오히려 부인 강씨를 강씨봉아래 마을로 귀양 보냈는데, 나중에 왕건에 패한 궁예가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강씨를 찾았지만 부인 강씨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그 후 궁예가 회한에 잠겨 국망봉에 올라 도성 철원을 바라 보았다 하여 국망봉이라는 산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국망봉 표시석을 배경으로...
한북정맥 줄기인 국망봉 정상.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동남쪽으로는 화악산, 북쪽으로는 철원이 보이며 서쪽으로는 관음산이 들어온다.
사방으로 둘러 보이는 산에 온통 눈으로 가득하다. 생각보다는 많은 눈이 내렸고 보기 좋았는데 갑자기 25년전 양구에서 군생활할 때 생각이 많이 났다. 겨울만 되면 제설작업을 나가느라 쉬지도 못해 제발 눈 좀 적게 내리라고 기원했던... 하지만 지금은 눈내린 산이 아름답기만 하고, 동료들과 함께하고 있는 현재는 즐겁다. .
힘들게 정상에 오르니 멋진 조망이 펼쳐졌다. 동쪽으로는 화악산, 남쪽으로는 운악산, 서쪽으로는 이동면 시가지와 사향산, 북쪽으로는 백운산과 백운고개가 있는 곳까지 모두 보인다. 정상에서 출발할 무렵 갑자기 구름이 몰려 오면서 시야가 어두워진다. 백운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이동면쪽 시가지와 주변의 산들.
신로봉쪽으로 내려가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아 뒤 국망봉에서 장암저수지 방향으로 바로 내려가는 코스를 택해 하산을 시작했다. 이곳은 처음부터 급경사로 대단히 위험한 내리막이다. 내려가는 것도 힘이 들었는데 처음부터 이 코스로 국망봉을 오랐다면 엄청 힘들었을 것 같다. 미끄럽고 가파른 급경사를 거의 로프에 의지해서 내려왔다.
얼마나 산이 험한지 중간에 대피소 산장까지 있다. 들어가 보니 의자와, 침상, 식탁같은 평상같은 시설을 잘 해 놓았다. 2003년 별 준비도 없이 초보자가 겨울에 산행을 하다가 사고가 있었다고 하더니 그 이후로 세워진 듯하다. 하산 3.2 Km 라 적혀 있어 그쯤이야 하며 내려갔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45도 이상의 급경사길이다. 조금만 더 가면 길이 좋아지겠지 하며 기대를 해 봤지만 임도가 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가까와 보여도 내려 오는데에만 2시간이 넘게 걸린 것 같다.
경사길을 내려와 조금은 편해진 임도를 배경으로 이익수님과 함께.
국망봉 산행을 마치고 주차를 해 놓은 곳까지 내려와 우리가 올라갔던 국망봉을 배경으로. 정상 부근은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저 높은 곳까지 갔다 왔다고 생각하니 흐믓한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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