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산악회와 함께 2008년을 마무리하는 산행으로 산행지는 100대 명산중에 하나인 구병산이다. 회사에서 출발할 때부터 겨울비가 내려 산행하기에는 좋은 날씨가 아니였지만 이미 산행을 약속했던지라 조금 무리해서라도 산행에 참가. 여름에 내리는 소나기처럼 많은 비는 아니지만 조금씩 끊임없이 내리고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통해서 얼마전에 새로 개통된 청원-상주간의 30번 고속도로 바꾸어 타고, 속리산 IC에서 25번 국도로 내려선 후 산행 들머리인 보은군 마로면 적암리의 적암리휴게소에 도착했다. 버스로 이동중 산행을 출발할 때가 되면 비가 그쳐주길 바랬는데 출발할 시점까지도 비가 구질구질하게 내린다.
구병산은 국립공원인 속리산 남쪽에 붙어 있는 높이 876m의 산으로 주 능선이 동에서 서로 길게 이어지면서,
마치 병풍을 두른 듯 9개의 봉우리가 연이어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보은군청은 속리산과 구병산을 잇는 43.9Km를 1999년 '충북 알프스'라고 지정하고 홍보하고 있다. 구병산은 속리산의 명성에 가려져 일반인 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산이지만, 반면에 그래서 산 전체가 깨끗하고 조용한 느낌을 주는 산이다. 산 능선 길은 대체로 바위가 많아 로프 길도 간간이 있고 산의 폭은 그다지 크지는 않고 종으로만 꽤 긴 산이다.
겨울비를 맞으며 적암리 휴게소에서 출발하기 전 단체사진.
산에 오르는 도중 비는 그쳤으나 정상에 오를 때까지 구름속에서 헤멨다. 바람이 제법 강하게 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름의 양이 워낙 많았던지 쉽게 구름이 사라지지 않았다. 맑은 날이었다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길도 산봉우리도 보이질 않으니 조금 헤메이기도 했다. 정상에서 가까운 853봉을 지척에 두고... 산으로 오르면서 날씨가 쌀쌀해져서 비가 그쳤음에도 보온을 위해 우의를 벗지 못했다. 생각보다 꽤 강한 바람이 불었고 비가 내려 중간에 사진을 찍지도 못했다.
산행 도중 중간에 다시 비가 내리는데 산 위쪽이라 기온이 많이 내려 가서 진눈깨비로 바뀌었다. 많은 양은 아니였지만 산행을 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여러가지 모습을 하루에 모두 즐길 수 있었다. 비가 내리는 것보다는 오히려 더 좋았다.
853봉 정상에 오르면 돌무덤과 표시석 그리고 약간의 공터 이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이미 낙엽이 져버린 활엽수림으로 주변이 둘러쌓여 있어 구름이 없어도 조망이 그리 좋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곳으로 오는 동안에 구병산에는 깍아지른 절벽길을 통과한다고 했는데 구름에 가려 오직 앞만 보면서 오다 보니 위험한 길을 헤치고 왔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구병산까지 이어지는 길은 그리 심하지 않은 오르내리막 몇개를 거쳐야 했다.
구름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습기가 찬 나무가지를 지나면서 얼어붙어 있다. 구름으로 인해 주변 전경을 볼 수 없었지만 하루 종일 여러가지 모습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산행이었다.
정상에 도착했지만 사방 천지가 구름 속이라 산의 높이가 어느 정도인지 어느방향이 속리산인지 궁금했었는데 갑자기 구름 사이로 우리가 출발했던 적암리 방향이 보였다. 보여진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마져 보이지 않았다면 절반쯤 부족한 산행이 되었을텐데 그나마라도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구병산 정상석을 배경으로 단체사진. 바람이 심하고 날씨가 추워서 간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단체사진을 한장 찍고 하산을 서둘렀다. 기다린다고 해서 구름이 바로 걷힐 것 같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단체사진을 찍은 후 대부분의 일행이 먼저 내려간 뒤 빠른 바람에 의해 서서히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앞서 내려간 사람들은 정상에서 산아래를 한번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내려갔는데 후미에서 조금 지체하다보니 오히려 주변 경관을 구경을 하게 되었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코스는 능선을 따라 이동하는 코스가 아니라 계곡으로 내려가는 코스였던지라 구름이 걷혀도 주변 구경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선두일행은 제대로 된 전경을 구경할 수 없었다고 했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문종두님과 황유순님과 함께.
구름이 걷히면서 멀리 속리산 일대가 오른쪽 천황봉부터 문장대를 거쳐 묘봉 상학봉이 있는 서북능선까지 한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내려간 일행들이 얼마나 아쉬웠을까? 이 광경을 보려면 다음에 다시 한번 구병산을 올라야 할 것이다. 후미조를 챙기느라 지체한 덕분에 반쪽 등산이 온전한 등산으로 바뀌었다.
계곡을 완전히 내려와서 인공위성 지구국이 있는 적암리(보은군 미로면)를 지나면서.
김형복님과 최정갑님과 함께.
산을 다 내려와서 우리가 올라갔던 구병산 정상을 돌아보니 다시 구름에 쌓여 있다. 산행을 하면서 비와 함께 구름을 만나면 산행의 기쁨이 반감된다. 그야말로 안개속을 헤메야하고 주변의 풍광도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는 지형지물을 확인할 수 없어 간혹 길을 잘못들어 헤메는 것도 다반사다. 아마 잠시동안이라도 우리가 있던 정상에서 시계가 열린 것은 평소에 덕을 많이 쌓아서인가...ㅎ.ㅎ
오늘 산행은 적암리휴게소에서 출발해 사기막마을, 팔각정,절터골, 정수암터를 거쳐 동릉, 853봉에 이어 정상에 오른뒤 철계단을 통해 쌀난바위쪽으로 하산해서 위성기지국을 지나 출발했던 사기막 마을로 내려오는 7Km의 코스였다. 산행시간은 약 4시간정도 걸린 것 같다. 날씨가 좋지 않아 산에서 준비해간 것을 간단히 먹고 산에서 내려온뒤 적암리 휴게소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출발지인 사기막 마을을 배경으로 황유순님과 함께.
첫 출발지였던 적암리휴게소에서 점심 겸 뒷풀이를 했다. 비와 땀에 젖은 몸을 대충 씻어내고 미리 준비한 새옷으로 갈아입으니 비와 바람으로 인해 조금은 힘들었던 산행의 기억이 잊혀지고 상쾌하다. 뒷풀이에서 OB 선배님이신 최만호님께서 회원들에게 따뜻한 점심을 후원해 주셔서 더욱 좋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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