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삶을 풍요롭게 하는 모임

속초 워크샵 (2009.10.23-10.24)

남녘하늘 2010. 1. 15. 00:08

 

 이달 초에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출범하게 되었다. 내가 근무하게 된 곳은 LH의 인재개발원으로 직원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다. 부서내에는 토지공사에서 운영하던 대전연수원과 주택공사에서 운영하던 속초연수원이 있었는데, 이곳도 우리 부서로 배속되어 대전과 속초 두곳의 연수시설을 관리하게 된다. 앞으로 두 곳의 연수원에서 직원융화 교육을 9개월에 걸쳐서 하는데 우선 우리 부서직원의 융화가 시급해서 전 부서원이 속초연수원으로 워크샵을 떠나게 되었다.

 

본사에서 근무하는 18명, 대전연수원에서 2명이 속초연수원으로 이동했다. 업무를 잠시 중단하고 모처럼 평일날 떠난 짧은 여행이다. 얼마전 시원하게 뚫린 서울춘천간 고속도로를 통해 홍천까지 이동한뒤 준 고속도로처럼 뚫려 있는 44번 국도와 미시령 터널을 이용했더니 분당에서 속초까지 3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서울에서 속초까지 가면 옛날에는 5시간도 더 걸렸던 것 같은데 이제 많이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다.

 

 설악산의 서쪽인 백담사 계곡은 날도 맑고 단풍이 너무 예쁘게 들어서 고속버스를 타고 가지 않았다면 잠시 내려서 단풍구경이라도 하고 갔으면 했지만 버스에서 내릴 수 없어 아쉬웠다. 미시령 터널을 지나고 영동쪽으로 오니 기후가 확 바뀌어서 구름이 가득하고 시야도 맑지 않다. 사진 속의 구름 속에 울산바위도 숨겨져 있다. 산하나 차이로 이렇게  날씨가 달라지는 것이 신기하다.   

 

 

 

속초에 먼저 도착한 직원들과 함께 속초연수원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서울시 공무원 수련원 뒷쪽에 있는 이목리 막국수집으로 나름대로 정원을 비롯해서 여러가지 조경에 신경을 많이 써 놓은 식당이었다. 조금 늦게 도착하는 부서원들을 기다리며 막국수를 먹고 나왔다. 식당을 배경으로 나연주주임과 윤혜경대리와 함께.

 

 

 

 우리 회사의 속초연수원.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숙소동이고 왼쪽편에 보이는 것은 연수동이다. 원래는 주택공사의 연수원이었는데 통합을 하게 되면서 토지주택공사의 속초연수원이 되었다. 80여 객실을 갖추고 있고, 인근의 유명한 척산온천의 수질보다 더 좋은 온천수가 나와 교육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러 가도 썩 괜찮은 곳이다. 이곳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했다.

 

 

 

연수원의 이곳 저곳의 모습.

 

 

 

 

 

숙소동에서 내려다본 연수원의 모습.

 

 

 

우리 연수원 인근에 있는 현대훼밀리 콘도와 농협 수련원. 직선거리로 5-600m가 되지 않을 것 같다. 동해바다에 접해 있지는 않지만 바다까지 차를 타면 10분이 걸리지 않으니 굳이 바닷가에 있을 이유가 없다.

 

 

 

 저녁에 인재개발원의 전 가족이 모두 함께 영랑호에서 가까운 장사항구의 한 횟집으로 이동했다. 이 식당도 속초식구들이 자주 가는 집이어서 회와 음식도 좋았고 서비스도 좋았다. 인재개발원 식구들이 본사와 속초,대전등 3곳에 근무하고 있어 1년에 한번 한자리에 모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합한 이후 첫 모임을 이곳에서 갖게 되었다. 속초연수원의 안은영주임과 본사의 김정훈과장과 함께.

 

 

 

 

맑은 공기 속에 좋은 안주, 모처럼 업무를 떠나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한잔 한잔 했더니 세 사람 모두 불타는 얼굴이다. 세 사람 모두 술을 잘 마시는 체질이 아닌지라 한잔만 해도 얼굴색은 마찬가지다. 함께 근무하는 윤순열차장과 이병문차장과 함께. 직원의 융화는 이렇게 터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서둔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하려고 해도 안되며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회식을 마치고 식당앞에서. 어둠이 깃든 밤이 아니였으면 바닷가 모래사장이라도 산책해 보았을텐데 어둠이 깃든 한적한 시골 바닷가는 그다지 운치가 없었다. 게다가 술까지 한잔 했으니...

 

 

 

 

직원들이 이벤트로 폭죽을 준비했다. 평소 바닷가에 갔을 때 이렇게 폭죽을 터뜨리면 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심하단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은 내가 그 부류에 속하게 되었다. 싸구려 중국산이 들어와 소음과 폭죽이 터질 때 발생하는 나쁜 가스냄새로 인해 불쾌했던 경험이 있어, 평소에 아이들이 사 달라고해도 사주질 않았었는데... 술 마시고 해 보니 나름대로 즐거웠다. 남이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멘스다.   

 

 

 

연수원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속초로 왔으니 절정에 달한 설악산 단풍을 구경가기로 했다. 나름대로 아침 일찍 숙소를 출발해 목우재터널을 넘어서 설악동방향으로 갈 계획을 잡았는데 터널은 커녕 척산온천 입구근처까지 차가 밀려 꼼짝 못하고 있었다. 20여분을 기다리다가 차를 겨우 돌려 목적지를 청대산 산림욕장으로 변경했다. 설악산 단풍구경은 우리보다 훨씬 더 부지런한 사람만 가능한 것이다.

 

 

 

산림욕장 입구에서 청대산을 오르기 위해 단체 사진을 찍었다. 청대산은 속초 8경 중의 하나로 해발 230.8m 이고 주변에 소나무가 무성하여 그 푸르름으로 인해 청대(靑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황토 흙길을 걸어오르며, 곳곳에는 나무로  계단이 만들어져 있어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산이다. 산을 오르며 청초호와  동해 바다와  속초 시내가 한눈에 조망되며, 정상에서는 설악산을 조망할수 있어 설악산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산림욕장이라고 했는데 산에 오르며보니 나무가 별로 눈에 띄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곳곳에 불에타다 남은 나무들의 흔적이 있었다. 산에서 내려온 뒤 확인해보니 청대산은 2004년 3월에 큰 산불로 10헥타르 이상의 산림이 불에 타  푸르던 소나무가 거의 없는 황무지로 변했다고 한다.  그나마 현재 조림을 통해 회복이 되가고 있다고... 

 

 

 

 

청대산 산행의 장점은 조금만 올라도 탁 트인 조망이 가능하다는데 있다. 특히 정상도 30여분 가량이면 무리없이  오를 수 있으며 정상에서 보는 시가지와 동해바다, 그리도 돌아서서 보면 울산바위, 달마봉 등 병풍처럼 전개되는 설악산을 함께 조망할 수 있었다. 신재만 인재개발원장님과 함께...  

 

 

 

정상을 오르면서 처음으로 휴식을 취하면서... 이곳부터 산림욕장이라는 느낌이 들만큼 나무 숲이 시작되었다. 산불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면 황토길로 조성된 숲속을 즐길 수 있었을텐데 아쉬움이 많다. 이후 정상의 2층 팔각 청대정을 거쳐  전망대와 체력단련장과 쉼터를 지나 신라샘으로 산책을 이어나갔다. 

 

 

 

 

산림욕장의 하산점에 있던 신라샘. 암반에서 솟아나 물맛이 좋다고 하는데 별로 다른 샘물과 차이를 느낄 수 없었고, 다만 산행을 마친뒤의 갈증을 해소하는데는 도움이 된다. 

 

 

 

 

산행을 마치고 나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속초시청 인근에 있는 '봉포 머구리집'이란 식당으로 옮겼다. 속초연수원의 식구들이 오랫동안 이용했던 식당인데 물회맛이 상당한 수준이었다. 다음에 가족과 함께 속초에 놀러오게되면 꼭 한번 들러볼 만한 식당이었다. 음식이 나오기 앞서 식당 앞쪽에 있는 속초항에 나가 보았는데 청초호에서 속초항쪽으로 고가도로를 설치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속초항구. 멀리 속초여객터미널과 속초등대 전망대가 보인다.

 

 

 

속초항에서 고갯배를 배경으로. 속초까지 와서 낮에 바닷가에 한번 와보지 못하면 서운할 것 같아 식당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100m도 떨어지지 않은 속초항에 산책나왔다. 번잡한 도심보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이런 풍경이 훨씬 더 마음에 든다. 생업을 위해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그 사람들에게는 한가한 우리 모습이 다르게 비춰지겠지만...  

 

  

 

 

 

속초시청 바로 앞쪽에 있는 '봉포 머구리집'.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나서 인재개발원 워크샵을 끝내고 서울로 출발했다. 짧은 1박 2일간의 행사였지만 이렇게 한번 직원들과 부대끼고 나니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결국 화합이란 시스템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개개인의 감정과 의식공유가 더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워크샵을 편하게 다녀오자는 의견에 따라 개별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고속버스를 이용해서 왕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