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융화교육을 위해 속초연수원을 4번째 방문했다. 그동안 교육진행에 충실하느라 속초연수원 밖을 거의 나가보지 못했지만 4번의 교육을 진행하다보니 요령도 생기고 새벽시간을 개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일출을 보러 새벽 일찍 동해바다에 가 보기로 했다. 연수원 숙소 베란다에서 바다쪽을 보아도 일출을 볼 수 있지만 모처럼 동해 바닷가까지 와서 바다에서 보는 일출이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전날 저녁 일출을 보러가자고 몇몇 사람이 의기투합했고 아침 7시 34분에 속초지방에 일출이 있기에 숙소인 연수원에서 6시 30분에 출발하기로 했다. 일출을 보는 장소는 연수원에서 20여분 거리에 잇는 양양의 낙산사. 아침에 일찍 일어나 숙소를 나서니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함께 가기로 약속했던 일행중 2명은 게으름을 피우느라 나오지 않고 함께 교육에 참가했던 5명의 동료가 차 한대로 출발했다.
어둠을 헤치고 20여분의 이동끝에 낙산사 후문에 주차를 하고 낙산사 의상대로 향했다. 해가 뜨기도 전 캄캄하게 어두운 상태인데 이곳에서는 주차비를 3천원이나 받는다. 비록 3천원이 큰 돈은 아니지만 기분은 그다지... 의상대를 지나 홍련암쪽으로 이동했는데 의상대는 보수 공사중이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낙산사 홍련암은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 중 한곳이다.
보온을 위해 완정무장을 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새벽 공기가 얼마나 춥던지 으스스한 느낌이 옷속을 파고든다. 게다가 바람까지 불어 엄첨 추위를 느꼈다. 해가 뜨려면 아직도 30여분이 남아 있고... 멀리 동쪽하늘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아직 해는 뜨지 않았지만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이른바 시민박명(civil twilight) 시간이 되자 주위의 사물들이 눈에 들어 온다. 수평선을 따라 펼쳐져 있는 구름으로 인해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기는 힘들듯 하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용어이지만 천문학에서는 박명이란 용어가 사용된다. 박명(薄明, twilight)이란 해가 뜨기 전과 해가 진후에 하늘이 밝은걸 말하는 것으로 천문학적으로는 해의 윗 부분이 지평선에 맞닿는 때를 말한다. 박명은 시민 박명(civil twilight), 항해 박명(nautical twilight), 천문 박명(astronomical twilight)으로 구분된다.
천문박명은 먼하늘이 어스름하게 밝아지는 시기로 지상은 아직 어두운 때를 말하며 정확히는 태양이 지평선 밑 18도에 있을 때를 말한다. 항해박명은 바다에서 배를 서로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밝기를 갖는 시각을 의미하며 해가 수평선 아래 15도 도달했을 때를 말한다. 시민 박명은 해가 뜨기전 약 30분, 또는 해가 지고나서 약 30분간을 말한다. 이 시기는 비록 해는 지평선(6도) 아래에 있지만 대기에 의한 태양빛의 산란 때문에 인공적인 조명 없이 인간이 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하늘이 밝은 상태를 말한다.
피교육생의 신분으로 속초연수원에 왔던 이제헌님과 함께. 이제헌님은 산에 오르는 것도 좋아하고 달리기도 좋아하면서 사진 찍는 것도 즐겨하는 적극적인 성격의 동료인 것 같다. 비록 얼마전까지는 다른 회사에서 근무했었지만 벌써 달리기 대회에서 두번이나 만나서 안면도 익혔고 오늘 교육도 함께 와서 일출까지 함께 보러오게 되었다.
사진 오른쪽 언덕에 나무가 있는 곳은 의상대가 있던 곳이다. 의상대는 낙산사를 지은 의상대사를 기념해서 만든 정자인데 2005년의 산불로 인해 일부 훼손된 것을 복원하기 위해 완전히 철거해버려 빈자리가 허전해 보인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이곳에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을 생각하니 화마가 얼마나 많은 문화재와 더불어 추억까지도 빼앗아가 버리는지 알 수 있다.
홍련암으로 가는 길에 있는 연하당 앞에서 해돋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뒤로 보이는 조그마한 암자가 경남 남해 보리암, 강화도의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 중 하나인 홍련암이다. 실제로 가보면 생각보다 훨씬 더 보기 좋은 경관으로 낙산사를 찾게 된다면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이 아닐까 생각되는 곳이다.
일출시간이 한참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해는 떠 오르지 않고 결국 오늘 일출은 보기 어렵다는 생각에 연수원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침 9시부터는 다시 교육이 시작되고 교육시작하기 전에 아침식사도 해야했기 때문이다. 날이 훤히 밝아와 의상대 보수를 위해 공사중인 현장을 지나오면서 사진한장을 찍었다. 지금은 의상대는 없고 소나무만 보인다. 날이 밝아 낙산사의 주위를 돌아보니 화마의 흔적이 아직까지도 여러 곳에 남아 있었다.
낙산사는 신라 시대 의상대사에 의해 지어진 유서 깊은 사찰로 관동팔경 중 하나로 유명하다. 2005년 4월 강원도 일대를 휩쓴 큰 산불로 인해 주변의 자연과 함께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되었다. 그 이후, 4년이 넘는 보수공사를 마치고 현재는 복원이 마무리 되어 지난 11월 12일에는 복원을 기념하는 회향식을 가졌다고 한다.
바다를 끼고 있는 길을 따라 모퉁이를 돌면 의상대사 기념관과 다래헌이 있다. 낙산사를 창건한 의상대사를 모신 의상대사 기념관이다. 이른 아침인데도 관람을 위해 문을 열어 두었으나 오늘 낙산사를 찾은 목적이 해돋이를 보는 것이라 관람할 시간을 낼 수 없어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아침부터 우리의 기분을 유쾌하게 만들지 못했던 문제의 주차장에서 이제헌님과 함께. 텅 비어 있는 주차장에 새벽부터 주차비를 받아 이곳에 대한 이미지를 좋지 못하게 만들었다. 관리 주체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으나 소탐대실이 아닐까싶다.
차를 타고 연수원으로 돌아오려는 때에 수평선이 아닌 구름 속에서 해가 떠 올랐다. 연하당 앞 뜰에서 추위에 떨며 해가 떠 오르기를 그토록 기다렸건만.... 해가 떠오르는 방향도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동지가 얼마 남지 않은 때인지라 해가 떠 오르는 방향도 생각보다 훨씬 남쪽으로 치우쳐져 있었다. 하여간 그동안 기다린 것이 아쉬워서 얼마간의 시간을 더 보내며 해가 완전히 떠 오를 때까지 감상을 하고 출발했다.
대전에서 연수에 참석한 이영미님과 함께.
연수원으로 돌아와서 연수원에서 바라본 설악산의 모습. 시내와는 달리 벌써 산위에는 벌써 눈이 제법 많이 쌓여 있다.
교육을 마치고 나서 연수원을 출발해 속초시내에 나가서 속초등대전망대와 영랑호를 둘러보고 서울로 돌아왔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바닷가나 호숫가를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고, 나 역시 차 밖에 나와서 여유를 부리며 다니지 못할만큼 추운 날씨다. 내년 봄 날씨가 풀릴 때 다시 속초를 오게 되면 그때는 시간을 내어서 시내 관광을 다시 한번 해 보기로 했다.
영랑호에서. 이곳도 삭풍이 부는 겨울철에 올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차로 호수를 한바퀴 도는 동안 호수가를 산책하고 있는 사람을 한명도 보지 못했다. 평일이기도 했지만 갑자기 추위가 찾아와 한가롭게 호수를 돌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진 한장을 찍는 동안에도 손끝이 아려온다.
연수원으로 출발하던 14일 아침 홍천과 인제의 경계에 있던 청정조각공원 휴게소. 나무마다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상고대가 피어 있어서 사진 한장 찍고, 휴게소에서 특별한 차 한잔을 마셨다. 휴게소 내부와 외부에 온통 성박물관을 연상시키는 조각품으로 덮혀 있는 휴게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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