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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내린 신년벽두의 분당 (2010.1.4)

남녘하늘 2010. 3. 24. 00:38


신년 일요일까지 포함한 삼일간의 연휴가 끝나고 새해 첫업무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폭설이 내렸다. 아니 쏟아져 내렸다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 정도로 밤새도록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게다가 기온까지 영하10도를 넘어서고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 영하15도 넘을 것 같은 강추위에 도로위에 쌓인 눈이 얼어붙어 빙판길을 만들고 시내교통이 마비되었다. 수도권 기상 관측 사상 최대치인 25.6cm의 폭설에 차량통행이 막히고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직장인들의 출근 지각사태가 속출했다. 우리 사무실에도 지하철과 연결되는 곳에 살고 있는 직원들은 어떻게해서든 사무실에 나왔지만, 지하철에 연결되지 않는 곳에 사는 직원은 버스에서 발만 동동 구르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거나 점심 때가 지나서 출근하기도 했다.


5cm쯤의 적설량을 예측했지만 실제 내린 양은 25cm를 훌쩍 넘겨 적설량의 관측이 시작된 1937년 이래 최대 강설 기록이던 1969년 1월의 25.6cm를 넘어섰다고 하니, 강원도 양구에서 보낸 군대시절을 제외하곤 가장 많은 눈을 본 것이 아닌가싶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2-5일 이내의 기상 예보능력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고 하는데 12시간 이내의 단기 예보 능력은 다소 떨어진다고 한다. 오늘의 눈 예보의 오보 사태도 이런 단기 예보 능력이 떨어진 탓인가보다. 덕분에 기상청은 엄청 욕들어먹고... 제때 제설작업을 하지 못한 각 지방자치단체는 언론에 혼나고...

 

아직 눈내리는 것이 마냥 좋은 어린 나이였다면 이번 눈도 좋아했겠지만 낭만보다는 현실을 고려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지금 100년만에 처음 내렸다는 폭설이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였다. 나 역시 회사까지 가까운 거리였지만 출근하느라 많이 힘들었고, 미끄러운 도로에서 몇 번이나 넘어질 뻔 하기도 했다. 사무실에서 인터넷을 통해 들어오는 사건 사고 소식을 접하다보니 눈 몇십cm에 맥을 못추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사무실 바로 붙어 있는 우리회사의 조그마한 정원에도 눈이 엄청 쌓여 있다. 수분까지 많이 머금은 함박눈이어서 나무위에 내린 눈이 녹아내리지 않고 그대로 쌓여 있다. 날씨가 조금만 포근했다면 나무 위에 쌓인 눈이  오랫동안 볼 수 없었을텐데, 날씨가 추워서 점심시간이 지나도 쌓인 그대로 남아있다. 눈 때문에 교통대란이 일어났지만 서울에선 보기 힘든 눈이라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 출근하지 못한 직원을 빼놓고 사진 한장을 찍었다. 또 다시 이런 눈을 사무실에서 보기가 힘들 것 같아서이다. 더구나 우리가 근무하고 있는 오리사옥은 매각할지도 모르기때문에 눈이 와도 사진을 찍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왼쪽부터 우리 인재개발원의 김경미님, 허규행님, 윤순열차장, 이병문차장, 나, 나연주님, 신재만원장님, 신홍기팀장, 전상철팀장, 시태일차장, 방대회님.

 

 

 

정성시차장과 함께.

 

 

 

 

 

엄청난 폭설에 나무가지가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만큼 많이 쌓여 있다. 눈이 많이 내리는 북유럽의 한 도시에 와 있는듯한 느낌이다.

 

 

 

새해 첫날부터 제대로 된 업무를 처리할 수 없었고, 도로에는 버스나 차량이 제대로 다니지 못해 집이 먼 직원들은 일찍 퇴근했다. 퇴근하기 앞서 회사 바로 옆에 있는 탄천으로 눈구경을 하러 나갔다. 사무실 근처 아파트의 정원수에 쌓인 눈도 엄청난 두께이다. 엄청난 무게의 눈을 이고 있는 나무들도 꽤 힘들어 보인다. 큰 도로의 눈도 전혀 녹지 않아 보행자 도로에 쌓여 있는 눈을 처리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날씨가 풀리기 전까지 한참동안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방이 온통 흰 세상이다. 눈이 내린날은 포근해야 하는데 오늘은 날씨마져 많이 춥다. 눈을 밟으며 평소 점심식사후 산책하던 코스를 한바퀴 돌 생각으로 나왔는데 그 코스를 다 돌아볼 수가 없었다. 등산화나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출근하느라 구두를 신고 왔기에 누군가 발자국을 내어놓은 곳 이외에는 들어가기가 부담스러울만큼 많은 눈이 쌓여 있다. 눈 속에 묻혀 있는 도심의 풍경도 교통상의 문제만 없다면 꽤 운치있어 보인다.   

 

 

 

 

 

 

사무실 주변도 온통 흰색이지만 탄천과 탄천 주변에는 더욱 더 하얀 세상이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사람들이 다닌 일부 길을 제외하고는 눈이 그대로 쌓어 있어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고, 설국에 와 있는듯한 느낌이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 평소처럼 산책 나온 사람들은 대폭 줄어들었지만 설경을 렌즈에 담기위해 나온 사람들은 꽤 많이 보였다.    

 

 

 

 

 

 탄천과 탄천변의 보행자도로와 자전거 길도 온통 눈에 덮혀 있다.  분당에서 보기 힘든 눈 구경은 정말로 실컷했다. 눈 많이 내린 해에는 풍년이 든다고 했으니, 올 한해 농민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날씨가 포근하지도 않고, 눈도 엄청 많이 내려 저녁시간이 되어가고 있지만 도로의 눈이 전혀 녹지 않았다. 급한 용무가 있는 차들만 다니는 도로에 눈이 녹지 않아 사람들이 걷는 것이나 비슷한 속도로 차들이 움직이고 있다. 분당에서 산지 8년만에 처음보는 현상이다. 몇 일이나 지나야 눈이 다 녹고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해질지 모르겠으나 당분간은 불편한 생활이 예상된다.  신년부터 탄천을 걸어서 출근하려고 생각했었는데 첫날부터 지킬 수 없는 계획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