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도 도쿄 아라카와 마라톤 대회에서 만났던 친구 고구레 야스토모(木暮康友)가 한국에 들어왔다. 그동안 두번째 참가한 적이 있는 곡성마라톤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지난번 도쿄에서 만났을 때 대회를 마치고 오오쿠보에서 식사대접을 받은 것도 있고, 또 한국에 오기전에 메일을 받은 것도 있어 어제 입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밤 11시에 숙대앞에서 잠시 만나 간단히 호프 한잔만 하고 헤어졌다. 어제는 너무 늦게 만나서 제대로 이야기도 나누지 못해 오늘 다시 종로5가 인근에 있는 광장시장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광장시장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옛날에 다니던 회사의 본사가 종로5가에 있어서 광장시장에 자주 가 보았었는데, 최근 가보지 못한 사이에 이 시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예전에는 한복이나 옷가지를 파는 상점이 많은 곳이였는데, 이번에 가보니 완전히 먹자골목으로 바뀌었다. 비가 내려도 시장이 지저분해지지 않도록 천장에 비를 피하는 시설물 공사도 해 놓았고, 골목 전체가 맛있는 기름 냄새를 풍기며 음식점과 거리 좌판이 가득했다. 가격도 굉장히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었는데, 막걸리는 3천원, 녹두빈대떡은 4천원을 받고 있었다. 일본 여행객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꼭 한번 방문하는 코스가 되어 있다고 하는데 실제 일본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요즘 엔화 환율이 올라서 일본돈 천엔으로 이곳에서 막걸리 두병에 녹두빈대떡 두접시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고 하니 그들로서는 일본에서 막걸리 한병 값에도 미치지 않는 가격이란다.
지인들과 먼저 자리를 잡고 있는 한 음식점으로 고구레를 만나러 갔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남산에서 진행된 남산우정마라톤 대회에 참석했던 사람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서울 지리를 잘 알지도 못할텐데 자전거를 가지고 시내 중심가를 찾아다니는 것을 보면, 천부적으로 지리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모양이다.
고구레는 이번 곡성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10일 가까운 휴가를 내서 한국에 오게 되었는데, 내일부터 자전거를 타고 설악산을 넘어간뒤 동해안을 따라서 남쪽으로 내려갈 계획이라고 한다. 4년전에 곡성대회에서 만났을 때에도 1번 국도를 따라서 자전거로 서울부터 곡성까지 왔다고 해서 놀랐는데, 이번에는 한술 더 떠서 태백산맥을 자전거로 넘어 한국의 절반 이상을 돌아서 곡성까지 가겠다고 한다. 서울에는 오늘도 비가 내리다 개었지만 추석을 앞두고 태풍이 온다고 하고, 비가 내릴 것이 염려되어 괜찮겠냐고 물어도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아직 한국어를 하지는 못하지만 꼭 필요한 말은 몇 마디 할 수 있고, 영어를 조금 할 수 있어 여행을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겠지만 혼자서 자전거로 일주를 하겠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니다가 많이 피곤하면 찜질방에서 휴식을 취하겠다고 안심을 시킨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도 자전거로 곡성까지 갈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데 말도 통하지 않고 지리도 잘 모르는 이 친구가 자전거로 내려 가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 주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나마 한번 가본 적이 있으니 믿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은 차를 가지고 서울에 오지 않아서 부담없이 막걸리를 먹을 수 있었다. 비가 내리는 날, 친구와 함께 막걸리 집에서 녹두빈대떡을 먹는 것이 참 오랫만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막걸리 붐이 일면서 막걸리의 품질도 덩달아 좋아져 막걸리 먹기가 부담되지 않아서 좋다.
오늘 모임에 함께 한 분들은 100회 마라톤 클럽의 회원이신 이규운 선배님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님으로 있다가 금년에 정년퇴직을 하신 이재승선배님이시다. 이재승 선배님은 옛날 일본에서 몇년간 교육을 받으셔서 일본어 대화를 편하게 하신다.
곡성마라톤대회가 다음주 일요일인 9월 26일날 개최되는데, 마라톤대회에 참석한 이후 서울로 올 때는 기차를 타고 올라올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에 오게 되면 다시 연락을 취하기로 했다. 서울에 오면 한국에서 트럼펫을 하나 사겠다고 해서 내가 시간을 내어 종로 2가에 있는 낙원악기상가에 함께 가 주기로 했다. 아직 트럼펫을 연주하지 못하지만 트럼펫으로 마라톤을 하는 주자들에게 힘을 줄 수 있도록 트럼펫을 배울 계획이라고 한다. 하여간 대단한 친구이다. 나보다 나이가 4살 어리지만 아직 독신이고, 도쿄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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