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100회 완주 기념 소모임에서 3월초에 등산을 한번 다녀오자는 이야기가 나와 이문희형과 친구 최병주와 함께 태백에 있는 태백산으로 산행을 떠났다. 태백산과 소백산을 놓고 어디로 갈 것인가 고민을 조금 했었는데 지난 1월달에 다녀온 소백산은 눈이 많지 않아 이번 산행은 태백산으로 정했다.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했더니 오면 좋은 눈구경을 할 수 있으리라 답변을 들었는데 와서보니 서울과는 달리 온통 눈세상이다. 이번 산행을 끝으로 다시 겨울이 오기전까지는 눈속 산행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초봄에 눈 덮인 산을 보고 싶어서 정한 여행지인 태백산을 2005년 2월에 이어 다시 오른다. 5년만에 다시 찾은 태백산은 산세가 웅장하지만 오르기 어렵지 않고 겨울 눈꽃 산행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중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장기주차장에 차를 주차해 놓고 문희형차로 새벽 6시에 출발해서 3시간만에 태백에 도착했다. 당골입구 석탄박물관 아래 차를 주차해 놓고 택시를 타고 유일사 주차장으로 이동한다. 다른 곳과는 다르게 태백의 택시는 협의 요금이 아닌 정확한 거리에 상응하는 요금을 받는데 친절하기까지 하다. 관광객에게 감동을 주는 서비스 교육을 받은 듯하고 산행에 앞서 기분이 좋아진다.
유일사 입구에서 바로 아이젠을 착용하고 천천히 오르는 태백산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답다.
태백산은 높이 1,567m로 태백산맥의 주봉이며, 흰모래와 자갈이 쌓여 마치 눈이 덮인 것 같다 하여 태백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크고 밝은 뫼'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신라 5악 중 북악이었고 한국의 12대 명산의 하나로 꼽힌다. 태백산을 중심으로 함백산(1,573m)·청옥산(1,277m)·구룡산(1,346m) 등과 함께 주위 20㎞ 내외에 1,000m 이상의 봉우리들이 100여 개나 연봉을 이루고 있어 하나의 거대한 산지를 이루고 있다.
유일사입구에서 약간을 오르니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큰 길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샛길이 있다. 낙엽송 숲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거리는 100m 정도 거리는 가깝지만, 경사도 가파른데다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 유일사로 짐을 운반하는 넓은 차로를 따라 올라간다. 두 길은 유일사 쉼터에서 만난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니 금방 몸이 더워서 자켓을 벗고 오르기 시작하는데 우리보다 훨씬 빨리 산에 올랐다가 내려 오는 산행객들이 정상에는 바람이 엄청 많이 분다고 겁을 준다. 출발할 때 내리지 않았던 눈이 산에 오르기 시작하자 내리기 시작한다.
유일사 쉼터에 도착. 유일사 입구에서 천제단까지는 약 4Km이고 이곳에서 천제단까지는 2Km가 남지 않았으니 절반은 더 올라온 셈이다. 태백산은 장군봉이 1,567m 이지만 등산을 시작하는 유일사 입구가 해발 950m 라 입구에서 정상까지 약 4Km만 걸으면 되는 오르기 어렵지 않은 산이다. 이곳에 도착하니 벌써 바람이 세어지기 시작해 벗었던 자켓을 다시 입었다. 유일사 쉼터부터 약간 경사가 심하지만 여기부터 볼거리가 많다.
추운 날씨에 습기가 많은 구름까지 끼어 있어 나무마다 상고대가 두텁게 쌓여 있다. 주변에 쌓인 눈과 더불어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옅은 구름까지 끼어 있어 시야는 흐릿하지만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몽환적인 느낌이다. 태백산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태백산 등산로의 상징나무라고 할 수 있는 큰 주목(朱木). 이곳부터 등산로는 다시 완만하게 올라간다. 눈꽃은 점점 더 화려해지고 바람은 거세진다. 구름과 눈이 없었다면 이곳에서부터 태백산맥을 타고 내려오는 산을 구경할 수 있었을텐데, 멋진 설경을 보는 대신 조망은 포기해야 했다.
거대한 산호초를 보는듯한 느낌을 주었던 눈덮힌 주목나무.
정상으로 향할수록 바람이 엄청 거세진다. 이런 곳에서 버티고 있는 나무들의 생존력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장군봉(1567m)에 도착. 장군봉에는 돌로 쌓은 제단이 마련되어 있다. 바람이 제단 뒷쪽에서 불어와 제단속에 들어가니 바람이 많이 막아진다. 다른 사람들처럼 이곳에서 올 한해 안전한 산행을 기원하며 절도 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곳 장군봉에서 천제단까지 가는 능선의 바람은 정말로 대단했다. 새해 태백산의 바람을 맞으며 올 한 해 액운이 모두 날아간다고 해서 기꺼이 바람을 맞으며 갔는데, 이 구간을 피해 올라온길로 되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던 것 같다.
우리 민족의 직계 조상인 삼성(환인,환웅,단군)에게 제사를 드리는 천제단이 있는 정상석 앞에서 거센 바람을 피해 사진 한장을 흔적으로 남기고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천제단 앞에는 문수봉을 알려주는 이정표와 함께 등태백이라는 시가 새겨져 있다. 태백산에 오면 다른 때처럼 문수봉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능선을 타고 부는 바람이 워낙 거쎄게 불어 당골로 서둘러 내려가기로 했다. 내가 3월달 산행이라고 준비가 조금 허술했는데 함께 온 일행들이 많이 배려해준 결과이기도 하다.
정상에서 당골로 내려가는 길에서 만나는 망월사가 있고, 망월사의 바로 위에 단종비각이 있다. 정상에서는 너무 바람이 세차게 불어 휴식을 취하기도 힘들고 음식을 먹을 수도 없었는데 단종비각 뒷쪽편에 자리를 펴고 준비해온 음식을 먹었다. 병주가 과메기를 준비해 왔는데 산에서 먹는 과메기의 맛도 썩 좋았다. 단종비각에서 바람은 피할 수 있었지만 한기를 피할 수 없어 이곳에서부터 조금 고생을 했다.
식사후 망경사를 경유해서 하산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다는 망경사 용정(龍井)의 샘물은 얼지 않고 넘쳐 흐르고 있었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모금 마신후 몸을 덥히기 위해 조금 빠른 속도로 산을 내려왔다. 손이 시려워 몸이 따뜻해지기 전까지는 사진을 찍지 않아 하산 중간 사진은 없다.
정상에서 쉬지 않고 한걸음에 대략 2.7Km를 내려왔다. 계속 움직였더니 다시 몸이 데워져 한결 몸상태가 낳아졌다. 몸 상태가 좋아지니 다시 주변환경이 눈에 들어오고 멋진 설경이 다가온다. 지금은 눈이 내린 추운날씨지만 최근 따스했던 날씨때문에 계곡에도 많은 물이 흐르고 있다.
상고대와 설경을 배경으로 최병주와 함께.
당골 광장 입구에 거의 도착할 무렵 방문한 단군성전. 옛날에 왔을 때에는 보지 못했었는데 아마 하산로가 달라서였든듯 하다. 비교적 잘 조성해 놓은 것 같은데 성전안에는 아이젠을 벗고 들어가라고 안내문을 써놓아 들어가지는 못하고 문밖에 있는 국조 단군상을 배경으로 사진만 한장 찍었다.
태백산 눈꽃축제를 이미 지난달에 끝나 버렸다. 눈꽃 축제가 열렸던 현장에는 흔적만 남아 있고 썰렁함만이 남아 있다. 병주가 눈썰매를 타기 위해 비닐로 된 강아지 사료봉투를 준비해 왔는데 결국 끝까지 사용하지 못하고 배낭속에 모셔 두었다. 중간에 한번 타 보았으면 했던 구간이 있었지만 등산로인지라 우리의 재미를 위해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지면 안되기에 포기했다.
석탄박물관 입구에서. 이미 여러차례 석탄박물관을 들어가 보았기에 박물관 구경은 생략하고 입구에서 표시석을 배경으로 사진만 한장 찍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예정에 없던 한국자생식물원의 김창렬 선배님을 만나러 평창으로 이동했다. 이제 식물원에서는 겨울이 끝나고 봄준비를 하기 있어 선배님이 서울을 떠나 평창에서 생활을 하는 기간에 길어지고 있어 위문차 방문했는데 저녁식사에 호텔까지 잡아주면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덕분에 무박일정이 1박2일 일정으로 바뀌었다. 운전때문에 식사를 하면서 술도 한잔 할 수 없었는데 마음편하게 문희형과 병주와 함께 한잔 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평식상으로는 위문차 방문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손님대접 받게 된 셈이다. 오대산 호텔에서 월정사로 들어오는 입구를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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