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부모님이 우리집에 오셨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일찍 들어가지 못하고 회사동료들과 모임이 길어져 아주 늦게 집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부모님은 내가 매일 술을 마시고 집에 늦게 들어오는 것으로 오해하셨을 것 같다. 게다가 아침에 작은 아들과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는데 작은 아들한테 신경도 쓰지 않고 또 산에 등산한다고 말하기가 어려워 회사에 밀린 일을 한다고 말하고 산에 오를 수 있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하고 집에서 나왔다. 멀리 떨어진 높은 산에 간다면 준비를 많이 해야했겠지만 집에서 가까운 광교산인지라 마음이 편했을수도 있다. 등산복이라기 보다는 편안한 운동복장에 등산화대신 트레킹 운동화를 신고 나왔다.
오늘 산행 멤버중 4명은 어제 밤부터 오늘(?)까지 함께 있었던 멤버들이다. 용인 수지에 있는 토월약수터에서 4명이 만나 출발하기로 하고 나머지 2명은 경기대 후문에서 만나 시루봉 정상에서 만나기로 했다. 날씨가 많이 포근해져서 산 아래쪽은 훈훈한 봄날에 동네 뒷산에 오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광교산에도 많이 올라 보았는데 오늘처럼 수지 토월약수터에서의 출발은 처음이다. 그러고보면 광교산도 수원과 용인, 분당등 곳곳에서 올라갈 수 있는 적당한 등산코스를 가지고 있는 산이다.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생각보다 조금 더 쌀쌀해졌고, 양지바른 쪽에는 겨울내내 언 땅이 녹아 진흙탕의 등산로가 지속되었다. 진흙탕길에서 더 올라가니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산정이 나타났다. 동네산에 온다고 아이젠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시루봉 근처에서는 길이 미끄러워 고생을 조금 했다. 시루봉 정상(582m)에서 경기대 후문쪽에서 올라온 일행과 조우해 정상석을 배경으로 한 컷. 날씨가 좋아 멀리 있는 광경까지 잘 보였으나 사진 찍기가 귀찮아 오늘 산행사진은 몇장 없다.
시루봉 정상에서 빙판으로 변한 능선을 따라 노루목 대피소와 송신탑을 지나 억새밭 근처에서 다른 회원들이 준비해온 점심을 먹었다. 양지바른 곳이긴 했지만 오랫동안 앉아 있었더니 역시 해발 500여m가 되는 곳인지라 나중에는 한기가 들었다. 아마 부모님 눈을 피해 대충 나오느라 준비한 복장이 부실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번 내려간 체온은 막걸리를 몇 잔 마셔도 쉽게 데워지지가 않는다.
오늘 광교산 정상에서 다른 사람들이 손에 과자 부스러기를 놓아두니 박새가 와서 물고 가길래 나도 한번 해 보았더니 내 손에 와서도 과자를 가져갔다. 먹거리가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편하게 먹이를 구할 수 있어서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손바닥에 작은 박새가 앉는 느낌이 아주 좋았다. 작은 새였지만 발가락에 발톱이 있어 처음으로 왔을 때는 움칠했었고, 좋은 경험을 한 셈이다.
절터방향으로 내려 가지 전에 통신탑을 배경으로 한장 찍었다. 산에 올라 올때는 고기동 방향으로 하산할 계획이었는데 고기동 방향은 북향이어서 내려가려면 빙판때문에 고생할 것 같아 남향인 절터로 해서 상광교 버스 종점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절터 방향으로 내려가기로 한 코스는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따스한 햇살에 등산로가 질퍽이지 않고 뽀송뽀송하다는 느낌이 들만큼 좋았다. 1년전에 왔을 때와는 달리 또 다시 정비를 해 놓았고 특히 약수터를 석조물로 잘 꾸며 놓았다. 약수물을 마시더라도 기분 좋게 마실 수 있게 되었다. 태극기가 걸려 있는 것은 1년전과과 마찬가지였고...
절터에서 상광교 버스 종점으로 내려가면서 최정갑차장과 정현태팀장과 함께.
상광교 정류장에 도착하기 직전에 있는 사방댐. 홍수를 대비해 만는 구조물인데 윗쪽에 모래가 많이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비전문가인 내가 보아도 정비를 한번 해야 할 것 같았다. 작은 연못에는 잉어를 비롯해서 피라미등 각종 고기가 한가로이 있었다. 이곳까지도 아직 봄이 찾아오지는 않았다.
100산회 산행사상 처음으로 산행에서 만난 다른 일행과 함께 산행후 뒷풀이를 같이 했다. 산에서 만나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산행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쉽게 친해질 수 있음을 알았다. 산행 이후 오후에 다른 약속이 있어 나는 마음이 급했는데 약속이 없는 일행들이 자리를 쉽게 일어나지 않아 마음 졸었다. 차가 토월약수터에 있던지라 혼자서 먼저 일어날 수도 없고 말도 못하고 기다리다가 늦은 시간에 점심시간이 끝났다. 다음에 산행을 할 때 함께 하자고 약속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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