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계룡산 남매탑과 상원암 (2010.5.13)

남녘하늘 2010. 8. 17. 01:16

 

 속초와 대전에서 직원 융화 교육을 7월 중순까지 진행하고 있어 대전과 속초에 출장 갈 일이 잦아졌다. 이번주에는 대전연수원에서 교육 진행을 위해 내려왔고, 교육 과정중 야외 행사는 계룡산 등산으로 정했다. 계룡산은 벌써 20여년이나 지난 1990년도 초에 전 직장의 입사 동기들과 함께 동기 모임차 방문했던 이후로 두번째 방문이다. 산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지만 주변의 모습이 많이 바뀌어 처음 와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주차장이 큼직하게 잘 정비가 잘 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주변의 상가나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깨끗한 이미지를 주었다.

 

산과 계곡에 대한 정비를 하게 되더라도 최소한 환경보전이라는 대전제에 염두에 두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줄 수 있는 최소한의 개발이 필요할 것 같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장사하던 사람들에 의해 훼손되어졌던 계곡도 강력한 행정력으로 인해 많이 정리가 되었고 그로 인해 산과 계곡을 찾아도 기분 좋게 산행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20년전 이곳을 왔을 때 상황은 엉망이었었다. 국립공원관리 공단에서 일을 제대로 하는 있는 셈이다.

 

산줄기가 마치 닭의 벼슬을 머리에 단 용처럼 생겼다하여 이름 지었다는 계룡산(845.1m). 흙의 부드러움과 바위의 뾰족함으로 조화를 이루는 산이라고 한다. 골짜기 마다에 수많은 사찰과 무속신앙의 흔적이 있는 산이다. 

 

불과 한달전만 하여도 날씨가 쌀쌀해서 계룡산으로 야외 행사를 갖지 못했는데, 근래에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 아무리 혹독한 겨울이 계속 될 것 같아도 계절의 변화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계곡 아랫쪽에는 이미 숲이 신록을 지나 짙은 색을 띄고 있다. 산행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이다.     

 

 

 

 

오늘 산행은 동학사 주차장에서 출발해서 천정골 탐방지원센터 앞에서 동학사 방향으로 가지 않고 바로 우측 산으로 올라 큰배재로 오르기로 했다. 이쪽 코스가 경사도 완만하고 위험도 없어 100명이 넘는 인원을 인솔해야 하는 입장에서 사고예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편한 산행코스를 택했다. 큰배재에서 남매탑과 상원암을 거쳐 동학사 계곡으로 내려오는 평범한 산행이다. 물론 교육생들은 산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산행도중 몇 가지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산행 입구. 완만한 경사라고 하지만 그래도 바위가 꽤 많다. 숲이 우거져 썬크림을 바르고 왔지만 그다지 무용지물이 될 듯하다. 숲 속에서의 걷기. 특히 남들이 일하고 있는 평일날의 산행, 교육부서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특권이다. 하지만 산에 오르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고역중에 하나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다보니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큰배재에 올랐다. 천정골 탐방지원센터 앞에서  큰배재까지는 도상으로 2.9Km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남매탑까지는 600m 정도 남아 있었다. 조그마한 능선 하나를 오른 정도인데 평소 운동이 부족했던 몇 몇 교육생들의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 젊은 직원들이 운동보다는 더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 평소에 운동을 소홀히 한 결과이다. 이번 기회로 운동부족을 느끼고 운동을 시작한다면 그 또한 교육의 긍정적인 효과가 아닐까 싶다.  

 

 

 

교육진행을 맞은 한국생산성본부의 김정현님과 함께... 

 

 

 

 

 

 

남매탑이 바로 보이는 50여m 아래의 이정표. 이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오늘은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제일 후미에서 뒤로 쳐지는 교육생들에게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고 희망을 주면서 이곳까지 데리고 왔다. 남매탑을 보더니 힘없이 오던 교육생들이 쌩하니 탑으로 올라간다. 힘이 들어도 목표점이 눈앞에 보이면 희망이 생겨 힘이 솟는가보다. 마지막으로 남은 교육생과 함께 한컷...  

 

 

 

 

남매탑으로 불리는 칠층탑(보물 1285호)과 오층탑(보물 1284호)이 나란히 서 있다. 삼불봉 바로 아래 옛 청량사 터에 자리한 청량사지 쌍탑으로 일명 남매탑이라 불리운다. 통일신라시대에 한 스님이 토굴을 짓고 수도하고 있는데, 하루는 호랑이가 나타나서 울부짓으며 입을 벌리고 있어서 스님이 살펴 보니 목에 가시가 걸려서 고생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시를 뽑아 주고 돌려 보냈더니 며칠 후에 아리따운 처녀를 데려다 주고 가버렸다고...  처녀는 상주 사람으로 호랑이에 엎혀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한 겨울이라 눈이 쌓여 돌려 보낼 도리가 없어서 봄이 될 때 까지 기다렸다가 처녀를 집으로 데려다 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처녀의 부모는 한겨울을 남자와 지낸 딸을 다른 사람에게 시집 보낼 수가 없다하여 둘을 혼인시키려 하였으나, 스님은 완곡히 거절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스님은 고심끝에 남매의 연을 맺고 같이 수도를 하기로 했다. 둘은 비구와 비구니가 되어 수도에 전념하다가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열반에 들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두 스님의 사리를 모신 것이 남매탑이 되었다고 전설이 있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평일인지라 등산객이 많지 않아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에서 직원 융화를 위한 간단한 교육이 진행되었다. 등산인파가 많았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다른 곳에서 해야겠지만 다행히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어서 남매탑 앞마당 공터에서 진행했다.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교육의 진행 대행사인 한국생산성본부의 김희정님, 안주리님, 나, 우리 부서의 허규행과장과 함께.   

 

 

 

오누이탑의 명월은 계룡팔경의 하나로 꼽힌다. 참고로 계룡팔경은 1. 천황봉(天皇峰)에서 바라본 일출 광경, 2. 삼불봉(三佛峰)을 하얗게 덮힌겨울의 흰눈, 3. 연천봉(連天峰)의 해넘이, 4. 관음봉(觀音峰)에 가득한 구름, 5. 한여름 동학사 계곡의 숲, 6. 갑사 계곡의 붉은색으로 수놓은 듯한 가을단풍, 7. 은선폭포(隱仙瀑布)가 낙수되면서 하얗게 포말을 일구워 내는 물안개, 8. 남매탑과 어웃어진 밝은 달의 모습이라고 한다.

 

계룡팔경의 하나를 감상하기 위해 달이 뜨는 밤중까지 있을 수는 없고, 탑 주위를 돌아보면서 옛날 이곳의 전설을 한번 음미해 보았다. 탑앞에는 거북이 모양의 인공적인 바위가 여러개 설치되어 있어, 등산객이 많을 때에는 쉬어 가지 좋도록 해 놓았다.    

 

 

 

계단을 내려가 상원암으로 간다. 상원암 약수터에서 물 한모금을 떠 마시고 조용한 암자에 올라 우리 가족의 건강과 큰 녀석의 올해 수능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게 해 달라고 기원했다. 암자 마당에 나오니 오늘 처음으로 산 아래 모습이 멀리까지 보인다. 우리가 다녔던 길은 정상부근이 아니였기에 푸른 숲과 맑은 공기는 함께 했어도 전망은 계속해서 볼 수가 없었다. 절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절터는 명당자리임을 느낀다. 포근하고 전망이 좋고 햇살이 잘 들어와 따스하며, 바람이 잘 통하는 그런 곳, 상원암도 그런 위치에 있었다.    

 

 

 

 

 

 

상원암 마당에서 바라본 남매탑.  

 

 

 

 

상원암에서 동학사로 내려 가는 길은 올라 올 때에 비해서 경사도 급하고 바위와 돌이 많은 코스였다. 이 길로 처음부터 올라왔으면 교육생들이 많이 힘들다고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코스로 내려가게 되니 올라오는 것보다는 편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올라 올 때와는 달리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다. 내 수준에서 이 정도의 산행은 그야말로 동네 뒷산 한바퀴 산책한 정도밖에 안되는데 평소 운동이 부족한 직원들은 이 정도의 산행에도 불평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30-40대 이후의 건강을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운동하기를 기원해본다. 앞으로 삶의 척도는 오래사는 것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금 가파랐던 계곡을 내려온 이곳에서 100여m만 가면 동학사인데 교육생들과 함께 움직여야 해서 이번에는 동학사에 가보지 못하고 하산하게 된다. 이번 차수에는 동학사에 가보지 못했지만 다음번 대전에 교육 진행을 하러 오게 될 때는 조금 먼저 출발해서라도 동학사에 한번 가 보았으면 한다. 한번에 120여명이나 되는 교육생을 통제하려면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함께 움직여야해서 가고 오늘도 한번 가 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내려 오는 동안에도 관음암,  문수암, 길상암, 미타암등 이 계곡에 여러 암자가 줄지어 있었다. 부처님 오신날이 이제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서인지 암자에도 연등이 많이 걸려 있었다. 옛날에는 계룡산 계곡에 도사라고 자처하는 사람들도 많고, 민간신앙과 관련된 사당도 많았다고 들었는데 많이 정비가 되어서인지 암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보지 못했다.   

 

 

 

 

올라갈 때 이곳으로 지나치지 않고 산행을 시작해서 동학사 일주문을 제일 끝으로 만나게 되었다. 이 일주문에서 동학사까지는 1Km가 넘는 길이 잘 정비된 푸른 숲길로 조성되어 있고,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과 이어져 있어 한여름에 와도 시원할 것 같았다. 사람들이 자연보호에 동참하여 깨끗한 계곡이 유지되고 있었다. 반갑고도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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