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산악회 동료들과 함께 떠난 6월 정기 산행지는 가칠봉이다. 가칠봉(加七峯:1,240 m)은 강원도 홍천군과 인제군이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이며, 정상 아랫쪽에 삼봉약수라는 유명한 약수가 있다. 산행은 갈전곡봉 동쪽 3.4km 지점에 있는 구룡령(해발 1,060m)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갈전곡봉(1,204m)을 거쳐 가칠봉에 올랐다가 휴양림으로 하산하는 코스였다. 대략 이렇게 산행하는데 5시간정도 소요된다. 가칠봉 일대는 교통이 불편한 관계로 접근이 어려워 아직도 깨끗한 계곡과 경관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56번 국도를 통해서 오늘 등산의 입구인 구룡령으로 이동했다. 대관령은 조선시대에 강릉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는 길이였다면, 구룡령길은 양양에서 홍천을 향하여 서울로 들어가는 길이다. 옛날 영동과 영서를 잇는 중요한 상품 교역로였던 구룡령은 백두대간이 지나는 길목으로 용이 구불구불 휘저으며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아흔아홉구비를 넘어간다고 하여 구룡령이란 이름이 붙어졌다고 한다. 생각보다 분당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도착한 구룡령 정상이다.
산행 들머리인 구룡령에 도착하니 산림청에서 위촉받으신 숲 해설가께서 안전산행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을 해준다. 여건이 된다면 이런 분들을 주요 산행지에 모두 배치해 놓고 산행에 앞서 여러가지 설명을 해 준다면 산행문화가 많이 개선되어 질 것으로 보였다. 그만큼 설명을 열심히 잘해 주셨다.
산행에 앞서 오늘 산행에 참석한 동료들과 단체 사진.
구룡령에서 백두대간 숲 해설사로부터 산행 주의사항을 듣고 난 뒤 생태터널 남쪽 100여m 아래 오른쪽에 갈전곡봉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나무계단 입구에 백두대간 안내도가 있고, 나무와 돌로 만들어진 계단 등산로가 무척이나 가파르다. 입구에서부터 울창한 숲속으로 들어가게 되어 이후 하늘을 보기도 쉽지 않고 주변의 모습을 보기도 쉽지 않은 울창한 숲속 길을 걷게 된다.
해발 1,000m가 넘는 구룡령에서 출발이라 정상까지의 표고차는 심하지 않아 그다지 어려운 산행은 아닐 듯하다. 대개 들머리는 1,060m고지인 구룡령에서 출발해 산죽능선을 타고, 백두대간상의 갈전곡봉까지 약 4.2Km을 지나, 왼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약 3Km 진행하면 가칠봉 산정(1,240 m)에 닿는다.
산속으로 들어서니 서늘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으며 더위를 식혀주는듯 하다. 울창한 수목이 햇빛을 가려주고, 시원하게 불어주는 바람과숲속의 향기가 심신을 편안하게 하여준다. 등로는 걷기 편한 육산이나 제법 오르고 내림이 반복되는 지형이다. 최근 들어서 산에 와서 이렇게 편안한 느낌과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즐긴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느낌이 좋은 산행이다.
무명봉에서 내려서면 바로 아래에 이정표(현위치:정상, 갈전곡봉 0.75Km, 구룡령옛길 1.8Km, 갈전약수터 2.1Km)가 있는 갈림길을 지난다. 갈림길을 지나 한동안 완만한 오름을 이어가면 작은 정상표석이 있는 갈전곡봉에 도착한다. 이곳을 오는 도중에 구룡령 옛길정상 이정표와 구룡령옛길 안내판도 지나치게 된다.
갈전곡봉(1,204m)에 도착, 이곳에서 진행방향으로는 조침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등로이고 남서쪽 방향으로는 가칠봉으로 이어진다. 갈전곡봉(葛田谷峰)을 우리말로 풀면 '칡밭골 봉우리'가 될텐데 칡보다는 참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두루뭉술한 봉우리로 조망이 전혀 없다. 이곳으로 오는 동안에도 짙은 나무숲과 비가 내릴 듯하는 안개로 인해 조망은 거의 하지 못한채 울창한 숲만 보고 왔다.
갈전곡봉에서 오른쪽의 백두대간 방향으로 가지 않고 서쪽방향인 왼쪽 가칠봉 방향으로 완만하게 내려선 뒤 한두번 완만한 능선을 오르 내리다 보면 정상표지석과 삼각점, 등산로안내판 등이 있는 가칠봉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산행중 거의 처음으로 사방으로 조망이 트여 시원함을 선사해준다. 가칠봉 정상에서 모처럼 단체 사진도 한장 찍고...
드디어 하산길. 가칠봉에서 삼봉약수터로의 하산길은 오름이 없는 내리막길로 습기가 많아 젖어 있는 돌이나, 나무뿌리에 응덩방아 없도록 조심조심 내려가야 하는 등산로이다. 이 코스를 거꾸로 올라 온다면 땀을 제법 많이 흘리고 힘이 들었을 것 같다. 우리는 반대쪽에서 산행을 마치고 내려가는 관계로 편안한 산행이 되었다. 그동안 몇 번의 오르내림은 있었지만 삼봉약수터로 내려 가는 길은 끊임없는 내리막길이다.
가칠봉에서 가파른 200여m를 내려오면 Y자 갈림길이 나온다. 삼봉자연휴양림등산로안내도가 있는 이곳에서 오른쪽 길은 응봉산으로 이어지며 도중에 실룬계곡을 따라 삼봉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갈 수 있고, 왼쪽 길은 휴양림으로 곧장 내려가는 길로 상당히 가파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 일행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조금 경사가 있는 왼쪽 길을 택한다.
내려 오는 도중에 고사목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경사가 심해서 큰 비에 뿌리채 뽑인 나무도 있는 것 같았고, 벼락을 맞아서 고사한 나무도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워낙 깊은 산중이라 치워 놓을 수도 없고 옮길 수도 없어 등산로에 방치해 놓고 있는 나무들도 많았다. 이런 나무조차 치울 수 없을 정도로 숲이 우거져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숲이 건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삼봉자연휴양림 등산안내도가 있는 산림문화휴양관 앞에 내려서서 산행을 마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내리막길이어서 힘은 덜 들었지만 오히려 다리에는 더 무리가 따른 듯하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따라 나섰던 가칠봉 산행이었는데 생각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산행이 되었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산행을 했다면 더 알찬 산행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원시림같은 강원도 숲길을 실컷 걸어서 굉장히 만족도가 높은 하루였다.
삼봉약수 계곡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협곡인데다가 어디를 보나 울창한 숲이 우거진 계곡이어서 이곳에 오면 바로 산림욕장에 들어선 것이나 다름없다. 이곳 삼봉휴양림에서는 약수터옆에 19개의 방이 있는 산장이 있어서 산장에서 묵으며 약수요법을 시험해 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휴양림 속에 있는 통나무 집은 가족 단위로 조용한 휴가지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장소로 보여지는데 이번 산행을 하면서 이곳에 가족과 함께 와서 휴양의 의미를 새길 수 있는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삼봉 자연휴양림 안에 있는 삼봉 약수터. 삼봉의 명칭은 가칠봉(1,240m), 사삼봉(1,106m), 응복산(1,176m) 등 세 개의 큰 봉우리가 이곳을 감싸고 있어, 삼봉이라고 한다. 휴가철이었으면 사람들로 가득했겠지만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아니어서 사람도 많지 않고 오히려 조용하고 좋았다. 예전에는 삼봉약수만 있었는데 신약수라고 한군데가 더 생겼다고 한다. 철분과 탄산이 함유된 약수로 녹물에 사이다 타서 마시는 맛이 난다. 철분이 많아서인지 약수터 주변이 붉은 녹물로 가득하다. 청송의 달기약수의 물맛과 비슷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도중에 홍천의 한 화로구이 식당에서 조금 이른 저녁식사를 했다. 고기를 별로 즐겨하지 않는지라 즐거운 기분으로 참석한 것도 아닌데 식당의 주인과 종업원 모두 서비스 정신이 거의 없는 편이어서 좋은 기억은 없는 식사였다. 뜨네기 손님만 받는 곳인듯 했다. 식사와 상관없이 즐거운 산행이었기에 돌아오는 길도 즐거웠다. 오늘 산행을 함께 했던 심지선, 최나영님등 여성 참자가 분들과 버스 뒷자리에서 한컷 찍었다.
인재개발원에 함께 있는 이철환님과 함께...
가칠봉 산행 소감은 깨끗한 숲속에서 맑은 공기를 원없이 마실 수 있어 좋았다는 것이다. 훼손되지 않은 백두대간의 자연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비가 내릴듯 말듯 하면서도 비가 내리지 않아 다행이었고, 삼봉약수터 계곡에서의 시원한 물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2-3분도 버티기 힘들어 했는데, 평소 달리기를 하고 아이싱을 자주 했던 나는 10분도 넘게 찬물에서 있었다. 산에서 흘린 땀에 대한 보상을 계곡에서 충분히 받은 셈이였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삼봉 자연휴양림에 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즐거운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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