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 대회가 끝나고 나면 매년 봄 분당검푸 마라톤클럽에서는 일요일 하루를 정해서 공식 산행을 떠나곤 한다. 올해에는 원주 치악산을(1,288m) 공식 산행 장소로 정하고 산행을 떠나게 되었다. 미리 산행에 참가하겠다고 신청을 해 놓았는데 100회 마라톤클럽의 친한 지인들과의 모임과 행사와 일정이 겹치되 되었다. 모두 빠지고 싶지 않은 행사인지라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히 두 모임의 행선지가 모두 강원도이고 일요일 오전만 일정이 겹쳐져서 무리해서 두 모임에 모두 참석하기로 했다.
산행은 검푸 회원들이 아침 7시에 분당구청에서 출발해 원주에 9시에 도착해서 산에 올라 가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100회 마라톤클럽의 지인 모임은 오전중에 일정이 끝나고 서울로 돌아가게 되어 있어, 집으로 가는 도중에 치악산 입구까지 태워주면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분당 검푸의 일행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함께 양양 여행을 떠났던 일행들에게 사전 양해를 구하고 치악산 입구까지 태워달라고 했다. 치악산은 그동안 몇차례 산행한 경험이 있는 곳이지만 최근 몇 년은 와 보질 못했는데, 구룡사 입구쪽을 비롯해 주차장과 상가, 민박집등을 잘 정비해 놓았다.
차량 매표소가 있는 입구까지만 태워주면 알아서 찾아가겠다고 해서 차를 돌려 보냈는데 차량 매표소에서 주차장까지도 적잖은 거리였고, 또 대형 주차장에서 구룡사 입구 주차장까지도 거의 1Km정도를 걸어올라가야 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구룡사 입구 주차장까지 태워달라고 했을텐데... 오랫만에 방문하니 주변의 모습이 새로와 보인다. 복잡한 상점이나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고... 치악산 들어가는 입구 근처의 상점 간판도 모두 세련된 나무간판으로 통일시켜 놓아 보기 좋았다.
주차장에 내려서 산행을 떠난 회원들에게 전화를 해보니 이미 정상에서 내려 오고 있는 중이고 선두와 후미의 격차가 많이 벌어져서 선두는 2차 모임이 예정되어 있는 식당에 도착할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어짜피 오늘은 정상적으로 정상까지 오르는 산행을 할 수 없게 되었고 후미에 있는 회원을 만날 때까지만 산에 올라 보리라고 마음먹는다. 정상에는 어제 내린 눈까지 포함해서 눈이 많아서 정말 좋았다고 하는데, 산 아래에는 벌써 봄기운이다. 한참을 걸었더니 아직 평지지만 땀이 흐른다.
용의 머리가 장식되어 있는 구룡다리에서 조금 더 구룡사 방면으로 올라오면 구룡사의 일주문 을 대신하는 원통문이 나타난다. 이 원통문은 다른 사찰과 달리 기둥을 돌로 만들어 놓았다. 매표소를 지나면서부터 선두에서 내려오는 회원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대략 선두와 후미와의 시간 차이는 1시간 반정도 되는 것 같다. 부지런히 30-40분 올라가면 뒷쪽에서 내려오는 회원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치악산에 여러 차례 왔어도 구룡사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행코스가 이곳을 통과하지 않았거나, 일정상 혼자 빠져 나오기가 어렵거나 해서 매번 지나치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시간을 가지고 경내를 천천히 둘러 보았다. 구룡사(龜龍寺)는 신라 문무왕 8년(668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대한불교 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月精寺)의 말사이다. 대웅전 자리에 9마리의 용이 살고 있는 연못을 메우고 사찰을 창건하여 구룡사(九龍寺)라 하였으나, 조선 중기에 거북바위 설화와 관련하여 현재의 명칭인 구룡사(龜龍寺)로 개칭하였다고 전해진다.
경내에서 바라본 대웅전. 2003년전 화재로 인하여 소실 되었다가 재건축 되었다고 한다. 다른 절과는 달리 경사가 조금 있는 곳에 절이 위치해 있어 대웅전 ·보광루(普光樓) ·삼성각(三聖閣) ·심검당(尋劍堂) ·설선당(說禪堂) 등 각 건물간 높이가 차이가 많이 나고, 포근한 느낌이 부족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여유롭게 구룡사 경내 구경을 마치고 다시 산행을 하기 위해 나서는데 분당 검푸 회원인 한경심님이 내려 온다. 후미조에 가깝게 천천히 내려 오고 있는 중이란다. 중간에 회원들을 많이 만나지 못했다고 하니 내가 구룡사를 산책하고 있는동안 많은 회원들이 절을 지나쳐 내려 갔을 것이라고 한다. 검푸회원과 찍은 사진이 별로 없어 사진 찍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한경심님과 사진 한장을 찍고 급히 정상쪽으로 이동...
거북이가 용으로 변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는 구룡소. 눈이 녹은 물이 흘려내려 적당한 수량이 유지되고 있었다. 이제 계절상 봄이 되었지만 진정한 봄이 아닌지라, 신록이 우거지고 주변이 파릇해지면 이곳의 풍경은 다시 한번 변신을 할 것이다. 주변에 앙상한 나무가지의 풍경이지만 꽤 포근한 느낌을 주는 장소였다.
구룡소를 지나 세렴폭포까지 올라가는 길목에서 후미로 내려오는 회원들을 만나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내려와야 했다. 오늘은 치악산 산행이 되지 못하고 치악산 여행이 되어 버린 이유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했더라면 세렴폭포를 지나 사다리병창까지라도 갔다 왔을텐데 아쉽다. 하지만 바쁜 일정을 활용해 함께 치악산에 온 것으로도 충분하다.
제일 후미조로 내려온 박미란과 박경환이와 함께 구룡소를 배경으로. 세명 모두 검푸 마라톤에서 몇 명 안되는 범띠 동갑들이다.
오후 2시 반경에 산에서 완전히 내려와 주차장이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뒷풀이를 했다. 토종닭 백숙에 더덕구이, 도토리묵 등 강원도 산골에 와서 먹을 수 있는 토종식단으로 소풍을 마무리했다. 이번 여행은 다른 때와 달리 술도 많이 마시지 않아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나로서는 더욱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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