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매년 하던 신년달리기를 강추위와 게으름으로 인해 건너 뛰었고 가끔씩 참석하던 영장산의 해맞이 행사도 불참했다. 새벽 4시까지 편하게 TV를 시청하면서 새벽까지 버티다가 산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새벽 4시의 바같온도가 보니 생각보다 추워 산에 오르는 것도 포기해버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연휴 이틀을 보내고 마지막 날까지도 무의미하게 보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3일 아침 분당구청으로 향했다.
검푸마라톤 클럽에서 신년 시주식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오늘 아침도 엄청 춥다. 해 뜨기 전인 새벽 6시 30분, 차에서 외부온도를 체크해보니 영하 13도이다. 이런 날 아침부터 뛰어야하나 갈등이 잠시 생겼지만 오늘은 참석한다고 약속을 했고, 또 집에서 한번 나서기가 힘들지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그 다음 뛰는 것이 힘들지 않다.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디카가 작동하지 않아 출발할 때에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 훈련계획은 분당구청을 출발해 탄천을 따라 성남비행장을 지나 복정을 거쳐 양재천 합수지점까지 갔다오는 33Km 정도를 달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성남비행장 부근은 지루한 직선도로에 바람을 막을만한 지형지물이 없어 너무 추울 것 같아 코스를 죽전방향으로 바꾸면서 같은 코스를 순환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이 텐트를 설치하고 바람을 막으면서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탄천 주로에는 몇 일전에 내린 눈이 하나도 녹지 않아 눈이 없을 때 달리는 것에 비해 엄청 신경도 쓰이고 힘도 든다. 잘못해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부상의 위험도 있어 더욱 조심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달리는 속도를 늦추고 조심조심 달려야 한다. 엄청나게 따뜻한 등산용 장갑을 끼고 달렸더니 중간에 더워서 잠시 벗기만 하면 몇m를 가지못해 손이 시려 다시 착용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추운날씨다.
어제 시내 산책을 나갔을 때 쌓여 있는 눈 때문에 눈이 부셨던 기억을 되살려 선그라스를 착용하고 달렸는데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해가 뜨기전까지는 호홉할 때 나오는 입김으로 인해 불편했지만, 해가 뜨고나니 한결 눈에 피로가 덜했다.
그렇게 대략 21Km 정도를 달려주고 구청으로 돌아오는 3Km 구간은 천천히 달리는 친구 김종호와 함께 아주 천천히 달려왔다.
올 한해도 달리면서 부상당하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시주식을 가졌다. 시루떡은 맞춰 왔는데 돼지머리 대신에 돼지 저금통을 준비해왔다. 우리 총무님의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으나 순발력 있는 발상이 웃음을 머금게 한다.
올해는 경인(庚寅)년, 호랑이해이다. 나를 비롯해서 호랑이띠 동갑친구들이 회원들 중에서 처음으로 절을 했다. 술잔을 받고 있는 박미란, 뒷줄 오른쪽부터 박종효, 박경환, 나, 이성엽. 그리고 사진을 찍고 있는 김종호가 호랑이띠 동갑들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벌써 49살이 되어버렸다. 아직까지도 맘은 30대 후반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절 값이 돼지 저금통 아래로 수북히 쌓여 가고 있다.
올 한해 부상도 사고도 없기를 바라는 시주식 행사를 마치고 60여명의 회원이 뒤풀이를 하러 분당구청 인근 음식점으로 이동했다. 최문길 신임회장님이 회원들에게 한턱 냈고, 우리 클럽 분위기에는 맞지 않는 '예! 형님' 의 버젼을 도입해 아침부터 웃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런 분당검푸 마라톤 클럽이 좋다. 취미도 같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고, 배려하고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는 마음도 비슷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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