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달리기 모임

분당 검푸의 광교산 산행 (2009.11.8)

남녘하늘 2010. 1. 22. 00:16

 

분당검푸 마라톤클럽에서는 1년에 두번씩 큰 마라톤 대회를 마치고 나면 회원 화합차원에서 등산행사를 가지곤 한다. 오늘도 가까운 광교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일정이 계획되어 있어 모처럼 훈련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산행은 참가하겠다고 미리 통보를 해 놓았다. 그런데 새벽에 잠이 깨어보니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번개를 동반한 가을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다. 여름 장마비처럼 제법 많은 양이 내리고 있었다. 마음 속으로 등산에 참가할 것인지 그냥 밀린 잠이나 더 잘 것인지 갈등이 생겼다.

 

미리 참가하겠다고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그냥 잠이나 더 잤을텐데 약속을 해 놓은지라 일단 1차 집결장소인 분당구청에 나가보기로 했다. 마음 속으로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데 사람들이 많이 나오지 않으면 바로 식당으로 갔으면 하는 마음이였다. 등산화도 신지 않고 운동화를 신었고 등산복장도 갖추지 않은채 우산까지 들고 구청에 갔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산행을 하겠다고 통보했던 대부분의 회원들이 모여있었고, 비가 더 오더라도 위험한 산이 아니기에 산행은 당연히 하겠다고 한다. 대단한 분당검푸다. 하는 수 없이 못가겠다는 말한마디 못 께내고 일행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운동화에 우의를 입고 우산을 들고 따라가는 어정쩡한 산행...  출발하기 전에 구청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회원중 일부는 산행 출발 장소로 바로 오겠다고 한다.     

 

 

 

 

산행 출발 장소인 용인시 신봉동에 있는 음식점의 주차장. 산행을 출발하는 시점에도 가을비는 그치질 않는다. 가을 우중 산행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산에 올라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니 즐겁게 올라가기로 결심했다. 검푸회원 30여명이 모여서 등산 시작. 흰색운동화에 우산을 쓰고 있는 사람이 나다.

 

 

 

 

 

당초 산행코스는  신봉동 등산로 입구를 출발해 형제봉쪽으로 올라가서 정상인 시루봉을 거쳐 법륜사 방향으로 내려오는 순환코스를 생각했었는데, 비가 내려 올라가는 길을 좋은 길로 가자고해서 예정과는 반대로 법륜사 방면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산으로 오르는 도로에 흐르는 물이 도랑을 만들어 흘러내릴만큼 가을비가 많이 내렸다. 

 

 

 

비가 멈추지 않고 내려 한시간에 걸쳐 정상에 오를 때까지 사진기를 꺼내 인물사진이나 풍경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산위에는 어제밤부터 내린 비로 잎이 많이 떨어져 앙상한 나무가지가 많이 보인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단풍을 보기가 더 힘들어 질 것 같다. 정상에서도 비가 그치지 않았고 구름이 낮게 깔려 있어 주변전망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낮게 깔린 구름위로 통신탑이 보인다. 친구 김종호와 함께.

 

 

 

 

 

 비를 맞으며 걸었고 우의로 인해 땀이 밖으로 배출되지 않아 산에서 내려오니 신발과 양말도 젖고 옷도 젖어버렸다. 움직일 때는 몰랐는데 내려와서 가만히 있으니 한기가 들어 식당에 있는 난로를 피워놓고 양말과 젖은 옷을 말리고 있다. 식당주인이 난로를 미리 설치해 놓아 떨지않고 정비를 취할 수 있었다. 산에 올라가지 않으려고 갈아입을 옷도 가져오지 않았었는데 다행이다.    

 

 

 

 

이달말에 프랑스로 떠나는 김주한님과 친구 김종호와 함께.

 

 

 

산행했던 시간보다 더 긴 오래동안 이어진 점심식사 시간. 오늘 산행은 산에 오르는 것보다 이 시간을 기대하고 나온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나도 술을 남들만큼만 마실 줄 알면 먹고 마시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즐거워하겠지만, 술을 잘하지 못하니 때로는 괴로운 시간이 되기도 한다. 제발 술 권하는 사회가 되지 않았으면... 먹고 싶은 사람이 자기 주량껏 마시는 분위가가 되었으면...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박재환선배님, 천진영선배님, 김필화선배님과 함께...  모두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한 사람들이다.  

 

 

 

음식을 먹는동안 계속해서 가을비가 계절에 맞지않게 오락가락 했었는데 음식점을 나오니 비가 완전히 그쳐 있었다. 식당에서 보이는 산아래쪽은 아직 단풍잎이 모두 떨어지지 않아 단풍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식당에 있는 나무에는 마르지 않은 단풍을 구경할 수도 있었고... 아직 가을의 끝자락에 와 있다는 느낌이 확실하게 들었다.  

 

 

 

보스턴마라톤에 함께 갔었던 최문길선배님과 천진영선배님.

 

 

 

식당에서 단체사진. 아침에 산행을 떠나기 위해 구청에서 모였을 때보다 10여명이 더 많아졌다.  결국 운동하는 것보다 2차에서의 모임이 좋아서 온 사람이 많이 있었다는 얘기다.

 

 

 

 

1차로 식당에서 음식을 먹었지만 밥을 먹지 않았다고 다시 수지에 있는 식당으롱 옮겨 식사를 하기로 했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인지라 식성도 좋고 먹는 것도 잘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