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항에서 출발해 울릉도를 거쳐 독도까지 왕복 항해한 (사)이사부기념사업회 항로탐사대의 탐사대장인 후배 문상연이 독도를 탐사하고 귀항하는 일정에 맞추어, 삼척항 연안에서 단거리 항해 탐사 일정에 참여하라는 전갈을 받고 요트체험에 관심이 있는 지인들과 함께 삼척항에 도착했다.
독도탐사대는 지난 9일부터 3일동안 1,500년전 신라 이사부(異斯夫) 장군이 우산국(울릉도) 정벌을 위해 항해했던 옛 방식 그대로 바람만을 이용해 5노트(시속 10Km) 속도로 울릉도와 독도를 잇는 왕복 480㎞ 바닷길을 탐사하고 오늘 새벽 삼척항으로 돌아왔다. 신라 지증왕 때 울릉도와 독도를 아우르는 해상왕국 우산국을 복속, 우리땅 독도의 역사적 기원을 마련해 준 이사부(異斯夫)장군의 궤적을 살피기 위해 단행된 이사부 뱃길 항로탐사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우리 일행이 삼척항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독도탐사를 마친 '이사부'함과 문상연이 항구에 귀환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항해를 한 지난 3일동안 거의 잠을 자지도 못한 모양이다. 요트체험을 하겠다는 우리 일행은 남동생가족과 최영태가족, 문광필가족, 송영철가족등 4가족이었는데 실제 행사에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모든 가족이 참석하지는 못했다. 우리 가족도 함께 했으면 좋으련만 공부하느라 바쁜 두 아들로 인해 다음 기회로 미루어놓았다.
당초에는 오늘 새벽에 삼척항으로 돌아온 이사부함에 승선할 계획이였는데 '이사부'보다 훨씬 커다란 '드레이크 68호'에 승선하게 되었다. 요트도 자동차처럼 크면 클수록 안정감이 있는 것 같다. 삼척항 한켠에는 탐사대의 항해를 기념하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우리가 요트체험을 한 드레이크호. 국내에 들어와 있는 경주용 요트중에서는 길이가 가장 긴 배라고 한다. 당초에 우리가 승선하려 했던 이사부함은 40피트의 길이인데 승선한 드레이크호는 68피트이다.
경기용 요트는 엔진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바람의 힘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많은 승무원이 필요하다. 커다란 돛(세일)을 펼치기 위해서는 한번에 여러명이 함께 협동작업을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요트위로 보이는 수많은 로프들이 돛을 펼치기 위해 사용되는 것들이다. 오늘은 단순히 요트를 타고 바다에서 요트 이야기를 듣는 것에 목적을 두었기에 돛을 펼치지는 않고 엔진의 힘으로 연안해안 탐사를 했다.
우리 일행이 트레이크호를 타고 출항하고 나서 얼마지나지 않아서 후배가 늘 태워주었던 요트 이사부가 바로 따라 나왔다. 요트를 타고 있을 때에는 잘 몰랐었는데 항구가 아닌 바다 한가운데에서 본 이사부는 아주 작아보였다. 하지만 이런 크기의 요트도 태평양을 건너 미국까지도 갈 수 있다고 하니 요트에 적용되는 기술력은 대단한 과학이 아닐 수 없다.
오늘 행사에 참여한 후배 송영철 가족.
함께 참석한 친구 문광필 가족.
나는 요트를 몇 번 타 보았다고 요트위에서 어디든 돌아다니는 것이 불안하지가 않다. 하지만 자연에 거스르는 행동은 언제 어떤 사고로 돌아올지 모른다. 다만 바람도 별로 없는 해변에서 가까운 바다이기에 용기가 생겼을 것이다.
아침에 분당에서 함께 출발한 분당검푸의 최영태와 함께. 가족이 함께 오려고 했었는데 아들이 약간의 사고가 있어 함께 오지 못하고 혼자 내려왔다. 함께 왔으면 아들에게 좋은 체험이 되었을텐데 조금 아쉽다. 다음에 또 한번 내려 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또 이렇게 큰 요트를 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요트에 대한 관심이 많은 듯, 김승규 선장과 후배 문상연이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한시간이 훌쩍 넘은 삼척바다 세일링을 마치고 삼척항구로 돌아오는 중이다. 요트는 밖으로 보이는 배의 크기보다도 훨씬 깊은 무게중심 추가 배 아랫쪽에 있어 얕은 바닷가에는 정박할 수가 없다. 배 밑바닥에 붙어있는 무게가 나가는 수직의 핀으로 배 흔들림을 줄여주고 선체가 옆으로 밀리는 것을 방지해주는 킬(keel)이라고 하는데, 이것 때문에 일정한 깊이가 되지 않는 항구에는 요트가 정박할 수 없다.
세일링은 나갔던 드레이크 68호 선상에서...
서울에서 비슷한 시간에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길을 찾아가는데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동생은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경유해서 오는 바람에 우리 일행보다 훨씬 늦게 도착했다. 늦게 도착한 동생가족은 1차로 요트체험을 함께하지 못했었는데 다시 한번 요트를 운항하기로 했다. 덕분에 나는 하루에 두번씩이나 요트를 타게 되었다. 먼저 온 일행들에게는 동생가족이 세일링 체험을 하는 동안 삼척에서 레일 바이크를 타거나 환선굴을 다녀 오라고 시켜 놓았다.
남동생과 함께. 현역 군인인데 아버지를 닮아 이마에 머리숱이 적어서 항상 자기 나이보다 많이 보는 것에 불만이 많다.
드레이크호의 김승규선장님도 박학다식한 분이셨는데, 아이들에게 바다를 접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해양의 중요성과 아이들의 꿈을 키워줄수 있는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다. 평소에 아이들을 태우고 항해하신 경험이 상당히 많으신 듯했다. 더구나 자동차의 핸들과 같은 역할을 하는 휠을 잠시 아이들에게 넘겨주어 호기심을 만족시켜 주었다. 힐을 조정하면 배의 방향을 돌리는 리더를 움직이게 된다.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이번 세일링 체험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만족했으리라 생각한다. 단순히 바다에서 항해하는 여갯선이나 낚시배 등를 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른인 내가 타도 항상 재미있고 즐겁다. 요트를 탈 때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나도 후배처럼 요트조정 기술을 배워 보아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아직 복잡한 기술을 배우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는 것이 문제인데, 해 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으면 언젠가는 이루어지리라고 확신한다. 유럽이나 미국의 은퇴한 사람들이 가장 가지고 싶어하는 것이 요트라고 들었었다. 나도 은퇴할 나이가 되면 요트를 배우고, 또 요트로 여행을 다니게 될지 모르지 않은가?
후배 문상연의 덕분에 1박 2일동안 삼척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특히 삼척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근덕 덕산항 인근에서 묵었던 소금등대 민박집에서는 월드컵 본선 우리나라의 첫 경기인 그리스전을 함께 했던 사람들과 보게 되었다. 서울에 있었다면 거리 응원이라도 나가 보았겠지만 너무 멀리 시골에 있어 거리응원은 할 수 없었고, 서울을 비롯한 전국적으로 비가 많이 내리는 가운데 응원을 했지만 우리가 있던 삼척은 비 한방울 내리지 않아 편안한 관람을 할 수 있었다. 더구나 첫 경기인 그리스를 상대로 2:0 으로 완승을 거두어 첫 출발이 너무 기뻤다. 좋은 장소에 와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그리스를 상대로 첫 승까지 거두어 기분 좋은 여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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