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이후에 풀코스 마라톤대회에 참가하지 않았으니 거의 3달만에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더운 여름철에는 달리기를 가급적 자제하자는 생각을 했었기에 매년 참가하던 혹서기 마라톤대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몇 달동안 장거리를 뛰지 않았기에 아직은 더위가 남아 있는 날씨에 풀코스에 참가하려니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그동안 100번이 넘는 대회에 참가했었기에 그간 알게 모르게 쌓인 경험의 힘만 믿고 대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원래 이문희 형과 박상학이와 함께 하루 전에 평창에 와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대회에 참가하기로 예정했었는데 문희형이 갑자기 집안 일이 생겨서 함께 오지 못하고, 친구인 상학이와 둘이서 하루 전 평창에 도착했다. 구체적인 대회 일정을 알지 못하고 있다가 밤 12시가 넘어서 대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새벽 7시에 대회 출발을 한다고 한다. 호텔에서는 아침 7시부터 아침식사를 준다고 했는데, 아침도 못먹고 달리기를 할 수 없어 부랴부랴 평창읍내로 가서 삼각김밥을 비롯해서 몇가지 먹거리를 구입해서 돌아왔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줄 알았는데 너무 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허를 찔렸다. 잠도 몇 시간 자지도 못하고 새벽에 일어나니 안개가 가득하다. 아침 7시에 출발한다고 하니 출발할 때는 덥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돌아올 때는 엄청 더울 것으로 예상된다. 새벽 켄싱턴 플로라호텔에서 오대산을 바라보면 찍은 사진이다.
호텔에서 대회 개최장소인 한국자생식물원이 가까왔던 관계로 천천히 여유있게 출발했더니 오히려 제일 늦게 접수를 하게 되었다. 대회 신청도 일찍 해 놓았고 대회 참가비도 일찍 송금했는데 행정착오를 일으켰는지 내 참가번호가 없어 임시배번을 받았다. 얼마전 핸드폰으로 대회 참가비를 입금시켜 달라는 문자를 받았었는데 참가자 전원에게 보내는 것으로 생각하고 확인을 하지 않은 탓도 있다. 다른 참가자들은 배번에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나는 임시번호에 메직펜으로 이름을 써 주었다. 출발전 이른 아침이라서 아직 날씨는 선선한 느낌이다.
코스가 워낙 힘든 곳이라 카메라를 들고 뛸 능력이 되지 않아서 그냥 뛰었더니 달리면서 찍은 사진은 주최측에서 찍어준 사진 몇장밖에 없다. 이번 대회에는 참가자가 100여명에 불과해서 정말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대회가 진행되었다. 10여Km를 지날 무려부터 햇살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높은 산악지대임에도 불구하고 햇살이 따가왔다. 날씨가 더워지니 달리기가 점점 힘들어졌고, 평소에 훈련부족이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4시간 25분 3초의 기록으로 전체 참가자중 26등을 했다. 연습량이 부족했던 것에 비해서는 그래도 괜찮은 기록이다. 이 대회에 4번을 참가했는데 2008년 대회보다는 좋은 기록이다. 처음부터 좋은 기록보다는 중도 포기를 하지 않고 달리겠다는 생각으로 달린 것이 오히려 힘도 들지 않고,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기록을 나타낸 것 같다. 심한 오르막에서는 뛰지 않고 걸었기 때문에 대회를 마치고 나서 후유증도 없다. 다만 중간에 날씨가 너무 더워서 급수지에서 물을 많이 마시고 땀을 많이 을렸더니 대회를 마치고 점심을 먹기가 싫어질 정도였다. 엄청난 더위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대회장까지 함께 왔으나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고 기록측정과 관련된 자원봉사를 한 친구 박상학과 함께. 한국자생식물원 원장이신 김창렬원장님께서 무척이나 아끼는 후배이기도 하다. 1박 2일동안 둘이서 여행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 공감하는 부분을 넓힐 수 있어 좋았다. 물품보관소에 가서 디카를 가져와 사진을 찍었는데 한참이 지났음에도 땀이 멈추질 않는다.
대회가 개최되었던 한국자생식물원 내의 100회 마라톤 공원. 이미 몇 년전부터 이곳에 한국에서 풀코스 100회를 완주한 사람들의 명단을 동판에 새겨 놓은 석조 구조물을 김창렬원장님께서 만들어 놓았다. 원래는 최소 달성 100인에 대해서만 명단을 만들어 놓을 계획이었는데 100번째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추가로 설치해 줄것을 요청해서 이번에 추가로 200등 안에 들어간 사람들의 명부를 동판으로 제작해 주었다. 처음에 만들어 놓은 구조물과는 조금 거리가 떨어져 있었는데, 앞으로는 새로 제작한 구조물이 있는 이곳에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해 주었다. 원기둥으로 세워져 있는 것이 101번째에서 200번째로 풀코스 100번을 완주한 사람들의 동판을 제작해 놓은 기념탑이다.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이 올라설 수 있는 무대 형식의 돌판이다. 태극마크 위에 한국자생식물원 로고가 새겨져 있고, 100회 마라톤 공원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나는 100회 마라톤 공원에서 인정해 주는 183번째 100회 완주자이다. 물론 100회 마라톤 공원이란 곳을 알고 있어야 공인을 요청할 수 있고 이렇게 동판에 이름을 새겨 넣을 수 있지만, 이미 100회 완주를 하고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해서 신청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다행이 100회 마라톤 클럽에 가입해 있었기에 나는 편하게 공인 받을 수 있었고, 또 내 이름에 이 공원에 새겨졌다. 마라톤을 즐기고 풀코스 참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많이 알고 있기는 할 것이다.
동판에 새겨진 내 이름을 가르키고 있다.
한국자생식물원의 모습이다. 아침에 7시에 출발했지만 5시간이 지나 한낮이 되면서 평창의 기온도 무척 높이 올라갔다. 달리고 온 뒤 차가운 물에 샤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뙤약볕 아래에 식물원 곳곳을 둘러보기에는 엄두가 나질 않았다. 달리기를 할 때는 모든 것을 접어두고 달리게에 몰두하고 있기에 가능하지만, 달리기가 끝난 뒤에 햇볕 아래서 돌아다니는 것은 싫다.
한국자생식물원은 3만평 정도로 면적이 넓어서 모두 돌아보려면 1시간도 훨씬 넘게 걸린다. 오늘같은 햇살 아래에서는 돌아볼 엄두가 나지 않아 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몇 곳의 사진만 찍어 보았다.
자생식물원의 솔방울 갤러리에서는 김영실, 강지연님의 소품전인 '나무토막들이 꽃으로 피어나다'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서울에 있는 큰 규모의 갤러리처럼 에어콘이 빵빵하게 나오는 전시장은 아니였고, 더위로 인해 오래 머물수는 없었지만 나무토막을 이용해 꽃과 열매 그리고 곤충을 그린 소품전은 볼만했다.
솔바람 갤러리에서는 '꽃들의 합창'이라는 제목으로 김은화님과 아름다운 사람들의 창립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지난번에 왔을 때에는 이곳에서 새집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작년에 새롭게 오픈한 매표소와 사무실, 판매장, 카페가 있는 건물의 내부 모습이다. 사진은 판매장의 모습... 매번 달리기만 하러 오는 관계로 자생식물원의 이곳 저곳을 둘러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이 아쉽다. 입장료도 내고 식물원의 구석구석을 다시 한번 둘러 보러 와야겠다. 희귀사생식물 보전원이 바로 곁에 있었는데 그것도 다음 기회에... 김창렬원장께서 식물원에서 발행한 야생화 관련 잡지를 여러권 주어서 다음 기회에는 야생화 관련 공부를 해 보아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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