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평화마라톤 대회는 3주 뒤에 열리는 춘천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천천히 달려보기 위해서 참가한 대회이다. 강남구 체육회가 주관이 되어서 비교적 서울에서 열리는 대회중에서도 운영을 잘하고 있는 대회이고, 매년 10월 3일 개천절에 대회가 개최된다. 올해는 대회 개최 장소가 매년 열리던 잠실운동장이 아닌 코엑스앞 영동대로를 출발하게 되었다. 영동대로의 한쪽 차선을 완전히 통제하고 대회를 진행하니 교통통제로 인해 운전자들의 불편함은 있었겠지만 평소 이런 곳에서 달리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었는데 역시 강남구청이 주관하는 대회인지라 커다란 도로를 막고 대회진행을 했다.
어제 오후부터 비가 내렸고, 기상청에서 오늘 오전까지는 비가 내린다고 해서 어제 저녁에 준비물을 챙기면서 비속에서 뛸 준비물을 모두 갖추어 놓았다. 상의는 어깨걸이 셔스가 아닌 반팔 셔스를 입기로 했고, 비와 바람의 영향에서 조금이라도 복부 체온 유지를 위해 배번이 들어 있던 비닐 커버를 제거하지 않은채 셔스에 배번을 달아 놓았다. 또한 하의도 바지 속에 짧은 타이즈를 입고 뛰려고 준비해 놓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그쳤다. 날씨가 흐려서 또 비가 내릴지 몰라 우선 복장을 그대로 갖추어 입고 대회장으로 향했다.
대회장에 도착해서도 날씨는 흐리지만 비가 더 내릴 것 같지는 않아 보여서 타이즈는 입지 않고 나머지는 그대로 입고 달리기로 마음 먹었다. 전날 비가 내렸기 때문에 대회장 곳곳에 물이 고여 있어 대회장 주변이 깨끗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비가 내리는 가운데 출발을 해야 했다면 상황이 훨씬 더 심각했을 것이다. 우산도 가져와야 했을 것이고, 갈아 입을 옷에 준비물과 비속에서 출발 준비를 하면서 느껴야할 불편함등등... 다행이 이정도에서 비가 그쳐준 것이 달리는 사람들이나 대회 주최측이나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강남 국제평화마라톤 대회는 강남구체육회가 주관하고, 강남구청과 주한미8군사령부가 함께 주최하는 대회로 주한 외교관 및 상사원 미군들이 함께 참가하는 대회로 대회 명칭도 한반도 평화와 국제평화를 기원한다고 해서 국제평화마라톤대회로 되어 있다. 참가비도 다른 대회에 비해서 저렴한데 이 참가비도 주최측에서 유니세프(unicef)에 기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집에서 준비를 모두 끝내고 대회장으로 이동했기에 천천히 도착했더니 벌써 대회장에는 많은 달림이들이 참가해 있었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참 많다. 또 언제 영동대로 한가운데서 도로를 막고 달리기를 할 수 있을까?
이미 다른 달림이들은 모두 달리기 복장으로 갈아입고 있었는데 나는 아직도 준비하지 않고 있다. 100회 마라톤클럽의 홍석배아우와 함께. 오늘은 풀코스에 참가하지 않고 하프코스에 참가한다고 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전체 6등을 했다. 엄청 잘 달리는 동생이다.
오랫만에 내 마라톤 사부이신 황민연 선배님을 대회장에서 만났다. 작년에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하시고 요즘 보증보험 대리점을 운영하신다고 했는데 정말로 오랫만에 대회장에서 뵈었다. 최근 여러가지 이유로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셨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왔다. 대회에는 참석하지 않으셨서도 꾸준하게 연습을 하셨는지 주로에서 뵈니 나보다 조금 늦게 달리고 있었다.
겉옷만 벗으면 바로 달릴 수 있도록 준비를 해 왔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 타이즈는 벗고 달리기로 했다. 배번은 이미 어제 셔스에 달아놓아서 비닐커버를 벗기지 않기로 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반팔 셔스보다는 어깨걸이 셔스가 더 적당하겠지만 어깨걸이 셔스는 준비하지 못해 그냥 달리기로 했다. 달리는 내내 햇쌀이 많지 않아 크게 덥지는 않았다. 나보다 훨씬 더운 복장으로 달린 사람들도 많았다.
달리기 복장을 갖춘뒤 출발선으로 이동하면서 황민영선배님과 함께 사진을 한장 더 찍었다. 물품보관소가 있던 곳에도 사람이 많았지만 출발장소로 이동하니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사진기를 가지고 달릴까도 생각해 보았는데 날씨가 너무 흐려서 가지고 가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잘한 셈이다. 달리는 도중에 소나기같은 비가 세번이나 내려 옷이 흠뻑 젖어버렸다. 카메라를 들고 뛰었으면 낭패를 볼뻔했다.
양재천을 돌아서 나오는 10Km 지점에서 자원봉사자가 찍어 준 사진이다. 우연히 국제평화마라톤 홈페이지에 갔다가 내 사진을 발견하고 한장 다운받아 왔다. 이번 대회에서는 중간에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가 없었는지 결승점에 들어올 때까지 주최측에서 사진을 찍는 것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은 많이 있었던 것 같다. 내 앞으로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이고 뒤로는 엄청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진 찍는 분의 기술력이다. 내 앞에 뛰어간 사람이 백명도 넘을 것이다.
아래 두장의 사진은 탄천으로 들어온 이후에 분당검푸마라톤 클럽의 친구 김종호가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고 운동하러 나와서 성남쪽으로 뛰어갈 때의 모습과 2차 반환점을 돌아 다시 한강으로 가는 모습을 찍어준 것이다. 사진을 많이 찍어주는 친구 덕분에 평화마라톤 대회에서 제대로 된 사진을 몇 장 건질 수 있었다. 이때까지는 날씨가 흐리기만 할 뿐 비가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않고 있었고, 초반에 힘이 넘쳐 달리기가 즐거운 상태였다.
이후 달리기를 하는 동안 세 차례 비가 내렸다. 내 페이스로 27Km를 통과할 무렵에는 제법 굵은 빗줄기가 내려 후반부에 고생을 많이 하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여름철의 소나기처럼 잠시 거세게 내리다가 그쳤다. 또 마지막 반환점인 31Km 지점에서 비가 한번 더 내렸고, 결승점에 들어올 무렵에 비가 또 내렸다. 덕분에 운동화와 복장은 완전히 젖어버려 거추장스럽기도 했지만, 몸이 시원해져서 달리기에는 한결 더 낳았던 것 같다.
기록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달렸더니 오늘은 3시간 48분 49초의 기록이 나왔다. 풀코스 108번째 완주다. 운동을 열심히 할 때에는 3시간 30분의 기록도 부담없이 달릴 수 있었는데 요즘은 4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도 쉽지 않다. 오늘같이 비가 내리거나 날씨가 덥지 않아야만 겨울 달성할 수 있는 것 같다. 갈수록 풀코스를 뛰는 것이 힘들어지니 내년부터는 정말로 1년에 3-4번만 풀코스 대회에 나가고 하프코스나 10Km 위주로 달려야겠다고 생각한다. 비를 맞으면서 결승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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