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마라톤대회 사진

춘천마라톤 (2010.10.24)

남녘하늘 2011. 1. 3. 00:49

 

가을의 전설이라고 불리우는 춘천 마라톤.

올해로 춘천마라톤에 9번째 참석했다. 풀코스 부문에만 9번 참석이고 10Km부문과 5Km 부문까지 참석한 것을 따지면 1998년부터 2002년도에만 불참하고 나머지 해에는 모두 참석해서 12번째 참석하게 되었다. 국내 마라톤 대회중에는 동아마라톤과 더불어 가장 많이 참석한 대회이기도 하다. 올해는 대회 개최 장소를 공지천 옆 인조구장과 도로로 바꾸었는데 작년에 대회 코스가 기록을 달성하는데 힘들었다는 참가자들의 불만을 고려한 결과같아 보인다.

 

오늘 대회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회사에서 제공한 버스를 타고 참석하게 되었다. 회사가 통합하기 전까지는 각각 회사에서도 버스 한대가 넘는 사람들이 참석했었는데, 통합이 되고 나서도 버스 한대를 다 채우지 못하고 출발하게 되었다. 그만큼 최근 회사 분위기가 운동을 하거나, 주말에 다른 일을 하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버스의 남는 좌석에 분당검푸의 회원 몇 명을 함께 태우고 가게 되었다. 전문 관광회사 운전기사가 아닌 우리회사 버스 기사가 운전대를 잡았는데, 춘천가는 도로를 찾아가는 방법이 조금 이상한 듯했다. 역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출발했음에도 춘천에 도착시간은 출발하기 1시간도 남지 않았다. 괜스레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버스에서 내린 곳에서 다시 공지천까지는 10분 이상을 걸어 가야 했고, 도착한 공지천옆 인조구장에는 참가자들로 가득차 있었다. 좁은 장소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보니 너무 어수선하고 함께 간 일행들과도 헤어져버려 다시 만나기가 어렵게 되었다. 물품 보관을 하고 나면 서로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게 되는데 약속장소를 정하고 만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지 않고, 프랜카드를 걸어 놓을만한 공간도 없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헤어지게 되고, 헤어지고 나면 다시 만날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물품을 맡기는 과정에서 함께 갔던 동료들과도 헤어지고, 분당검푸 회원과도 이산가족이 돼버렸다.

 

함께 간 동료들과도 단체사진 한장 찍지도 못하고, 분당검푸 마라톤클럽 회원들도 많이 참석했는데 몇 사람을 제외하곤 인사한번 나눌 수 없게 돼었다. 결국 대회 출발 장소로 나가서 근처에 있는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대회 준비를 마치게 되었다. 대회에 참석하게 되면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참석한 사람들을 오랫만에 만나는 것도 뛰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데 이번 대회는 주로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나머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어져 버렸다. 메이져 대회치고는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오늘 대회전략은 대회를 앞두고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았기에 3시간 50분을 목표 시간으로 정하고 초반에는 3시간 30분의 속도롤 달려보기로 했다. 중간이후 체력이 떨어지지 않으면 3시간 30분을 욕심내어 보고, 그렇지 않으면 50분은 넘기지 않도록 해 보기로 했다. 춘천대회는 최근 1년간 기록을 바탕으로 배번과 출밡코스를 배정해 주는데, 최근 열심히 달리지 않았던 관계로 이번에는 출발그룹이 'C'그룹이다. 마라톤은 정직한 운동이라 연습량에 비례해서 기록이 나오고, 내가 열심히 하지 않은 이상 좋은 기록을 기대해서는 그야말로 욕심이다.

 

조금 빠리 도착했으면 꼭 만나봐야 할 몇 사람을 아예 만나지도 못하고 출발하게 되었다. 출발 직전의 출발점의 모습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우리 회사 마라톤부에서 제작한 회사 로고가 들어간 셔스를 입고 달리기로 했다. 앞으로 마라톤 대회에서 다시 입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유니폼에 앞서 이번에는 꼭 입어볼 요량이었다. 있는 자리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고 충실하게 생활하자는 것이 내 스타일이고, 언제 어떠한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최근의 현실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시절이 좋았던 때에는 이런 단체복은 회사에서 제작해 주었는데 요즘 언론에 집중 포화를 받고 있고, 긴축재정을 하다보니 이런 단체복조차도 자비로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작년에는 마라톤의 출발점이 새로 완공되었던 종합운동장이었는데 40Km 이후 계속된 나즈막한 언덕으로 인해 참가들의 불만이 엄청나게 많았었다. 그래서 조직 위원회 측에서는 새로운 코스를 만든다고 오랫동안 고민을 해서 공지천에서 출발하는 코스로 변경했다. 하지만 공지천이 있는 출발점은 사람들이 모이기에도 좋지 않았고, 다른 사람과 약속을 하기에도 좋지 않았다. 결국 출발할 때까지 함께 왔던 회사동료들과도 단체 사진 한장 찍지 못했고, 만나봐야 했었을 많은 사람들을 한명도 만나지 못한채 출발점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대회 조직위원회에서는 내년에 또 다시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막판이 힘들더라도 다시 종합운동장에서 하는편이 훨씬 낳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카메라를 들고 뛰지 않아서 이후 달리는 사진은 모두 대회 주최측에서 찍어준 사진들이다. 사진 화일을 구매하지 않고 다운받을 수 있는 것만받아와서 사진 크기는 작지만 주로의 풍경과 당시의 분위기를 다시 느끼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첫 사진은 대략 8Km 부근에 있는 낙석 방지 터널을 통과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사람들이 이곳을 통과하면서 고함을 지르는데 고수들은 절대로 이곳에서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큰 소리를 지르는동안 에너지도 낭비하면서 페이스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은 초보자이거나 기록에 신경쓰지 않고 즐겁게 달리는 달림이들이다.  

 

 

 

의암댐 위를 지나면서 찍은 사진들이다. 춘천 마라톤 코스 중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구간이다. 출발후 8.5Km 정도 떨어진 곳이여서 아직 경기 초반인지라 힘도 충분하고 단풍도 멋있게 들어 있고, 댐위의 도로 구간이어서 시야가 넓어 주변 환경을 살피기에도 좋은 위치이다. 다만 아직 초반이어서 사람들을 뚫고 앞으로 나가기에는 부담스럽다. 지나간 1년동안 열심히 달리지 않아 좋은 기록이 없었던지라 내 출발그룹이 이번에는 C그룹으로 밀려 났다. 이런 형태가 지속되면 내년에는 D그룹으로 밀려 날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열심히 뛰어서 3시간 20분 안에는 한번 들어와야 하는데... 오늘도 목표는 3시간 50분안에 들어오는 것이다.    

 

 

 

 

 

 

 

멀리 의암호를 배경으로 9Km 지점의 모습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달림이들의 행렬이다. 이제부터는 대략 비슷한 속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달리는 형국이어서 굉장히 편안한 달리기가 되고 있다. 가끔씩 앞질러 나가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주자들이 비슷한 속도로 달리고 있어 호홉도 편하고 발소리도 경쾌하다. 이 느낌으로 끝까지 계속 갔으면 좋으련만 내 훈련량으로 보아서 후반부에 가면 이 속도를 유지할 수가 없으리란 것을 알고 있다. 이 무리의 예상속도는 3시간 25분 정도 되는 사람들의 그룹이었다.   

 

 

 

 

춘천댐도 지나고 대략 39Km 지점에 있는 소양2교를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3Km 정도만 더 가면 결승점인데 발이 한없이 무거워지고 있다. 이미 기록은 이제 쉬지 않고 달려가도 3시간 45분은 확실하게 넘을 것으로 생각된다. 32Km까지는 정속으로 왔는데 그 이후부터는 속도가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해서 Km당 5분 30초로 늦추어져 버렸다. 날씨도 좋고, 주로도 좋아 달리기에는 더 없이 좋은데 문제는 내가 최근 열심히 연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추월해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나도 추월당하고 싶지 않은데 연습 부족으로 맘뿐이다. 나만 빼놓고 많은 사람들이 가을의 전설을 위해 열심히 땀을 흘렸던 것 같다.   

 

 

 

 

 

 

 

드디어 결승점. 코스가 바뀌고 나니 운동장을 한바퀴 돌아 들어오며 많은 관중들이 환호해주는 분위기를 느낄 수 없이 도로 끝에서 바로 결승점을 통과하게 되어 있다. 109번째 풀코스 완주. 기록은 3시간 48분 20초로 전체 순위는 2,263등, 연령대별 순위는 1,213등이라고 한다. 내 앞에 수도 없이 엄청 많이 들어 간줄 알았는데 2,262명밖에 들어가지 않았다니 기록에 상관없이 생각보다는 잘 뛰었다는 생각이다. 옛날 춘천마라톤에서는 조금이라도 기록을 줄여보려고 최선을 다하면서 달리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3시간 50분을 넘기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달렸으니 격세지감이다. 올해가 춘천마라톤 풀코스에 참가한지 9번째. 내년까지 참가하게 되면 춘천마라톤에서도 대회 참가 10번을 맞아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되는데 내년에는 좀 더 기록을 당길 수 있도록 열심히 해 봐야겠다.   

 

 

 

대회를 마치고 공지천 인조구장에서 친구 김종호를 만났다. 이번 대회에서는 종합운동장에서처럼 스텐드 좌석이 없어 대회 출발전에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약속을 정애서 만나기가 힘들었다. 클럽이나 직장별로 프랜카드를 하나 걸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조구장 내에도 그늘이 별로 없고 휴식을 할만한 장소가 없어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가 겨우 그늘이 있는 장소에 자리 하나를 발견하고 쉬고 있다가 종호를 만났다 오늘은 함께 온 것이 아니여서 사진 한장만 찍고 헤어졌다.   

 

 

 

인조 구장의 인조 잔디로 상태가 좋지 않아서 옷이나 몸에 엄청 달라 붙었다. 그늘도 없고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게 되어 있는 이번 출발장소도 점수를 주자면 50점을 넘게 줄 수가 없다. 내년에는 반드시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그냥 조그만 지방대회 수준이라면 이해하고 넘어 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최고로 쳐주는 메이져 대회가 이렇게 운영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뛸 동안 구름이 제법 있었는데 달리고 들어오니 햇살이 쨍쨍. 운동장에 있는 나도 눈이 부셨지만, 늦게 달린 사람들은 더위에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아침에 조금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만나지 못했던 동생도 조금 기다리니 운동장에 들어왔다. 요즘 달리기 연습을 많이 하고 있는지 기록도 많이 좋아져서 나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출발하기 전에 만났다면 3시간 50분에 연연하지 않고 동생과 함께 4시간동안 즐겁게 달렸을텐데 아침에  만나지 못하는 바람에 즐겁게 달릴 기회를 놓인 셈이다. 식사라도 함께 했어야 했는데 각자 함께 온 멤버들이 있어 춘천에서 함께 식사하는 것은 다음으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11월달에 한번 만나서 식사하기로 정했다.   

 

 

 

 

 

물품보관소 앞의 모습. 인조잔디를 설치한지 오래 되었는지 상태가 안 좋았고 땀 흘린 몸에 자꾸 달라붙었다. 참가자들이 뛰고 들어와서 힘은 든데 운동장 바닥의 잔디 부스러기가 몸에 자꾸 들러붙고... 짜증나는 일이였다. 그늘이 별로 없어 운동장에서 그늘 있는 곳에 혼자서 오랫동안 독차지 하고 있을 수가 없어서 다른 사람을 위해 양보해 주고 시상식을 잠시 구경하고 운동장을 나섰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점심을 겸한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춘천마라톤도 개최장소 선정에 문제가 있어 행사 진행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아는 사람 하나 만나기도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었고, 따가운 햇쌀을 피할 장소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샤워시설도 전혀 없어 땀을 닦을만한 장소도 없었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개최 장소를 다시 종합운동장으로 바꾸어 보는 것도 어떨까싶다. 결국 샤워도 못하고 돌아다니가가 식사를 예약해 놓은 식당에 가서야 겨우 머리와 얼굴정도를 씻을 수 있었다.

 

회사 동료들과 점심과 저녁을 겸한 식사를 하고, 분당으로 돌아오니 저녁 8시가 다 됐다. 하루를 꼬박 달리기와 달리기 위해 오고 가는데 소비했다. 고속도로가 뜷려서 오고 가는 것이 많이 편해질줄 알았는데 대회개최 시기가 항상 단풍이 드는 시가와 겹치는지라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듯하다. 시간에 관계없이 즐거운 하루를 잘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