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참가회수를 줄이게 되니 메이져 대회중 하나로 여겨지는 중앙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하지 않고 주변인으로서 대회를 구경하게 되었다. 당초부터 이번 대회에 참가할 생각이 없어 대회 신청조차 해 놓지 않았었다. 또 오늘 오후에 결혼식에 참석해야 할 일이 있어 대회가 열리는 종합운동장에도 갈 형편이 되지 않았는데, 아침 일찍 대회장에 가는 것이 낮에 있는 행사 일정과는 다른 시간대라 결국 아침 일찍 일어나 대회장을 찾았다.
대회에 참가했다면 훨씬 더 일찍 대회장에 왔어야 했겠지만, 선수로서의 참가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조금 여유있게 잠실운동장에 도착했다. 해가 많이 짧아져서 집에서 나올 때는 캄캄했었는데 1시간 걸려 잠실에 오니 이미 날이 밝아 훤해져 있다. 7시 20분경 운동장에 도착했는데 아직도 대회 참가하기 위해 오고 있는 참가자들이 엄청나게 많다. 대회 출발 시간이 8시인데, 출발 40분 전인데도 바쁘게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면 굉장히 느긋한 성격의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난 최소한 1시간 전에 도착해서 준비도 하고, 몸도 풀어야 하는데...
분당 검푸 회원들이 어제부터 와서 잡아놓은 장소로 찾아가니 벌써 대부분의 회원들이 복장을 갖추고 준비하고 있었다. 나도 대회에 참가했으면 쌀쌀한 날씨임에도 달리기 복장으로 몸을 풀고 있었을텐데, 오늘은 여유도 있고 따뜻한 복장으로 이리 저리 둘러보면서 회원들 사진도 찍어주면서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매번 대회만 참석하다보니 참가하지 않았을 때의 여유와 느낌을 그동안 알지 못했었다. 오늘 대회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대회장에 참가함으로써 앞으로 이런 기회를 많이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중앙마라톤대회는 출발장소는 잠실운동장 안쪽이 아닌 운동장 앞 대로에서 출발하게 되고, 결승점은 메인 스타디움 안쪽에 있는 트랙이다. 아래 사진은 스타디움 안쪽의 결승점 사진. 출발장소가 아니여서 아침 일찍 대회 관계자들 몇 명만에 대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제인가 그저께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우리 클럽 회원들이 미리 운동장에 와서 확보한 자리다. 다른 많은 클럽들도 이런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미리 와서 좋은 장소를 잡느라 고생한다. 우리가 확보한 장소는 위치는 좋은 곳이 확실한데 이 장소에 들어와서 모임을 가져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평소에는 화단처럼 꾸며 놓은 곳이였기에 사람들의 출입이 자유롭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하지만 출입한다고 해서 어떤 문제점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출발에 앞서 백승희 선배와 이양희 선배와 함께...
오전 내내 나와 같이 자원봉사를 했던 김종호와 함께. 오늘 대회장에 나올까 말까를 고민했었는데 이 친구 때문에 참석해서 자원봉사 하기로 마음먹었다. 덕분에 좋은 시간도 보내고, 회원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황호철, 최문길, 백승희, 김광섭, 이양희 선배님들과 함께. 나랑 백승희 선배님을 제외하곤 모두 58년 멍멍이띠 동갑들이다. 황호철 선배와 백승희 선배는 오늘 중앙마라톤 대회에서 개인 최고 기록까지 달성하고... 모두들 지난 여름과 가을 목표를 설정하고 열심히 준비해 왔기에 대회 춘전을 앞두고 여유 있는 표정들이다. 특히 왼쪽에 있는 황호철 선배는 허리가 아픈데도 불구하고 3시간 59분의 기록으로 본인의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검푸 클럽내에서도 훈련을 많이 하기로 유명한 야맹팀원이신 김재철선배, 이종구선배, 장명진 선배님과 함께. 특히 내 옆에 서 있는 김재철선배는 오늘 대회에서 3시간 17분의 호기록으로 자신의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지방으로 발령을 받으셔서 시간적 여유가 있으시다고 하더니, 숨어서 몰래 연습을 엄청나게 많이 하셨나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븐 페이스로 기록을 달성해서 더욱 놀라왔다.
지난 춘천마라톤대회에 함께 참석했었던 한경심님과 전지영님과 박현희님과 함께.
대회 출발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클럽에서 설치해 놓았던 장소에서 나와 운동장 인근의 도로로 나왔다. 출발에 앞서 간단히 몸을 풀기 위해서 회원들이 한곳에 모여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대회에 참석하지 않으니 스트레칭도 하지 않고 여유 있게 아침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스트레칭하고 있는 회원들의 사진도 찍어 주면서...
스트레칭을 마치고 나서 분당검푸마라톤 클럽의 참가 회원 전체의 단체 사진이다. 모임장소로 오지 못하고 직접 출발장소로 향한 몇 몇 회원을 제외하고 오늘 대회에 참석한 많은 회원들이 함께 동참했다.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을 빼고도 오늘 대회에 참석한 회원이 90여명 가까이 된다. 오늘 대회가 분당검푸 마라톤클럽의 실질적인 가을의 축제날이 되었다.
중앙일보 마라톤대회 출발모습. 대회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이다. 그동안에는 이 많은 사람들 속에 포함되어 함께 달렸었지만 오늘은 아웃사이더로 달리는 모습을 즐기는 입장이다.
풀코스 참가자들을 모두 출발시키고 나서 탄천을 따라서 수서인터체인지 지나서 14Km지점의 1차 자원봉사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 열심히 뛰어가고 있는 중이다. 탄천으로 이동하면 별로 멀지 않은 줄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가 아니여서 처음에는 천천히 걷다고 나중에는 엄청 뛰었다. 한자리에서 자원봉사를 할 생각이어서 옷을 따뜻하게 입고 왔었는데 시간에 늦지 않게 뛰었더니 엄청 땀을 흘렸다. 시간에 맞추어 오려고 했다면 풀코스 주자가 출발하기 전에 왔거나 자전거를 타고 왔어야 했다.
미리 이곳에 와서 준비를 하고 있던 회원들과 합류해서 자원봉사 준비를 했다. 오늘 날씨는 달리기에는 아주 적합한 날씨였고, 가만히 서서 구경을 하기에는 조금 쌀쌀한 날씨다. 하지만 이곳까지 뛰어 오느라 땀을 흘려 한참동안 점퍼를 입을 수가 없었다. 종호와 내가 이곳에 도착하자 바로 엘리트 선두 그룹이 이곳을 지나갔다. 엘리트가 달려 가는 모습은 확실히 다른 달림이들이 뛰는 모습과는 다르다. 톡톡 튄다는 느낌으로 달리고 있었다.
1차 자원봉사 지점인 이곳에서 회원들을 위해 음료수와 파워젤등을 나누어 주었고, 나는 회원들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마스터즈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자니 Sub-3의 기록 달성이 가능한 사람들이 달리는 모습도 그다지 빠르게 뛴다는 느낌은 아니였다. 맘만 같아서는 나도 지금 뛰면 충분히 Sub-3를 할 것 같은데... 뛰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자원봉사를 할 것이 아니라 나도 뛰고 싶다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자꾸 생긴다.
2시간 50분대 초반의 기록자들과 함께 자원봉사 지점을 통과했던 최농훈님이 조금 있다가 다시 자원봉사 지점으로 되돌아왔다. 근육에 경련이 생겨서 뛸 수 없었다고... 몸이 좋지 않을 때에는 빨리 포기하는 것이 현명한 달리기를 하는 방법인데 잘 선택한 것 같다. 요즘 나야 워낙 천천히 달리니 다리에 쥐가 나거나 경련이 생기지 않고, 중간에 포기를 할 이유는 없다. 열심히 빨리 달리는 사람들은 기록 갱신을 하지 못할 경우에중도 포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14Km 지점인 이곳을 후미 주자들은 아직도 뛰어 가고 있는데 벌써 36Km인 이곳을 엘리트 선두주자들은 되돌아 오고 있다. 22Km 이상 차이가 나 있는 셈이다. 선두 그룹중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케냐나 나이지리아등 아프리카 출신의 선두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들이 달리는 모습은 36Km 지점을 통과하고 있음에도 경쾌함이 느껴졌다.
우리 클럽의 후미주자가 모두 통과하고 나서 우리 일행은 다시 자원봉사 지점을 옮겨 봉사를 하기 위해 이동중이다. 이번에는 수서IC를 지나 운동장 방향으로 이동해서 37Km 지점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짐을 싸서 이동중 수서IC에서 이제 막 단풍이 들고 있는 나무를 배경으로 여유를 부리고 있는 중이다. 우리 클럽 최고수가 중간에 포기했기 때문에 선두가 오려면 시간이 한참 남아 있기 때문이다.
37Km 지점에 다시 프랜카드를 설치하고 자원봉사를 할 준비를 모두 끝냈다. 가슴에 달고 있는 배번은 내가 대회에 신청해서 받은 내 배번은 아니였고, 혹시 주로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할때 주자 이외에는 주로에 내려오지 말라고 할지 몰라 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다른 회원의 배번을 달았다. 나중에 확인하니 여성회원의 배번이였다.
클럽회원이 이곳에 도착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고, 날씨는 쌀쌀해서 도로가에 앉아서 컵라면을 먹고 있다. 대로변에 앉아서 평소에 잘 먹지도 않는 컵라면을 혼자였다면 먹는다는 생각을 할 수도 없는 일이였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니 괜찮았다. 옆에 있던 다른 클럽에서는 아예 삼겹살까지 구워먹고 있었다. 그야말로 나들이를 나온 기분이다. 회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분당검푸마라톤 클럽 회원뿐만 아니라 평소에 알고 있던 사람들도 시간이 되면 사진을 찍어 주었다. 지나가면서 날 알아보고 아는체를 하면 그때서야 다시 앞으로 달려나가 준비를 해서 사진을 찍어주는 일을 반복하다보니 대회에 참석하지 않았어도 꽤 많은 거리를 달렸다. 셔터를 누르면 바로 찍히는 카메라가 아니고 시간이 조금 걸리는 똑딱이 디카인지라 더 열심히 뛰어야 했다. 런너스클럽의 정광춘 아우를 비롯해서 몇 몇 분의 달리는 모습.
시간이 충분했다면 끝까지 남아서 자원봉사를 하고 다시 운동장으로 돌아가서 회원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어야 했지만 다른 선약이 있었던지라 끝까지 함께 하질 못했다. 출발한지 4시간이 조금 지난 12시가 넘어서 뒤에 오는 몇 몇 회원은 보지 못한채 먼저 철수하게 되었다. 오늘 천천히 달리고 있던 이양희 선배님과 기념사진을 찍고 철수...
대회가 진행되는 대로는 대부분 교통통제가 되어서 수서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려고 수서역으로 이동중이다. 달리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씨가 유지되고 있었고, 주로의 곳곳에는 단풍이 들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빨리 달리는 사람들보다 늦게 달리는 사람들이 훨씬 더 힘이 든 법인지라 후미에 달리는 주자들은 더 힘들어 보였다. 더구나 내가 수서역에 도착할 무렵에는 교통통제가 해제될 무렵이어서 행사진행자들이 주자들에게 차로로 달리지 말고 보행자 보도로 올라갈 것을 종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는 모든 주자들에게 달리기를 즐기는 달림이로서 무한한 격려를 보내 주었다.
이번 중앙 대회는 대회 신청을 하지 않아 대회에 참가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었는데, 이번이 그동안 받은 봉사를 한번쯤 보답할 기회라고 생각하고 참석하게 되었다. 하지만 클럽 회원들이 모두들 기록에 욕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별로 필요로 하는 일이 없어 굉장히 편안한 봉사활동을 한 것 같다. 난 더구나 사진을 찍어준다고 하느라 다른 지원은 거의 하지 못했다.
달리는 수 많은 사람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달리고 싶은 충동을 굉장히 많이 느꼈다. 또한 잘 뛰는 사람들의 중간속도가 그다지 빠른 것 같지 않은 느낌을 받았는데 아마도 잘 뛰는 사람들의 무리속에 있어서 그런 착시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 내가 함께 뛰어도 충분히 해 낼 것 같은 착각에 빠졌는데, 착각 속에서만 살 것 이 아니라 열심히 운동해서 함께 뛸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느꼈다.
내년에는 더 적게 뛰려고 마음먹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뛰고 싶은 충동을 잘 억누르는지가 내년 달리기의 관건이 될 것 같다. 뛰면 매번 힘들어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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