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임에도 집밖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가 친구가 가까운 산에 오르자고 해서 함께 간 곳이 남한산성이다. 당연히 산성 아래에서 남한산성으로 오를 줄 알았는데, 남한산성까지 차를 타고 올라가서 성곽을 따라서 한바퀴를 돌자고 한다. 산성 아래에서 산행을 시작했으면 산행 거리도 길고 산성에 차로 오르느라 길이 막히지도 않았을텐데, 차로 이동하느라 산성으로 오르는 길고 긴 차량행렬을 따라 한참만에 겨우 산성에 도착했다. 다들 연휴가 끝나는 날이라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를 나왔는지 올라오는 도로에도 차가 많았지만, 주차장에도 차가 많아서 주차할 곳을 찾다가 남한산성 관리위원회 인근에 겨우 차를 주차시겼다.
주차장에서 산성으로 오르는 도로도 그야말로 인산인해, 최근에 남한산성에 온 중 가장 많은 사람을 본 것 같다. 모두 건강에 관심이 높아졌거나 아니면 모처럼 맑은 날씨에 야외 나들이를 가까운 곳으로 온 듯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람들로 인해 산행한다는 기분보다는 밀려서 이동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우리도 그 일행중에 한사람이 되어 우선 북문으로 이동했다. 오늘은 시간적 여유가 있어 북문에서 출발해서 서문, 남문, 동문을 거쳐 다시 북문으로 돌아오는 산성 일주를 해 보기로 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북문에도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남한산성의 소나무들도 지난번 불었던 태풍 콘파스의 영향에 무사할 수가 없었나보다. 몇 십년을 버티어 온 이곳의 소나무들도 곳곳에 큰 가지가 부러지거나 뿌리채 뽑힌 모습이 보였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이 또한 자연이 더 건강해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는 중부지방에 늦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추석 전날인 이틀전에도 서울지역에 비가 엄청나게 내려서 수해를 입은 곳이 많았고, 그 때문에 이번 추석에는 수해 복구를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낸 사람들도 많았었다. 내가 살고 있는 분당에도 지난여름 내내 탄천이 보행자 산책로가 있는 곳까지 물이 넘치지 않았었는데 추석 전날 내릴 비로 인해 물이 넘치면서 피해가 컸었다. 남한산성에도 와서 보니 태풍 피해에 이어 몇일전 내린 비 피해가 어려곳에서 보였다. 산성의 일부와 산책로등이 피해를 입었고, 골짜기에는 아직까지도 많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늘이 꽤 맑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연주봉옹성과 서문 사이에 서울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서 시내를 내려다 보니 시야가 너무나 맑았다. 최근 들어서 이렇게 깨끗하게 멀리 서울을 볼 수 있었던 적이 있었는가 싶다. 추석전에 내린 엄청난 비가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역에 수재민을 만들며 많이 피해도 주었지만, 이렇게 깨끗한 하늘도 만들어 놓았다. 근래에 들어서 본 가장 깨끗한 서울의 모습이다. 북한산에 갔으면 개성에 있는 송악산도 보였을 것 같다.
성곽을 따라서 서문에 도착했다. 남한산성하면 청나라 황제에게 무릎 꿇은 인조(仁祖)의 삼전도(三田渡) 굴욕을 떠올리게 되고, 특히 이 서문을 통해서 청나라에 항복하러 나갔기에 서문에 대한 나의 느낌은 늘 남다르다. 성문이 낮아 머리를 숙여야 했고, 길이 가파라서 말에서조차 내려야 했다고 한다. 그래서 늘 이 서문에만 오면 가슴끝이 아려온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이 역사적 사실은 잊어버린채 건강을 위해서 이렇게 산에 오르고 있지만...
서문을 지나 수어장대로 가는 길에 다시 서울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곳이 있어 시내를 배경으로 사진을 한장 찍었다. 다행이 이곳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시내를 배경으로 사진 한장을 남길 수 있었다.
남한산성에 가면 꼭 방문하게 되는 수어장대를 오늘도 방문했다. 오늘 찍은 사진들의 배경색들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알리는 파랗고 높은 하늘이다. 청량산 정상에 자리잡은 수어장대는 본래 단층으로 지은 것인데 영조 27년(1751년)에 2층 누각을 증축했다. 층간 높이는 낮지만, 야무지게 만든 남한산성의 총지휘부 장소이다. 남한산성은 본성의 길이가 9Km, 옹성은 2.7Km로 18세기 복원 기록인 중정남한지(重訂南漢志)를 따라 아직까지도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복원중에 있다.
남한산성에 있는 4개의 성문중 가장 산행객이 많이 붐비는 많은 남문을 배경으로... 우리처럼 차를 가지고 남한산성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많지만 처음부터 산행이 목적인 사람들은 성남쪽 방향 산성유원지 쪽에서 오르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 마천동 방향에서 서문쪽으로 오르는 사라들이 두번째로 많고... 땀흘리면 산성입구에서부터 올라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남문에서 제1남옹성 방면으로 오르기 위새서 조금 옆 길로 갔더니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돌탑이 많이 쌓여 있었다. 처음에는 굉장히 잘 쌓아놓은 탑으로 생각했는데 가까이가서보니 시멘트로 만들어 놓은 돌탑이었다. 차라리 멀리서 사진만 찍고 멋진 예술품이라고 생각만 할 것을 가까이 가서 확인하는 바람에 멀리서 보았을 때의 감흥이 깨져 버렸다. 그냥 가까이 가지 말고 좋은 감정으로 지나칠 것을...
남문을 지나 얼마전에 복원공사를 하고 있었던 남측 성벽을 따라 이동했다. 성벽공사는 대부분 끝났는데 성벽에 붙어 있는 옹성공사는 아직 진행중이었다. 옹성은 성문을 보호하고 성벽을 기어 오르는 적을 측면에서 공격하기 위한 돌출된 방어시설이다. 보통 평지 읍성에 주로 설치하는데, 산성으로는 남한산성이 유일하다고 한다. 사진을 찍은 곳은 제2남옹성이다.
남문에서 동문으로 이어지는 성벽은 복원공사가 거의 다 끝나 있었다. 지형이 험한 곳에 복원 공사를 하느라 힘이 많이 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복원후의 느낌은 옛날 산성의 느낌보다는 시멘트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과거의 산성과 같은 느낌이 거의 없다는 것...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마무리 할 때 과거 산성의 느낌이 들 수 있도록 공사를 했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공사를 하면서 베어버린 나무들이야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랄 수 있겠지만 시멘트를 덕지덕지 발라놓은 모습은 다시 공사를 할때까지 남아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래 남문에서 동문을 거쳐 북문에 이르는 코스는 남한산성 내에서 산행객들이 별로 찾지 않는 코스였는데 오늘은 남한산성에 온 사람들이 워낙 많다보니 이쪽 코스에도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맑은 하늘과 맑은 공기가 많은 사람들을 집에 놓아두지 않고 주변 산으로 향하게 한 모양이다.
동문 가까이 가니 아직 복원공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는지 가림막을 쳐 놓고 한창 마무리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경사가 약간 있는 곳이어서 조금은 난공사가 될 듯하다. 이곳만 공사가 끝나면 산성은 완전히 복원이 끝날 것 같다. 산성을 따라 갈 수 없어 우회로를 만들어 놓았는데 추석전 내린 비로 인해 우회도로에 커다란 고랑이 생겼다. 얼마나 비가 집중적으로 내렸으면 도로가 다 쓸려내려가 커다란 고랑이 만들어졌을까? 그 고랑을 메우려면 큰 복원공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동문 입구 도로까지 내려와 다시 산을 올라서 북문까지 가야만 남한산성 일주가 끝나게 되는데 편안한 도로에 내려서니 다시 산을 올라 북문까지 가는 것이 귀찮아져서 산행을 마치기로 했다. 다음에 남한산성에 오면 북문으로 가서 반대편 방향으로 해서 동문에 가는 코스를 가 보기로 했다.
도로를 따라 다시 산성로타리 방향으로 걸어 올라가면서 보니 남한산성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산성 안쪽에 음식점이나 상가를 없애고 공원이나 유적지를 복원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많은 비용이 소요되겠지만 산성 내부에는 최소한의 편의 시설을 제외하고는 음식점이나 유흥을 위한 시설물이 줄이고, 문화시설이나 문화재를 더욱 많이 설치하고 복원했으면 한다. 편의시설을 모두 없애버리게 되면,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즐거움을 모두 없애는 결과가 되니 한쪽으로 집중해서 배치하고 전체적으로는 문화유적지로 복원을 희망해 본다.
우리도 산성로타리 근처 식당에 가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산행을 마쳤다. 다음에 올 때는 필히 북문에서 출발해 동문으로 가는 코스를 가 보기로 마음 먹었다. 아직 남한산성에 와서 한번도 그 코스를 밟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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