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과 생활 /등산

청계산 산행 (2010.10.2)

남녘하늘 2010. 12. 27. 01:08

 

청계산에 여러차례 다녀왔어도 의왕시쪽에 있는 청계사를 통해서 올라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주 오래전 안양에서 살 때 청계사 계곡과 백운호수에는 여러번 와 보았지만 청계사까지는 가보지 못했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청계산을 청계사 방향에서 오르게 되었다. 계곡까지 와 보았을 때에 청계사 계곡이 깊은지 몰랐는데 청계사까지 이르는데 계곡이 제법 길었다.  

 

청계사는 공용주차장이 있는 청계산 입구에서 청계산 까지의 산길이 무척 싱그럽다. 양옆에 수목이 우거져 터널을 이루고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길은 가볍게 걸어 가기에 알맞다. 산 아래 있는 주차장이 그다지 크지 않아서 주차를 겨우 할 수 있었는데 이곳에도 주차장을 조금 넓혀 놓아야 할 듯하다. 주차장 입구에서 차량통제를 하고 있었음에도 절 입구에 도착하니 조그만 주차장까지 차들로 가득차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생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를 아래에 있는 주차장이나 더 아래 주차시켜 놓고 20여분 정도만 걸어 올랐는데, 산이나 사찰에 오면서까지 끝까지 차를 타고 오는 것은 자신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의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건강과 상관없이 조금 더 편해지고 싶어서인지 알수가 없다.  

 

15여분 정도 가볍게 걸어 청계사에 도착했다. 가파른 청계사의 계단에 이르기 전에 볼 수 있는 것이 커다란 바위 위에 새겨진 '우담바라 핀 청계사'라는 표시석이다. 10년 전쯤이었던가 언젠가 관세음보살상의 얼굴에 우담바라꽃이 피었다고 해서 뉴스의 초점이 된 적이 있었는데 그걸 자랑하고 싶어 이렇게 바위에까지 새겨 놓았나 싶으니 그다지 정감이 가질 않는다. 그냥 조용히 있어도 알 사람은 다 알 것이고, 또 모른들 어떠하리...  

 

 

 

 


청계산 중턱에 위치한 청계사는 통일신라시대 때 처음 창건되었다가 고려 충렬왕 10년 (1284) 조인규에 의해 중건된 사찰로 과거 고려 말 명신이었던 조윤(趙胤)이 이태조의 반역을 욕하면서 분연히 송도를 떠나 입산했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조선 연산군이 도성 내에 있는 사찰을 없애고 이곳에 사찰을 세우자 불교 측에서는 이곳을 선종의 본산으로 정하였다고 한다. 사원 규모와 사찰의 배치가 조선시대의 전형으로 보이는 경내에는 조선 숙종 15년(1689)에 세운 청계사 사적비가 있고 조선후기의 건물로 보이는 극락보전이 있다. 이밖에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동종과 탱화, 법화경판, 삼존불상이 있다. 최근에 산자락에 축조한 거대한 와불상도 있다.


산사로 올라오며 일주문과 사대천왕문이 없어 궁금하게 생각했었는데 계단을 오르니 사대천왕들이 석상으로 좌우로 서있다. 보통의 절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다. 석상이 있는 위쪽으로 넓은 경내가 펼쳐 저 있다. 좌측과 우측이 대비가 되게 지어진 요사채가 두채 그리고 가운데 아담한 크기의 마당이 자리한다. 요사채마당을 또 한계단 위로 오르면 극락보전이 위로 보이는 마당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법회가 열리고 있었다.  

 

 

 

 

요사채가 있는 절마당에 가슴에 와 닫는 좋은 문구가 있어 사진을 찍었다. "몸은 물질이라서 늙지만 마음은 물질이 아니기에 늙지 않습니다. 다만 몸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 늙었다고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결코 늙을 수 없는 마음을 늙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몸이란 나이를 먹으면 노쇠해지고 활력이 떨어지지만 마음은 세월과 더불어 연륜이 쌓이고 지혜가 충만해집니다. " 가슴에 와 닫는 말이다.

 

 

 

극락보전 오른편 마당 위 언덕에 자리한 독특한 와불은 그 돌만 봐도 정성이 느껴진다.  대부분 와불의 형태를 보면 금도금을 하거나 돌로 된 불상이지만 이곳의 와불은 돌을 촘촘히 붙여서 만든 불상이다. 누워 있는 모습이 팔베게를 하고 평화롭고 온화해 보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그 정성이 대단해 보였다. 이곳에도 많은 신자들이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대입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극락보전 앞마당에는 수능시험을 잘 치르게 해달라고 기원하며 불공을 드리고 있는 부모들이 많이 있었다. 나도 저 속에 함께 들어가 간절히 기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시험은 아들이 치르는 것.... 절에 왔다고 기원한번 해서 부처님이 감동할 것도 아니고...  오늘 등산을 왔기에 복장도 기도를 하기에는 불량해서 산에 오르는 것에 충실하기로 했다.    

 

 


극락보전 뒤 석축위로 돌아가며 작은 조각품과 소품들이 엄청나게 많이 진열되어있다. 물론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청계사의 독특한 풍광중에 하나이다. 그러고 보면 청계사에는 다른 절에서 보지 못하던 것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곳이다. 경건함만 강조하는 절같아 보이지가 않아서 매우 보기가 좋았고, 입구에서 보았던 '우담바라 핀 청계사'라고 글귀를 보고 느꼈던 갑갑함이 풀어졌다. 섬세함게 조각된 작품도 있고 해학적인 동자승의 소품도 굉장히 많았다.

 

 

 

 

 

청계사가 청계산의 중턱에 있는지라 절 뒤의 절고개 능선까지는 얼마 걸리지가 않았다. 절고개에서 평소에 잘 가지 않던 과천 방향의 매봉쪽으로 가기로 하고 50여분 정도 걸어서 매봉정상(해발 369m)에 도착했다. 오후에 비가 내린다고 예고되어 있었고, 또 날씨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어서인지 생각보다는 등산객이 많지는 않았다. 산행내내 해가 비쳐지지 않아 휴식을 취하니 쌀쌀함이 몰려 온다. 비내리기 직전의 날씨인지라 시계가 맑지않아 내려다 보이는 과천시도 뿌옇게 보였다.      

 

 

 

 

 

과천매봉까지만 갔다가 다시 청계사 방향으로 돌아오다가 점심식사를 했다. 다행히 식사를 할 때까지는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식사를 마치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빗방울이 한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청계사를 지나 주차장에 도착할 무렵에는 비가 제법 굵어지기 시작했다. 산행중 비가 내려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가을비를 맞으면 처량해 보이고 거추장스러운 것이 조금 불편하다.

 

청계산도 지난 태풍피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역시 커다란 소나무들의 피해가 컸던 것 같다. 산사 아랫쪽 계곡에서부터 정상에 이르기까지 많은 나무들이 부러지고 뿌리째 뽑혀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당분간 수도권의 어느 산에 가더라도 비슷한 감정을 가지게 될 것이다. 빨리 자연적으로 치유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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